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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Jun 03. 2024

어린이집 친구에게 프러포즈하기

ep07. 아플 때 그 친구가 자꾸 생각나고 보고 싶었어

시계를 2023년 8월로 잠깐 되돌려보자. 연나이 3세인 둘째는 한국나이로 4살이었다. 아이를 픽업하는 시간도 들쭉 날쭉했다. 아빠의 업무가 바빠지며 야근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가족 모두 힘든 시간이었다. 아이는 갑자기 열이 나며 아팠다. 첫째가 아프고 나을 때쯤 둘째가 따라서 아팠다.


둘째도 감기에 심하게 걸려서 열이 나는 바람에 아이는 어린이집도 이삼일을 쉬었다. 월차가 부족해 외할머니께 부탁을 해서 다행히 며칠을 돌봐주셨다. 주말을 포함해 어린이집에 5일 정도 못 가던 날이었다. 다행히 약을 먹고 열도 내리고 컨디션을 회복하고 어린이집에 다녀왔다. 둘째를 어린이집에서 픽업하고 버스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영화관이 보였다. 우리 팝콘 먹고 갈까? 하며 아이를 데리고 영화관으로 올라갔다. 여름이라 요리를 하면 주방이 더워지니 저녁식사를 대신할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영화관에는 팝콘 말고 피자도 팔고 있었다. 평일 오후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아이는 피자를 보더니 팝콘이 아니라 피자를 먹고 싶단다. 그래 피자를 주문하자. 15분 정도 기다리라고 했다. 아들과 영화관 옆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오늘 어린이집은 어떤 게 재밌었어?"

"엄마, 나 ㅇㄷ이한테 결혼하자고 했어."


"그래서? ㅇㄷ이가 결혼하재?"

"아니, 싫대." (아이는 소파에 올랐다 내렸다 움직이고 있다.)


"씽씽아, 결혼이 뭐야?"

"같이 사는 거"


"왜 ㅇㄷ이한테 결혼하자고 했어?"

"나 열나서 아플 때, ㅇㄷ이가 자꾸 생각나고 보고 싶었어."


"아, 아플 때 보고 싶으면 결혼하고 싶은 거야?"

"응. 같이 있을 수 있잖아."


"그래, 근데 ㅇㄷ이가 싫다고 했으니까 이제 물어보지 말자. 알았지?

"아냐, 또 말할 거야."


"아니야, 두 번 세 번 자꾸 말하면 ㅇㄷ이가 싫어할 거야."

"아냐, 나 ㅇㄷ이랑 결혼할 거야."


"친구가 싫어하는데 자꾸 말하면 별로 안 좋을 거 같은데? 그럼 두 번만 더 말하고 싫다고 하면 그만 말하기 알았지?"

"알았어."


피자가 나왔다. 어린이집에서 여자친구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니, 게다가 결혼하자고 했다니 어이가 없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4세 반에서는 총 7명이 한 반인데 ㅇㄷ이는 어린이집 같은 반에서 말을 잘하는 편에 속하는 여자아이였다. 말이 조금 빠른 편인 두 아이는 말이 느린 다른 친구에 비해 서로 대화가 되었던 모양이다. 둘 다 둘째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일까. 누나가 있는 씽씽이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두 살 위 언니가 있는 ㅇㄷ이는 서로 통하는 게 많았나 보다.


작년에 3세 반일 때 살짝 아이에게 물었던 일이 생각났다.


“씽씽이는 반에서 어떤 친구가 제일 좋아? “

“ㅇㄷ이가 제일 좋아 “


라고 말한 적이 있어서 단체사진에서 ㅇㄷ이의 얼굴을 익혀두긴 했었다.


“여자친구 할래?” 가 아닌

“나랑 결혼하래?” 라며 결혼하자는 말을 했다니 귀엽기도 하고 결혼에 대해 비교적 맞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해 기특했다. 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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