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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Jun 25. 2024

밖에서 걷다가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ep.10 2023년에 자주 일어난 일

그때는 둘째가 예전 한국나이로 세 살이었다. 밖에서 잘 걷던 아들이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아~~~“

주위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이목이 집중된다.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었을까. 가끔 그런다. 네 살이던 작년까지 자주 그랬다.


shouting kid, https://www.pexels.com/


엄마와 바깥에 나오는 것이 신이 나서였을까. 백일 무렵부터 밖으로 다니는 것이 일상이었던 첫째와 다르게, 2020년 초, 팬데믹시작과 함께 태어난 둘째는 첫째에 비해 집안에서 생활을 많이 했다.


둘째의 돌이 지나고 세 살이 지날 무렵 세상은 팬데믹에 익숙해지고 사람들도 조금씩 무뎌지면서 잠잠해졌다. 세 살 무렵부터 둘째는 엄마와 단둘이 외출이 잦아졌다.


둘째는 그동안 몰랐던 세상이 너무 신기했던 걸까. 왜 소리를 지르냐고 물어보면 ‘모른다’고 대답했다. 자기도 모르게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 모양이다. 남들은 ‘아~ 좋다.’라는 말이 힘이 좋은 아들은 아주 큰 목소리를 내게 만드는가 보다. 목청도 좋다.

버스를 처음 타던 세 살의 둘째가 조용한 버스 안에서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엄마에게 창가를 보며 큰 소리로 말 거는 모습도 일맥상통해 보인다. 세상이 신기해서 그랬나 보다. 처음에 네 모습을 보고 엄마가 널 이상한 아이라고 오해해서 미안해.


버스 안, https://www.pexels.com/


버스에 탈 때마다 기사분부터 맨 뒷자리 앉은 사람까지 모두가 잘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말할 때, 앞 좌석을 발로 칠 때마다 몇 번씩 반복해서 ‘그러면 안 된다 ‘고 말해주고, 버스 안에서는 조용히 하는 거라고 알려줬더니 2년이 지난 지금은 버스 안에서 아주 신사답다. 사람을 ‘이거, 저거’라고 부르는 것만 빼면 말이다.


둘째는 요즘 버스에 자리가 나면 바르게 앉아서 창가에 시선을 두며 주위만 두리번거리고, 할 말이 있으면 엄마 귀에 속삭이며 말한다. 그래, 그렇게 교육받으며 자라는 거야. 네가 사회생활을 잘하려면 그렇게 배우는 거야. 넌 이제 배운 사람이야.


그거 하나 가르치는데 2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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