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항상 같은 생각을 한다. 오늘은 명심이가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가게 마당에 살던 어린 고양이 명심이가 훌쩍 떠나버린게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중이다. 문제없이 한 곳에 잘 살다가도 훌쩍 떠나버릴 수 있다는 게 길냥이들의 습성이라 들었다. 이제 몸도 커지고 활발하고 건강한 성묘가 된 데다가 평소 하던 짓을 보면 어디서 지고 다니진 않을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동네에 많은 스쳐간 길냥이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엔 우린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교감했다.
이제 생후 1년을 조금 넘긴 시점에서, 명심이는 어디로 간 걸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곤 한다. 원래도 24시간 가게 마당에 상주한 건 아니었고 마당에 사는 다른 고양이 명수와 같이, 때로는 따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했는데 그러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건 아닌지. 어릴 때부터 가게 마당에서 사람들과 접촉하며 살아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부족한데 그래서 누가 키우겠다고 덜컥 데려간 건 아닌지. 시에서 길냥이들을 잡아다가 중성화 수술을 시켜서 풀어주고는 하는데 그때 원래 살던 곳 근처로 방사가 안 된 건지.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만 예전에 한번 그랬던 것 처럼 발정기가 와서 다른 짝을 찾아 새 터전으로 떠난 것인지. 가끔 암컷 고양이들이 가게 마당에 오면 관심을 잔뜩 보이던데 밖에서 다른 고양이 짝을 만나 잘 살고 있었으면, 차라리 그걸 알 수 있으면 걱정이 없을 것도 같다. 매일 챙겨주던 사료가 없을텐데 먹을 것들은 잘 구하며 살았을까. 무더웠던 이 여름을 잘 견뎠을까. 지나간 심한 폭우엔 안전한 지붕 밑을, 비가 들이치지 않아 털이 젖지 않을 공간을 찾았을까.
가게에 출근하며 늘 생각한다. 늘 그랬던 것처럼 재빠른 몸으로 담을 타고 마당으로 내려와서 약간 쉰 목소리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걸었으면 좋겠다고. 마당에 있는 테이블 위가 자기 침대인 양 배를 뒤집고 누워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챙겨주던 동생이 사라져 좀 서운할지 모를 고양이 명수와도 장난치며 노는 모습이 그립고, 자꾸 가게 실내로 들어오려고 애쓰던 모습이, 난 못들어오게 하려고 실랑이 하던 때가 이젠 꿈같은 일이 되었다.
핸드폰 카메라에 담긴 아기고양이 때부터의 사진과 영상들, 마당 한쪽에 덩그러니 남은 고양이 밥그릇 두 개. 너무 추웠던 지난 겨울을 날 때 쓴 고양이으로 만들어진 텐트처럼 안에 쏙 들어갈 수 있는 쿠션 두개, 동물병원에 데려갈 때 쓴 케이지 하나만 흔적으로 남은 게 참 섭섭하다. 사실 많이 슬프다. 어떻게 보면 꽤나 무미건조한 내 일상에서 여러 감정들을 느끼게 해 주는 좋은 친구였는데, 이렇게 갑자기 사라질 줄은 정말 몰랐으니까. 더 많이 놀아줄걸 하는 후회도 지겹다.
내일 아침에도 같은 생각을 할 것 같다. 발걸음이 닿는 대로 하루하루 자꾸 멀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동물의 마음과 생각을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나만 애타는 것이겠지. 그래도 명심이가 너무 먼곳에 있지만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