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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Dec 07. 2023

지인의 아버지 장례식장, 웃음 속의 감정

어제, 지인의 아버지 장례식장에 참석했다. 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지인은 뜨거운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미소 뒤에 감춰진 마음은 어떤 감정일까?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장례식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나를 반겨주는 지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미소는 마치 햇살 같았다. 그러나 그 뒤의 눈빛은 햇살만큼 환하지 않았다. 숨겨진 감정이 뭔지 알 수 없게 흐려진 눈빛, 그리고 입가에 흔한 미소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듯한 표정.


지인의 손을 잡으며 나눈 인사는 그동안 느낄 수 없었던 따스함과 고요함이었다. 그리고 지인이 나에게 하는 이야기 속에는 지나간 아버지와의 소중한 순간들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어색한 기분과 함께하는 장례식장의 분위기 속에서 지인은 당당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 그림자처럼 숨어있는 감정을 엿볼 수 있었다.


장례식장 내부로 안내받으며 지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버지를 담은 사진과 함께 지인의 가족들이 모여 애도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인은 뜨거운 대화와 따스한 웃음 속에서도 어딘가 먼 존재와의 교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아무래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부족함과 허전함이 감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 뒤 장례식장을 둘러보면서 다른 참석자들도 지인과 비슷한 표정을 지니고 있었다. 상실의 큰 그림 속에서 각자가 다르게 표현하는 감정들, 그것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장례식장은 정적이면서도 생생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속에서 지인의 어깨가 툭 무거워지고, 간간이 눈물이 나타나는 순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도 지인은 자신의 아버지와의 소중한 순간을 기억하며, 그 미소로 기억하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그동안의 힘들었던 시간들은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그 순간 지인과 함께 한 소중한 기억을 마음에 담아두려 했다.


어제 지인의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보았던 풍경은 삶의 무게와 가벼움, 슬픔과 기쁨이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지인은 웃음으로 가려진 눈빛과 함께 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겪어온 아픔과 슬픔은 그의 마음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장례식장은 감정의 교감의 장소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이렇게 감정이 교차하는 장면들을 목격하며 나도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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