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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Jul 25. 2023

눈높이 러닝센터에서 눈뜨고 코베인이야기 #2

눈뜨고 베인 코 다시 붙인 이야기

모범택시 드라마처럼 기억해야 잃어버린 내 것을 되찾을 수 있다, 사건 당일과 일련의 과정을 차분하게 생각하고 기억하자. 그리고 억울함을 고발하는 방법은 감정은 빼고 객관적으로 적어보는 것으로 시작하자.


일상은 바쁘다. 백조는 물 위에 한가로이 떠있는 듯 보이지만 멀리서 보는 사람은 백조가 물갈퀴를 물속에서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오늘은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잊혀가는 나의 일상을 기록하기 위함이다.


남겨도 그만 안 남겨도 그만인 일상이지만 사이다보다 더 시원한 소화제 위청수 같은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을 때 펼쳐보고자 기록한다.



나는 이 일을 ’ 눈높이 러닝센터 사기건‘으로 명명했다. 모든 눈높이가 사기를 치는 건 아니다. 물속 미꾸라지도 한 두 마리 때문에 흙탕물이 되듯이 내가 2022년 12월 20일 원장으로 불리던 센터장과 만나서 나눈 말이 어긋났다가 되돌아온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023년 5월 23일 소비자보호원(소보원)을 통해 4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환불받은 과정을 기록한다. 나에게는 기억을 기록해서 끝까지 싸워 이긴 기록이다.


결론적으로 나에게는 사건이 발생하고 5개월 만에 잘 해결되니 소화제 위청수 같은 속 시원함을 느꼈다. 잘 해결되어 속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을 꼭 기록해 두기로 한다.


사건을 접수하던 3월, 새벽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12월과 1월, 2월에 일어난 일을 되짚어가며 깨어있던 나를 보상해 준 일이다.


사실 2022년 12월, 눈높이 러닝센터에 방문해 상담한 내용이 센터장을 통해 잘 진행되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좋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나는 눈높이 센터장, 카드사 직원, 눈높이 본사 고객센터, 눈높이 지국장, 눈높이 사무실 행정직원, 소비자보호원 직원, 눈높이 교육국장까지 총 7명의 연락처와 소통해야 했다.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는 돌다리도 두드려보듯 처음 하는 일이건 자주 하는 일이건 되새겨보고 하나하나 살펴볼 일이다.


애초에 카드사에 3월 회비가 협의 없이 자동이체로 결제된 부분은 3월 2일 신학기가 시작된 날 아이가 원치 않아 눈높이 러닝센터에 가지 않았으므로 환불처리가 되었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지만 일부는 카드환불이 되고 8만 원은 계좌이체를 받았다. 카드사에서 해주는 일은 여기까지였다. 눈높이 러닝센터에 3개월간 회비로 결제된 총 1,155,000원에서 3월분 수강료 385,000원을 카드취소하고 770,000원이 남았다.


처음 카드사를 통해 환불요청으로 연락했을 때 느낀 점이 있다. 대교 눈높이 러닝센터장과 대교 눈높이 본사 고객센터 상담사 그리고 대교 눈높이 지국장은 한 통속이었다. 그런 시간표로 수업을 짜면 월 385,000원 금액이 맞다는 논리였다. 과목별 요일별 시간표는 내가 아닌 센터장이 짰다. 내가 요청한 수업은 수학과 국어였다. 수학과 국어라는 단어만 넣은 이상야릇한 과목이름들이 아니었다. 써밋국어 써밋수학 등등


센터장이 짠 시간표를 분해해 봤다. 교육청에 신고되지 않은 과목 그리고 신고된 시간과 다르게 우리 아이에게 적용된 수업시간을 발견했다. 교육청에 신고된 시간표대로라면 매일 50분 정도 부족한 수업시간이었다. 찾았다.


소비자보호원 홈페이지에는 여러 가지 억울한 사연이 많다. 한두 줄로 간략히 요약된 내용이지만 내가 당해보니 그 이면의 슬픔과 애환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례의 상담글을 읽으며 요약하는 방법을 배웠다.


한국소비자원 사이트 찾는 방법


소비자보호원에 고발하는 방법은 간단하지 않다. 일단 본인 인증을 받아야 하고 사건 내용을 정리해 객관화해서 적어 올려야 한다. 접수 후 끝이 아니다. 소비자보호원에서 사건이 정당하다고 판정이 되면 다시 서류양식에 맞추어 접수하라는 연락이 온다. 여기서 잠시 주춤했다. 겨우 억울함을 객관화시켜 정리해 접수했더니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내가 서류로 구체화시켜서 한 번 더 양식을 갖추어 접수해야 했다.


그걸 계속해 말아 고민하는 시간이 추가로 한 달이 걸렸다. 이왕 시작한 거 무라도 베어보자. 나의 억울함은 이러하니 시시비비를 가려봅시다 하는 생각에 양식에 맞추어 서류를 등록했다. 최대한 감정을 빼고 담백하게 정리했다. 소보원 측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오간 카톡이나 사진 등도 올리라고 했다.


이런 사건을 하루에도 수십 건 또는 수백 건 만날지도 모르는 소비자보호원의 직원들을 생각했다. 구구절절 써봐야 눈높이러닝센터장이 했던 것처럼 씹어먹고 본인 주장만 펼치겠지 싶었다. 가장 억울한 내용을 강조하고 구구절절한 내용은 과감히 빼냈다. 소비자보호원에서는 부족한 내용을 보완하라는 연락이 왔다. 핵심과 팩트를 요약해 사진도 세 장만 추려서 소비자보호원 사건담당자에게 보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내가 할 일은 다했다. 양식에 맞춘 서류와 눈높이러닝센터장과 오간 여러 메시지 등에서 사진 3장을 추려 보내고, 소보원 그들의 판단만이 남았다고 생각했다. 기다렸다.


며칠 뒤 눈높이 교육국장이라며 소비자보호원에서 연락을 받았단다. 센터장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된 부분에 대해 대신 사과했다. 초과해 결제된 한 달 금액을 환불해 줄 테니 계좌번호를 보내달란다. 5월 23일이었다. 계좌번호를 보내니 바로 385,000원이 입금되었다. 속이 꽉 막혔을 때 소화제 위청수를 먹으면 딱 이런 느낌이 든다. 막힌 속이 뻥 뚫린다.


환불받고 다음 날 소비자보호원에서 연락이 왔다. 대교 눈높이에서 환불되어 해결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확인차 연락을 했다. 어제 입금확인되었다고 말했더니 ”그럼 이 사건은 종결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나의 억울함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사건’이라는 단어에서 드라마 모범택시 2가 생각났다. 억울한 사연을 접한 모범택시가 그 사연을 듣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내용이다. 사연자는 그 사건을 모범택시에게 맡길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내가 소비자보호원(소보원)에 사건을 접수하듯이 말이다. 사건의뢰를 받아야 모범택시가 움직일 수 있다. 사건 의뢰를 받으면 모범택시는 다음과 같이 차 번호를 말하며 출동한다.


‘5283 운행 시작합니다.’


출발한 모범택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뢰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대부분의 사기단은 교묘하게 의뢰인을 속인다. 모범택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렇게 맞선다. 억울함은 꼭 풀려야 한다. 모범택시 2에서나 보던 드라마틱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다. 인생은 드라마다.


‘사건종결합니다’


’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게 있어.‘라는 엔딩카피를 남긴 모범택시 시즌2의 15회가 나에게는 가장 와닿았다. 나도 기억해서 되찾았기 때문이다.


이전이야기

https://brunch.co.kr/@hogon/279


피해구제를 위해 참고하면 좋은 글

https://www.kca.go.kr/odr/cm/in/exmplPgItem.do#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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