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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Jul 09. 2024

한겨울에 맨발에 크록스신고 어린이집 등원하기

ep.12 백문이 불여일견, 경험해 봐야 깨닫는 성격

때는 2023년 겨울이었다. 어린이집에 가려고 준비하며 현관에 오늘 신을 아들의 운동화를 미리 꺼내놓았다. 아들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신발장을 열었다. 아이 신발은 모두 아이 손이 닿는 신발장 아래쪽에 모여있었다. 아들은 그중에 크록스를 꺼냈다. 겨울용 털크록스도 아니고 구멍 숭숭 뚫린 여름용 크록스를 신고 어린이집에 가겠단다.


crocs/ pexels.com


처음에 엄마는 안된다고 했다. 겨울에 크록스를 신으면 발이 시리다고 해도 아들은 막무가내였다. 차를 타고 등원한다면 한겨울에 크록스를 신건 말건 상관이 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뚜벅이족이라 한겨울에도 밖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출근시간이 가까워지니 더 이상 실랑이 하지 못하고 아들은 한겨울에 크록스를 신고 등원했다. 그것도 맨발에 신겠다고 했으니 말 다했다. 엄마는 아들의 한겨울 맨발 외출로 감기라도 걸릴까 봐 비상이었다. 어린이집 가방에 양말도 넣어두고 운동화도 비닐봉지에 따로 챙겨 들고 갔다.


아들 덕분에 짐이 늘어났다. 한숨도 늘어났다. 이런 아들 둘셋을 키우는 분들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버스를 타고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아들은 본인이 하겠다고 했으니 어찌어찌 가는데 발이 시리긴 한가보다. 다음에는 운동화를 신고 가겠단다.


그래, 아들아, 경험은 소중한 것이지. 한겨울 맨발에 크록스를 신어보니 알겠지? 발이 시려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몸소 깨우쳤겠지?


해봐야 알지. 엄마말만 듣고 어떻게 알겠어. 아들의 실험정신을 높이 살게. 그래도 사랑한다. 내 아들. 내년 겨울에는 안 그럴 거지?


crocs/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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