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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Jul 25. 2023

아이 열 보초 서고 아침에 소아청소년과 다녀온 이야기

독감/코로나검사 비용과 신입사원인 엄마의 연차이야기

현재 일반 병원에서 진행하는 독감/코로나검사는 두 종류가 있다. 두 방법의 차이는 유료이냐 무료이냐의 차이다. 환자입장에서 검사 방법은 일단 둘 다 기다란 면봉으로 코를 찌르는 걸로 봐서 큰 차이가 없다.


검사 후 바로 결과가 나오는 코로나/독감 검사비용은 3만 원이다. 검사 후 하루 뒤에 결과가 나오는 코로나/독감 검사비용은 무료이다. 시간이 금인 맞벌이 엄마에게 코로나/독감 검사가 바로 나와야 그날 출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이 선다.


고열 39도까지 오른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도 불편하지만 별다른 증상 없이 열만 날 때, 매일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모 입장에서 개인 일정으로 바쁜 조부모님을 소환하는 것보다 어린이집이 더 편리하다.


코로나/독감 검사 결과 음성이라는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를 들이밀고 일단 어린이집에 둘째를 맡겼다. 퇴근하고 바로 올게요~라는 말을 남겼다. 다행히 아이도 순순히 어린이집에 갔다. 고맙다.



열감기가 유행인가 보다. 오늘 아침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 우리 아이가 검사할 때만 해도 코로나/독감검사를 대기 중인 어린이가 우리 앞에 3명 있었다. 쪼르르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알려주는데 ‘아무것도 아니에요’라고 하는 간호사 말이 참 고맙다. 코로나/독감 아무것도 아니니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증상에 맞추어 약처방을 받으면 끝난다. 우리 아이까지 4명 모두 음성이란다. 다들 열만 나는 모양이다.


의사 진료를 마치고 3일 치 약처방을 내어줬다. 오늘이 월요일이니 수요일이면 약이 끝난다. 안된다. 혹시 빨리 나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증상이 달라도 먹던 약이지만 계속 먹여야 경험상 증상이 더욱 심해지지 않는다. 주말에 진료를 볼 수 있을 때까지 먹을 약이 필요하니 의사에게 5일 치 약 처방을 부탁한다.


지난해에 겨우 경력단절녀에서 벗어나 맞벌이 부모가 된 나는 이 회사에 입사한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다. 지난달에 만근을 해야 이번 달에 연차가 하나 생기는 1년 차 미만의 신입사원이다.


6월에 첫째와 둘째 아이의 학교와 어린이집 일정으로 쪼르르 쓴 연차와 보건휴가로도 모자라 나와 두 아이가 아파서 쓴 결근, 집안의 누수로 인해 쓴 결근까지 합해 총 5일을 쉬었다. 이번 7월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만근을 해서 연차를 되찾기로 했다.


생리 휴가로도 불리는 보건 휴가를 쓰면 주휴수당은 나오지만 급여가 깎인다. 무급이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 하루를 더 쉬게 되면 나는 연차가 없어 결근이 된다. 반차를 쓰면 주휴수당이 깎이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다. 불가피한 일이 아니라면 반차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겨우 최저시급보다 약간 나은 정도의 월급을 받는 내가 결근으로 주휴수당까지 빠지게 되면 하루만 쉬어도 총급여에서 십만 원 가까이 줄어들어 타격이 꽤 크다. 이것이 열나는 아이가 있어도 내가 출근하는 이유이다.


지난 4월에 두 아이가 모두 아파서 5일간 결근한 적이 있다. 입사 후 그렇게 오래 쉬어본 건 처음이었다. 하루 차이로 첫째를 따라서 둘째도 열이 나고, 둘째는 낫는데 더 오래 걸려 간호하던 나까지 시름시름 앓던 날이었다.


모두 건강해지고 나서 회사로 돌아오니 남는 건 결근으로 깎인 월급에 포함되지 못한 주휴수당이었다. 4월 첫날 개인일정으로 쉰 뒤 그다음 주에 아파서 목금월화 이런 식으로 결근을 하게 되니 3주 차 주휴수당이 훅 날아간 것이다.


돈이 무슨 소용이니 건강이 우선이지라고 생각했지만 급여명세서를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주휴수당이 적지 않으니 챙겨 먹어야겠다고 말이다.


둘째는 오늘도 열이 난다. 38도를 오르락거리는데 물수건도 마다하고 해열제도 싫다며 스스로 견디고 있다. 토요일 새벽 6시부터 시작된 열이다. 오늘이 화요일이니 4일째 고열이다. 나는 4일째 새벽마다 열 보초를 서고 있다.


키 102cm, 몸무게 17kg, 42개월 남아야 얼른 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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