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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Aug 29. 2015

「가장 멍청한 세대」

SNS로 알게 된 지인 하지만 반SNS적인 책


내가 책을 고를때 처음으로 보는 기준은 저자이다. 좋은 책을 읽고 나면 그 저자의 이름으로 검색하여 그가 쓴 책들을 사서 읽고, 새 책이 나오면 정보를 보지도 않고 구입한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가장 멍청한 세대」의 저자 마크 바우어라인의 책을 이전에 읽어본 적은 없다. 평소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지인 한 분을 소개해 주셨고,  그 분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사실 그 분과는 SNS 친구일 뿐 실제로는 만나본 적이 없는 사이이다. SNS로 알게 된 사람에게서 추천 받은 책이 「가장 멍청한 세대」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저자인 마크 바우어라인은 에모리 대학 영문과 교수이며, 미국 국립예술 진흥회에서 일하면서 문화와 삶에 대한 연구를 감독했다. 그는 수 많은 잡지에 기고하고,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대중과 활발히 접촉하며 강연하는 그는 한 페미니즘 단체에서 가장 인기있는 지성인으로 뽑힐 정도로 미국의 일반대중에게는 잘 알려진 작가라고 작가소개에 나와있다.


마크 바우어라인

An interview with Mark Baurelein (영어 버전이에요)

:http://growingleaders.com/blog/an-interview-with-mark-bauerlein-part-1/


테크놀로지와 지성의 연관성


마크 바우어라인은 자신의 저서 「가장 멍청한 세대」에서 디지털 활동과 전자 오락 등의 테크놀로지가 현재의 젊은이들을 멍청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인하여 멀티테스킹에 능하고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하며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젊은이들의 지성이 수준 이하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젊은이들은 자신의 지성의 폭을 넓히는 욕망보다도 또래 집단에 어떻게든 속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훨씬 더 크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책을 읽고, 예술을 접하고, 박물관에 가기보다는 핸드폰과 컴퓨터를 이용하여 SNS에 접속하고 사진을 업로드 하는 것이 그들의 주된 활동이라 말한다. 어떤 학자들은 이러한 생활방식을 가진 지금의 젊은이들이 이전 세대에 비하여 지능이 고, 자신감이 있으며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마크 바우어라인 또한 현재의 젊은이들이 IQ는 이전 세대보다 높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IQ 테스트가 대부분 공각지각능력을 측정하는 문제로 이루어져 있고 이는 스크린 세대인 현재의 젊은이들이 이전의 세대보다 뛰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저자는 통계를 통하여 지금의 젊은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역사 정보가 부족하며, 시민으로 비활동적이고, 언어구사가 자유롭지 못하고, 수학적 재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증명방법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의 탁월한 점은 주장 전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논제 →기존의 주장소개→통계→새로운 결론' 이라는 방법을 통하여 마크 바우어라인의 주장을 전개해 나간다.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는 방법은 다분히 학술적이기에 논문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러한 증명 방법은 책을 읽는 독자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데 탁월하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때 단순한 가설이 아닌 숫자가 있는 통계를 제시함으로써 기존의 의견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논리적 구조와 숫자의 조합으로써 그는 주장의 당위성을 밝힌다. 독자는 충분히 그의 의견에 동감하고, 받아 들이게 된다.


모두 잃어버린 세대

「가장 멍청한 세대」에서 저자는 현대의 세대는 또래 집단에 속하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디지털 문명을 신중함 없이 사용한다고 말한다. 그 욕망은 지적 성취에 대한 욕망의 촛불을 꺼뜨리고 단순히 또래 집단이 열광할 만한 짧은 글과 사진 위주의 포스팅을 창출한다. 그 결과, 사회적 관계에서는 성공하더라고 결국 지성을 잃어버린 세대가 된다는 것이 바우어라인의 주장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세대가 단순히 지성만을 잃어버린 세대가 아닌 사회적 관계에서도 실패한 세대라고 말하고 싶다. 사회적 관계의 성숙은 나와는 다른 사람 즉 '타자'와의 만남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가치관의 충돌, 그로 인한 부정성, 내면의 변화와 부정의 화해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문제는 지금의 세대는 이 귀찮고 어려운 과정을 과감하게 스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의 젊은 세대들은 실재의 삶에서의 사회적 관게보다는 SNS를 통한 사회적 관계를 더욱 중시하고 넓혀나가고 있다.  문제는 이 사회적 관계에는 '거절'이 쉽다는 점이다.   

클릭 한번으로 차단이 가능해진 관계

SNS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관계는 내가 원치 않느다면 클릭 한번으로 끊을 수 있는 가벼운 관계이다. 상대방이 나의 취향, 철학과 맞지 않는 포스팅을 SNS상에 올렸을 경우 제목만 보고서도 그  포스팅을 스킵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 웹상에서도 원하는 기사와 관심있는 글들을 읽게 된다. 이는 실재의 생활과 독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고 조금이라도 어려우면 관계를 쉽게 정리하고 읽기 힘든 책은 제목만 보고도 차단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독서를 통하여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분야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사회적 관계를 넓히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다. 내가 읽어보지 못한 글을 읽어보지도 않고 차단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가질 수 없게 만든다. 극단적으로까지 말한다면(나는 사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젊은 세대가 지적 성취와 사회적 관계의 확장 두 가지 모두를 잃어버린 세대가 되게끔 만들었다.


아쉬운점


이 책의 가장 아쉬운 점은 바로 '번역'이다. (번역가님 죄송해요...) 책을 읽다보면 이 저자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차라리 영문 인터뷰 동영상을 보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바우어라인의 책 소개:  https://www.youtube.com/watch?v=vzNkW2eyR-I

책은 각 문단의 주제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으며 각 문장의 호흡은 너무 길다. 이로 인하여 책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오역이 될까봐 직역을 할 수도 있지만 영어적 표현은 한글로 읽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나만 그런가)


두 번째로 아쉬운 점은 마크 바우어라인은 젊은 세대의 지성 없는 삶의 이유가 단순히 테크놀로지의 발전이라고만 규정 짓는 것이다. 과연 젊은 세대들은 테크놀로지 때문에 지성을 포기했을까? 지성이 없어도 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 아닐까? 기존의 세대들이 지성보다는 돈을 벌 수 있는 기술과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을 사겨야만 하는 궁지로 젊은이들을 몰아넣어서라는 생각은 안해보았을까? 또 한 편으로는 기존세대에 대한 실망으로 인한 자율적 무지함을 추구하는것은 아닐까? 이전 세개의 지식인들은 지성의 확장과 성장이 왜 중요한지 현대의 젊은이에게 말하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지성 있는 세대들에게 많이 지쳤다. 그래서 닮으려 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만약 지성의 확장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의 책을 읽었더라면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지성이 없어지는 젊은 세대를 비난하기 전에 왜 지성이 없는 삶이 불행한지 그리고 지성의 확장과 성장이 필요한지를 설명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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