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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Jun 10. 2024

새벽에 곤히 잠든 누나를 깨우는 힘

ep08. 백일 전에 일어난 일 2020년 1월

둘째의 임신사실을 알고 첫째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튼튼아, 너 동생 갖고 싶어?"

"응"


둘째가 찾아오지 않을 때, 첫째 튼튼이가 동생을 갖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동생이 생기면 네 장난감도 동생이 모두 가져가고, 네가 좋아하는 것들은 동생이 모두 망가뜨릴 수도 있다고 얘기해 줬다. 어쩔 때는 그래도 괜찮다고 하다가 어느 순간 동생은 없어도 괜찮은 거구나 생각할 무렵, 둘째의 임신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째 때 제왕절개를 해서 둘째 역시 자연분만을 하게 되었다. 출산예정일이 열흘 넘게 지나도록 나올 생각이 없는 첫째는 분만예정일이 지나도록 진통이 느껴지지 않아서 3번째로 간 병원에서 대기하다가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제왕절개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제왕절개는 자연분만의 언제가 될지 모르는 진통의 불확실성 보다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면에서 훨씬 경제적이다. 둘째는 자연스럽게 제왕절개를 하기로 했다. 좋은 날을 받아서 제왕절개수술로 둘째가 태어났다.


산후조리원에서 산후조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첫째를 데려올 수 없는 산후조리원인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격리가 심해져 보호자 1인 외에는 아이도 산후조리원에 들어올 수 없었다. 첫째는 유리창 너머로 둘째를 처음 만났다. 그랬던 둘째가 첫째를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첫날, 첫째는 엄마와 함께 자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침대 벽 쪽에는 신생아인 둘째를 눕히고, 가운데에는 엄마, 끝부분에는 첫째를 눕혔다. 침대 끝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계단식으로 된 침대에 쿠션과 베개들을 가득 모아 첫째를 보호하기로 했다. 그렇게 잠든 첫날 새벽에 둘째는 배가 고프다며 울어재꼈다. 인생처음으로 이렇게 큰 사이렌소리 같은 신생아의 울음소리를 들은 첫째는 반사적으로 몸을 90도 각도로 일으키며 일어났다. 눈도 못 뜨고 몸을 일으킨 첫째에게 말했다.


"괜찮아, 아기가 배고파서 운 거야. 아기가 쭈쭈 먹으면 다시 조용해져. 별일 아니니까 다시 잠들면 돼."라는 한마디에 첫째는 다시 누워서 잠이 들었다.


다음날에도 엄마와 같이 자겠다고 해서 두 아이와 함께 침대에 누웠다. 둘째 날에도 둘째는 새벽에 배가 고프다며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이 떠나갈 듯 울어재꼈지만 첫째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곤히 잠을 잤다.


그렇게 둘째 씽씽이는 곤히 잠든 누나를 새벽에 벌떡 깨우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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