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곤 별다방 Jun 17. 2024

엘리베이터 안에서 남의 간식받기

ep09. 넉살 좋은 네 살 2023년 5월

어느 주말, 하루종일 집에서 지루해하던 씽씽이가 아빠와 오후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 근처 공원에서 어린이 자전거인 스트라이더를 타고 왔는데 오는 길에 무얼 사 왔는지 아빠 손에 커다란 초코링 시리얼 과자봉지가 들려있다. 아빠는 평소에 공원 간다고 하면 딱 공원만 다녀오고, 편의점 간다 하면 딱 편의점만 다녀온다. 목적달성 후 바로 집에 오는 mbti의 계획형인 j스타일인데 오늘은 달랐다. 


"그냥 산책 나갔다 온다더니 뭘 사가지고 왔어?"라고 엄마가 물었다.


"사 오기는 뭘 사와. 우린 그냥 산책 갔다가 오는 길에 엘리베이터를 다른 사람하고 같이 탄 거야. 그런데 같이 탄 사람이 어디서 장을 봐왔는지 과자랑 먹을거리를 많이 사서 장바구니를 손에 들고 있더라고. 그런데 이 녀석이 맨 위에 있는 이 과자봉지를 보더니 '와, 맛있겠다. 이건 뭐예요.' 하면서 해맑게 묻는 거야. 그러니까 그 사람이 귀엽다면서 '너 이거 먹을래?" 하니까 이 녀석이 넙죽 받아온 거야."라고 아빠가 답했다.


"하하 이 녀석은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겠네."라고 엄마가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라고 아빠가 답했다.


별 걸 다 얻어오는 녀석이다. 첫째 튼튼이 같았으면 말도 못 붙이고 먹고 싶어도 자꾸 나만 쳐다봤을 텐데 둘째 씽씽이는 자기가 궁금하니까 직접 물어보고 심지어 먹을 것을 얻어오기까지 한다.


어릴 때부터 튼튼이는 먹을 거에 아예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씽씽이는 처음 보는 거면 뭐든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니 먹음직스러운 과자봉지가 보이자 물어봤을 거다. 같이 탄 사람은 아이의 그 마음까지 읽고 선뜻 과자봉지를 우리 아들에게 내어준 건 아닐까.


"그 사람도 착하네. 아이가 눈독 들인다고 선뜻 내어주다니 말이야. 우리도 베풀고 살아야겠어."라고 엄마가 말하자

"그래"라고 아빠가 답했다.



[노브랜드] 초코링 시리얼 570g/ 4,180 원



https://blog.naver.com/hackersingang/222713415678




이전 08화 새벽에 곤히 잠든 누나를 깨우는 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