카메라를 찍을 카메라가 필요해
애플 제품들을 모두 정리한 마당에, 곰곰 생각을 해보니 올해 카메라도 바꿨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카메라야 늘 필요에 따라 바꾸거나 사거나 팔거나 반복했지만 이제 정말 지쳤다고 해도 좋을 법한 카메라 바꿈질이 마침내 종착역을 찾은 것 같다. 헌데 이게 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 떠밀려 특정한 카메라를 못쓰게 되는 바람에 다른 카메라로 시스템을 바꿔야 했던 것이라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말한 ‘어떤 상황’이란 바로 [노안]이다. 이것, 마치 ‘나에겐 결코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근거 없이 철썩 같이 믿고 있었는데 이 현상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세금징수원처럼 내게도 들이닥치고 말았다.
내가 2001년부터 꾸준히 사용해 온 카메라는 라이카사의 M형 카메라다. 이 카메라의 특징을 카메라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아주 옛날 방식의 초점 잡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와 조용한 작동음을 가진 카메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먼저 크기. 구세대의 초점 잡는 방식은 레인지 파인더 방식이라고 하는데,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요즘의 보통 카메라보다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필름 한 통이 들어가는 작은 상자라고 보면 될 정도라 처음 사진을 배울 때 늘 소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을 때 책가방에 늘 가지고 다니던 전자동 똑딱이 카메라 뮤 2보다 조금 큰 정도로 본격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고 할까?
그리고 소리. 내가 처음 사진에 익숙해지기 시작할 무렵 나에게 굉장한 안도감 혹은 안정감을 주었다. “짤깍!” 하는 아주 조용한 촬영음은 조용해야 할 곳에서 강점을 발휘했고, 기본적으로 내 심장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다. 내가 사진을 찍고 있다는 감각을 일부러 지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의 정숙함은 M만의 특별한 점이었다.
이 M시스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필름에서 디지털로 카메라의 이름을 M6, M7, M8, M9, M10 그리고 M11 이란 식으로 바꿔가며 계속 발전해 왔는데, 카메라의 정체성이라 할 만한 그 초점 잡는 방식은 계속 그대로인 상태다.
내 경우 필름과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사다리 세대라 디지털로 이행되는 것에 큰 거부감 없이(오히려 적극적으로) 잘 적응했지만 이 레인지 파인더란 방식이 드디어(?)어느 날부터 만리장성 같은 장벽이 되어 버렸다. 초점을 잡기 위해 들여다봐야 하는 이 파인더란 물건에 노안이 온 내 눈이 더 이상 적응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오 맙소사.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다니!
파인더를 보면서 초점을 제대로 맞추는 작업이 가물가물 해지니 촬영의 속도도 더뎌지고 확신도 줄어들었다. 그리고 초점을 넘어 리뷰를 하는 과정도 순탄치가 않아 졌다. LCD 화면이 눈에 썩 잘 들어오지 않게 된 것이다. 어쩐지 글을 쓰다 보니 굉장히 슬퍼지는데, 아무튼 노안이란 그런 것이라 하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새로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방식의 카메라는 가장 최신의 미러리스 시스템인데 이 친구는 모든 구성이 전자 컴퓨터식으로 되어있다. 라이카란 회사가 엉덩이가 무겁긴 하지만 역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다른 회사들보다 반 발자국 정도 느리게) 꾸준히 이 미러리스 시스템을 만들어 지금의 SL3라는 세 번째 카메라를 나는 선택하게 되었다.
이 카메라의 면면을 일일이 말하자면 카메라 리뷰가 되어 버릴 테니(혹시 궁금하신 분 계세요? 라이카 SL3 리뷰를 쓸 마음이 없지 않답니다!?) 중요한 부분만 말하자면 파인더에 시도보정기도 들어있어 촬영과 리뷰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다행한(?) 부분이었다. 물론 자동초점 기능도 좋고, 손떨림 방지도 좋고 모든 게 다 좋지만 결론을 간추려 보자면 결국 전자식 파인더가 노안이 찾아온 내 눈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란 것이다.
물론 도구라는 것이 그렇게 수치적으로 1+1, 3-2 이런 식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이라 이 부분이 좋고 저 부분은 아쉽고 하는 것들을 전부 묘사하며 말하자면 1박 2일은 얘기를 해야 하니(궁금하시면 언제든 답변드립니다!) 잠시 접어두자.
자, 아무튼! 새로 적응하고 사용할 이 카메라를, 그러나, 찍어줄 카메라가 나에겐 없다. 핸드폰 카메라로는 정갈하게 찍어줄 자신이 없다. (제가 잘 쓸 줄을 몰라서요.) 이전 M을 사용하던 모든 20여 년의 시간 동안 나는 아름다워서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M카메라들을 엄청나게 찍어 뒀는데, 지금 너무나 편하고 최고의 성능을 지닌 SL3라는 카메라는 꼭 중장비 같은 터프함이 묻어나는 모양새여서 예쁜 정물 사진의 주인공이 되기에 적합할지 아닐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이 카메라를 찍을 카메라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 생각인데요, 아유 참 또 뭘 사야 하는 건지 원!
그럼, 다른 페이지로 가시기 전에, 힘 뽝 주고 찍은 M들 몇 장 보고 가실게요~
그럼 이 M들로 뭘 찍었냐고요? 아유 그걸 어떻게 다 한꺼번에 보여드려요? 천천히 천천히 차근차근 보여드려야죠. 하지만 예를 들어 말하자면 대강 이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