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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Jul 16. 2024

맑은 날에 비옷 입고 장화신기

ep.13 그래 그럴 나이지

해가 쨍쨍한 날이었다.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데 오늘은 엄마가 아닌 아들이 옷을 고르기 시작한다. 어라, 만 3세인 아들의 손이 옷서랍이 아니라 옷걸이의 옷을 살핀다. 뭐지? 아, 아이손이 닿기 좋은 높이에 걸어두었던 비옷에서 아이의 손이 멈췄다.


겨울이면 파카로 가득 차고 여름이면 샤워가운과 비옷으로 채워지는 아이의 옷장이 있다. 이제 긴 봄이 끝나고 여름이 다가오는 관계로 장마를 대비한 비옷을 걸어두었다. 그런데 그 우비가 이렇게 맑고 화창한 날에 아이의 선택을 받았다.


-비옷 입고 이렇게 화창한 날에 우비는 어울리지 않아.

-아냐 이거 입을 거야.


아이는 우비를 걸치더니 신발장에서 장화를 찾고 있다. 


-오늘 비 안 오는데?

-(꺼내놓은 운동화를 가리키며) 이거 안 신을 거야. (장화를 가리키며) 저거 신을 거야.


스파이더맨 그림이 그려진 장화를 찾았다. 해가 쨍쨍한 맑은 날에 우비에 장화를 신었다. 이 녀석이 우산까지 쓰려하기 전에 어서 등원을 준비해야 한다.


비 오는 날 우비 입고 장화 신은 채 물웅덩이를 첨벙거리던 일이 재미있었나 보다. 그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우비와 장화를 찾은 건 아닐까.


밖으로 나가서 날씨가 맑음을 확인하고 더워지면서 우비는 엄마 손에 쥐어졌다. 장화는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까지 함께했다. 그날은 매일 우비 입고 장화 신고 나갈 기세라서 걱정했지만 그날도 한 때였다. 다행히 다음날은 엄마말을 듣고 장화를 고르지 않았다. 그래 그럴 나이지.


맑은 날에 장화신기 https://www.pexels.com/
우비 입고 장화신기 https://www.pexels.com/


맑은 날에 장화신기 https://www.pexels.com/
맑은 날에 장화신기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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