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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do Lee May 22. 2022

보이그랜더 APO-LANTHAR 50mm F2

보이그랜더 아포란타 50mm 이야기

21년 초, 보이그랜더의 50mm APO-LANTHAR 렌즈를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엔 렌즈를 지원 받았고, 삼각대를 놓고 해상도나 빛 갈라짐, 보케의 변화등 주로 객관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분석을 해 보았다. 때문에 정보전달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다른 관점에서 봤을때엔 좀 심심한(?) 리뷰가 되었다.


 네이버에 포스팅한 보이그랜더 50mm F2 APO-LANTHAR 렌즈의 기초적이고 테크니컬한 리뷰 입니다. 

 




 그런데, 렌즈를 반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50mm 아포-란타를 직접 구매하게 되었다. 구매의 이유야 늘 비슷하다. “마침 50mm 렌즈가 Ttartisan의 0.95처럼 큰 렌즈밖에 없으니 좀 정상적(?)인 크기의 렌즈를 사서 일단  써야겠다.”로 시작하는 그런 이유. “지금 당장은 라이카 렌즈를 사기엔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보이그랜더 렌즈는 이 시점에서는(가격의 부담) 늘 ‘라이카 렌즈’의 대타로 등장하는 것이다. 애초에 VM마운트란 것이 Voigtlander M Mount를 나타내는 말이고 M마운트를 사용하는 카메라 중 살아남아있는 것은 오리지널 Leica M 뿐이다. 그러니 보이그랜더 렌즈중 VM렌즈는 툭 터놓고 얘기하자면 라이카의 M형 카메라를 위한 렌즈이며 이런 출발선은 보이그랜더 렌즈들을  라이카의 네이티브 렌즈들의 대타로 기용하게 하는 바탕이 된다. 그리고 나의  ‘일단 써야겠다.’라는 말도 물론 ‘나중에는 라이카를 써야지.’라는 일종의 목표의식이 숨겨져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그러나, ‘과연 보이그랜더의 렌즈가 라이카 렌즈로 가는 징검다리 같은 역할에 그칠 정도일 뿐인 렌즈인가?’라는 생각도 하게된다. 왜냐하면 내 경우 21mm 같은 경우 보이그랜더의 녹톤을 사용하면서 단 한 번도 라이카 즈미룩스를 언젠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렌즈 자체에 대만족 하기 때문이다.

35mm, 50mm APO-LANTHAR | 90mm APO-SKOPAR | 21mm NOKTON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현재 나는 50mm 보이그랜더 아포란타와 라이카 렌즈 두 개 그리고 Ttartisan의 0.95렌즈를 사용하고 있다. 50mm만 네 개를 사용하게된 것이다. 그리고 이 네 렌즈에 대한 만족도는 전부 같은 정도다. 아주 훌륭하다. 35mm의 경우는 역시 아포란타와 라이카 렌즈를 병행 사용하고 있다. 90mm는 보이그랜더의 아포-스코파를 그리고 21mm는 앞서 말한 것 처럼 녹톤을 사용하고 있다.


단란한 라이카-보이그랜더 가족들
최근 영입한 M11과 함께


 어째서 구구절절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가 라면, 내가 보이그랜더 렌즈들을 사용하는 경향성 자체에 나 스스로도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어떤 시각에선 -이 말 외에 다른 표현방법을 모르겠다- 라이카 렌즈의 대체제 역할로'만' 여겨지기 쉬우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결코 그렇지 않은 오롯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렌즈(메이커)가 바로 보이그랜더이며 때문에 내가 보이그랜더 렌즈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늘 복잡 미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걸 아주 솔직하고 솔직하게 정리하면 이렇게 풀이된다. “아니 뭐 이렇게 좋은 렌즈가 다 있냐. 가격도 라이카의 1/10 수준인데! 이정도면 완전히 독보적으로 다른 좋은 렌즈라고! 아 근데 라이카 렌즈는 왜 또 가지고 싶은거지?!?”라고.


 그렇기에, 역시 하나하나 직접 사용하면서 느낀 얘기를 해 보면 스스로가 느끼는 보이그랜더 렌즈에 대한 흥미가 정리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APO-LANTHAR의 상징과도 같은 삼색 RGB 라인이 보인다


APO 설계. 


 먼저 할 얘기는 역시 APO라는 단어가 사용되었고 그것이 뭘 의미하는가를 내가 이해하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APO 설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얘기가 잘 정리되어 있는것을 볼 수 있다. 나 스스로도 그런 자료들을 토대로 APO 설계에 대해 이해했다. APO 설계는 빛의 Red Green Blue 영역이 각각 파장이 다르며 그 파장들이 엇나가서 발생(축상 색수차:axial chromatic aberration)할 수 있는 화질의 저하를 최대한 억제한(좋은 매질 사용 혹은 복잡한 설계를 사용한 극복 등) 설계라 할 수 있다.





[APO 설계란 빛의 3원색인 Red, Green, Blue의 파장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초점면에 발생하는 수차를 최대한 줄였다는 것을 뜻합니다. 위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 APO 설계는 빛이 촬상면에 분산되지 않고 모이기 때문에 보다 선명한 화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헌데 나는 늘 이런 궁금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렇다면 APO란 단어가 안 들어간 렌즈들은 색수차 제어를 위한 설계를 안한 대충설계 렌즈란 말인가?”라고. APO설계를 했을때 화질이 좋아진다면 모든 렌즈들은 APO 설계를 해야하는게 아닌가? 라고 말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분명 일반인인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공학적 고충과 숙제가 있을 것이다. 설계팀의 예산과 해당 설계 시점에서의 기술력, 추구하는 렌즈의 성능 등등 수 많은 변수들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제약과 전후 사정들에 의해 실제로 성능이 굉장한 렌즈에 APO란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은 경우도 많고, 반대의 경우 즉 성능이 뛰어나지 않아도 APO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 렌즈도 있다. 이것은 APO 설계라는 자체가 “비구면렌즈 사용” 처럼 명확하게 특정한 물체(렌즈)를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메이커의 홍보를 믿어보는 수 밖에 없다.


 결국 APO 설계라는 것에서 바랄 수 있는것은 ‘보다 선명한 상’일 것이며 이것은 내가 50mm APO-LANTHAR 렌즈에서 바라고 또 얻은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명징하고 투명하며 선명한 이미지, 그것이 실제 내가 아포란타에서 얻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보다 선명한 상'은 화면 전체의 높은 대비, 지저분하지 않게 매끄럽고 칼처럼 떨어지는 윤곽선 그리고 맑고 정확한 색 재현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적어도 내가 원하는 '현대적'인 표현력 부분에서 그 이전까지의 NON-APO렌즈들에 비해 압도적이라는 말 외엔 할 수가 없었다.




 메카니컬 측면.


 손으로 포커스링과 조리개링을 모두 조작하는데 있어 ‘손맛’은 정말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것에는 분명 취향이란게 존재 하므로, 조금 뻑뻑하다 싶은 포커스링이 선호되는 경우가 있고 또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나는 조금 저항감이 있는 적당한 조리개링을 선호 하는데, 최근 내가 만져본 모든 보이그랜더 렌즈 들은 일관된 저항감을 가지고 있어 이들의 QC가 아주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순차적으로 50-35-90-21을 구입 했습니다.)


 조리개 링 또한 절도있게 반스탑 단위로 움직이고 기계적으로 이 이상 바랄것 없는 상태였다.


 또한 개인적으로 두 링의 작동범위 (스트로크 와이드)는 초점링 무한대-0.7미터 까지 거리가 매우 짧아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스트로크가 긴 것으로 유명한 다른 렌즈로는 (렌즈 자체가 아주 다르지만) 유명한 6군 8매가 있고, 또 아주 큰 녹티룩스 0.95의 스트로크 거리 또한 매우 길다. 혹자는 긴 스트로크를 선호할 수 있으나 내 경우는 현대에 정립된 스트로크 길이 표준이 마음에 쏙 든다.


렌즈의 전면부 필터 지름은 49mm
렌즈의 후면


생김새.


 아포란타 50mm와 35mm에서 크게 신경쓰이는 부분은 아무래도 후드 체결부다. 나는 보이그랜더가 왜 이 부분을 광택이 있는 은색으로 두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게 또 오묘한 것이, 보이그랜더의 모든 렌즈가 똑같이 디자인 되어 있는것도 아니고, 90mm APO-SKOPAR와 21mm NOKTON의 경우 렌즈 몸통과 후드 체결부가 같은 색상으로 일체감 있게 디자인 되어있다. 


 그 외의 렌즈 디자인적 측면으로 봤을때엔 더 바랄것이 없을만큼 간결하고 훌룡하다고 생각한다.


 무게와 부피 모두 휴대에 최적화된 형태로, 보이그랜더 또한 경쟁사인 라이카와 충분히 비견할 자신만의 독자적인 특색을 갖추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담.


 APO-LANTHAR라는 렌즈 이름의 유래는 오래전 보이그랜더가 발매한 렌즈에 있다고 한다.  LANTHAR는 Lanthanum(란타넘)을 지칭하는 단어인데 이는 희토류에 속하는 원소이며 산화 란타넘을 카메라 렌즈용 유리에 첨가하면 빛의 굴절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죽 고굴절 렌즈를 만드는데 사용된 방법중 하나로 APO-LANTHAR는 산화 란타넘을 사용하여 설계에 큰 잇점을 가져왔다고 추측할 수 있다. (나는 정확하게 굴절률이 높으면 왜 좋은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막연하게 고굴절=저분산=수차 발생 저하 라는 정도로 이해할 뿐이다.) 그러나 나(우리)가 이 새로운 50mm APO-LANTAHR 에 이름처럼 산화 란타넘이 사용되었는지 쉽게 확인할 길은 없다.


 *산화 란타넘 외 토륨을 첨가(?)하는 방법도 고굴절 렌즈를 만드는 방법 이었으나 이는 토륨의 방사선이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것이 우려되어 현재는 산화 란타넘으로 대체 되었다고 한다.




사진들.


 모든 부분이 마음에 드는 렌즈로 열심히 할 일은 사진을 찍는것 뿐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혹은 일상에서 나는 50mm APO-LANTHAR를 자주 사용했다. 사진이 주는 투명감, 강하면서도 청량한 발색 그리고 선명함은 내게 렌즈를 사용하는 즐거움을 들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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