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결국 X1D시스템은 얼마 사용하지 못하고 다시 M10 계열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M10은 M10R, SL2, M11에 이르러 S5M2와 듀얼 시스템으로 정착되었다. 이 듀오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다만 S5M2는 영상에 편향되었고 M11에 이른 사진전용 시스템은 점점 사용하기 어렵게 되었다. 왜냐하면 내게도 결국 피해 갈 수 없는 노안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노안은 후면 LCD사용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였기에 나는 자연스레 S5M2의 EVF(VISOFLEX)를 선호하게 되었다. M의 옵티컬 뷰파인더는 촬영 시에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LCD로 리뷰를 하는 것이 갑갑해 M에서도 EVF를 주로 사용하게 되었고 그것은 M사용성에 있어 별로 좋은 감각을 선물해 주지는 않았다. 때문이 이 시기엔 “전자식 뷰파인더가 달린 M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늘 하며 지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늘 나로 하여금 SL2를 메인카메라 물망에 올려놓게 하였으며 실제로 몇 번을 구입해서 사용했다. 다만 S5M2를 구입한 이후엔 SL2를 다시 사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그럭저럭 불안불안(?)한 시스템을 사용해 오던 2023년의 마지막에 이르러 결국 ‘이럴 바엔’ 병이 도지고 말았다.
그 옛날 어떻게든 M으로 모든 걸 다 찍겠다는 포부는 어디론가 사르르 녹아 사라지고 ‘아이 참 이건 너무 불편한데!’라는 생각이 들어 사진 작업은 느려져만 갔다. 거기다 혼자 동영상 작업을 하려다 보니 너무 치이는 게 많아 영상작업은 아예 휴업상태가 되었다. 그러니 이런 상태를 타계하기 위해(?!) M과 S5M2를 다른 어떤 카메라로 바꾸는 마이너스 연금술을 행해야겠다는 생각에 엉덩이가 들썩들썩하고 만 것이다.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미워도 다시 한번’인 SL2였다. 가격도 많이 내렸고 S5M2용 렌즈들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렌즈들을 굳이 살 필요도 없었다. 좀 크고 무겁지만 AF, 손떨림방지 그리고 내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컬러링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 마에스트로엔진, 배터리 사용상에 에로점이 있지만 동영상도 가능한 점 등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 하는 느낌으로 SL2가 자꾸 유혹을 해 왔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왕지사 장비 바꿈을 할 때엔 그래도 새로운 것으로 가 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있는 것도 사실이었고, 바로 이 시점에서 X2D가 처음으로 레이더에 걸려들게 된다.
너무 느리고 부족한 성능 때문에 한 발 물러서야 했지만, 그 미려함과 어떤 면에서는 SL2보다 가볍고 작은 크기 그리고 압도적인 화질을 보장하던 X1D가 후속기의 후속 기인 2세대 모델을 출시했으니 한 번은 만져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매장에 찾아가 X2D와 새로운 렌즈들을 만져본 나는 충격에 빠졌다. X1D로부터 6년이 지난 X2D는 화소가 두 배인 1억 화소가 되었고 느렸던 콘트라스트 AF는 이제는 정말로 차분히 쓸만한 위상차 검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 나온 XCD V렌즈들은 전의 렌즈들보다 빠르고, 작고, 조용하고 밝아졌다.
결국 나는 처음 X2D를 만져보고 이틀이 지난 시점에서 이번이야말로 시스템을 바꿀 때라고 대충 서른 번 째쯤 되는 결단을 내리고야 말았다.
그렇게 라이카와 파나소닉의 모든 시스템을 정리하고 처음 손에 넣은 것은 X2D와 28mmV, 55mmV렌즈였다. 그리고 그 후 몇 주에 걸쳐 90mmV, 38mmV렌즈를 사들였다. 정말이지 운이 좋게 중고 제품들을 살 수 있었기에 예산을 조금 더 보태어 35-75 줌렌즈까지 구할 수 있었다. 차례로 폭풍처럼 렌즈를 사게 된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시스템이 아주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큰 판형 대비 아주 작고 가벼운 바디와 렌즈들, 조용항 모터 구동음과 더욱 정숙한 셔터소음, 화사한 화질과 쓸만한 속도의 AF, 밝고 시원한 EVF와 LCD를 갖춘 꿈에나 그려볼 법한 시스템이 드디어 제 모습을 갖춘 느낌이었다. 그리하여 시스템을 갖춘 이후 느릿느릿 행복한 적응기간을 갖고 있는 요즘이다.
예열기간을 잘 보낸 후 본격적으로 X2D와 함께할 시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