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랜더 아포란타 35mm 이야기
보이그랜더는 늘 VM 마운트의 종가 브랜드인 라이카만큼 특별한 스펙의 렌즈를 내놓으며 사용자들의 목마름을 해결해(혹은 부추겨) 왔다. 35mm APO-LANTHAR렌즈도 그중 하나인데, 내 기억에 아포란타는 라이카에서 2021년 APO SUMMICRON F2를 발매한 전후에 발표 및 발매가 되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라이카 렌즈의 파괴적인 가격 대비 같은 타이틀 'APO 아포'를 들고 나타난 렌즈에 관심이 안갈래야 안 갈 수 없었다. 특히 실제로 비교를 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라이카의 APO SUMMICRON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수입되는 개체의 수가 워낙 적다) 오히려 APO-LANTHAR는 흥미를 더욱더 끌었다. 이전까지 M 마운트 35mm 렌즈의 대표 격인 SUMMICRON ASPH. F2보다 근접 촬영거리가 20cm나 짧아진 (최소 초점거리 50cm)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사실 이제는 보이그랜더 렌즈의 만듦새에 대해 굳이 여러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이전 50mm 아포란타 이야기에서도 했던 말을 되풀이할 뿐이다. 흔히 외국 리뷰어들이 말하는 'built like a tank'라는 표현처럼 너무나 튼튼하고 기계적으로 완성도 높이 만들어졌다. 조작감은 20여 년 전 시절의 보이그랜더 렌즈들을 아득히 뛰어넘어 라이카(비교대상은 늘 라이카였다)와 비등하다. 물론 라이카와 조작감은 다르지만 나는 그 조작감의 다름을 낫다 못하다로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보이그랜더 렌즈는 이제 라이카의 몇 배나 싼 가격이면서도 서로 특색만을 비교해도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아포란타의 렌즈 특성, 스펙 등의 내용과 삼각대를 놓고 렌즈의 중앙부, 주변부를 살펴본 종합정보는 이전에 작성한 리뷰로 대신합니다. :)
하나, 기계적인 부분에서 살펴볼 부분이 있다. 바로 표준계인 35mm, 50mm 아포란타에는 포커싱용 노브(knob)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포커싱 노브가 없다고 해서 포커싱에 불편함이 있지는 않다. 계속 말한 것처럼 보이그랜더 렌즈 특유의 잘 만들어진 바디의 포커싱은 부드럽고 끊어짐이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포커싱 노브가 없는 것이 렌즈 디자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여전히 렌즈 앞의 크롬링은 내 취향과 멀다고 생각한다)
전에 작성한 렌즈 리뷰를 참고하고, 스스로 렌즈를 사용하면 할수록 제조사가 내세우는 "해상력과 콘트라스트 재현에서 최고의 성능을 재현하고 있다."는 말이 수긍이 된다.
결국(?) 최고로 샤프하고 현대적인(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얻기 위해 나는 35mm, 50mm 아포란타를 선택해 사용하게 되었다. 이것은 라이카 렌즈에 대한 대안을 찾았다는 의미보다는 내가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하나 더 얻었다는 의미다. 물론 라이카가 덜 샤프하고 현대적이지 못한 렌즈라는 의미는 아니다. 도무지 잘 비유할 수 없으니 음식으로 말하자면 빈달루 카레와 마살라 카레의 다름이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이렇게 미묘하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무래도 두 브랜드 간에 존재하는 가격차이라는 부분에 있다고 하겠다. 만약 두 브랜드 간 가격차가 크지 않았다면 이런 미묘한 감각적 비교가 아닌 완전히 동등한 의미에서 서로 다른 방향성만을 오롯이 내세울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