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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Mar 30. 2023

눈높이 러닝센터에서 눈뜨고 코베인이야기 #1

눈높이 러닝센터가 바쁜 맞벌이가정 등쳐먹는 방법

우리 집은 시내중심가이다. 교통은 편리하지만 초등학교가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다. 어린이집은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다. 중심가에 위치한 덕에 아이들 픽업하러 가는 버스노선은 다양했다. 나는 운전이 가능하지만 우리 집은 팬데믹 이전에 두 대였던 차를 한 대 처분한 까닭에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이 어려운 남편이 쓰고 있다. 덕분에 첫째 때도 이용을 안 했던 대중교통을 둘째가 어린이집 다닐 때 이용하게 되었다. 이 말은 내가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아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말이다.




맞벌이를 하며 아이 둘을 키워보기는 나도 처음이었다. 2022년 겨울, 맞벌이 두 아이 엄마로 첫 방학을 맞이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는 방학 동안 오전에 혼자 집에 있다가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태권도학원이 없으면 아마 우리나라 맞벌이 엄마들 대부분은 학원 시간표 짜기 힘들었을 것이다. 월 15만 원에 매일 1시간씩 가는 태권도학원이다. 학교방과후가 방학구분 없이 보낼 수 있는 태권도학원처럼 운영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겨울방학 무렵 남편의 업무가 바빠졌다. 남편은 주말도 없이 그것도 새벽같이 출근하기 시작했다.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다행히 방학이 없다. 어린이집은 담임교사가 휴가를 가더라도 대체교사가 와서 아이들을 돌봐준다. 방학이 되어 가족들이 회사로 어린이집으로 모두 떠나면 첫째는 집에서 점심을 챙겨줄 돌봄 교사를 기다린다. 월 30만 원에 매일 돌봐주는 분이다.


엄마인 나는 퇴근시간에 첫째와 둘째를 픽업하려면 시간표를 잘 짜야한다. 나는 새로운 회사로 입사한 지 3개월이 지났다. 퇴근시간의 교통상황을 고려해 아이들 픽업시간을 넉넉히 벌려야 했다. 첫째는 태권도가 끝나고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방학이라 시간이 앞당겨져 영어학원이 6시에 끝났다. 월 20만 원에 매일 1시간씩 가는 영어학원이다.


아이들의 저녁시간이 애매했다. 둘째를 보낸 어린이집은 맞벌이부모를 위해 저녁을 먹이면 오후 8시 이후에 픽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더 일찍은 안된다고 했다. 첫째는 태권도를 다녀와 어린이집 근처에서 영어학원을 마치면 방학 때는 오후 6시가 된다. 집에서 거리가 있는 학원이라 저녁은 식당에서 해결하더라도 둘째도 함께 끝나려면 1시간이 좀 넘게 남는다. 첫째가 저녁식사를 할만한 식당을 섭외했다. 식비는 월 20만 원선에 생각해 뒀다.


첫째가 저녁식사를 하고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학습이 가능한 학원을 찾아야 했다. 상담을 위해 해법수학을 방문했다. 매일 1시간씩 수학수업에 월 20만 원이었다. 수학학원인데 학부모가 원하면 다른 과목도 추가해서 봐준다고 했다. 한 과목추가하면 10만 원이 추가됐다. 총 30만 원에 두 과목이라니 조금 부담스러워 상담만 하고 나왔다.


눈높이 러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학습비가 얼마인지 궁금했는데 전화로는 알려주지 않으니 아이와 함께 방문해서 테스트를 해보라고 했다. 센터장은 한 과목에 40분씩 수업한다고 했다. 방학 동안 두 달만 다녀도 된다고 했다. 수학과 국어를 원한다고 했더니 하루에 80분 수업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방학 두 달 동안 시간표를 짜봤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국어 6:30~7:10 /중간휴식 10분/ 수학 7:20~8:00 이렇게 짜면 될 듯했다.


아이가 선생님과 레벨테스트를 받는 동안 센터장과 월회비에 대해 상담했다. 두 과목을 하면 월회비가 궁금하다고 시간표 위에 두 과목 금액을 적어달라고 했더니 위 시간표대로 하면 월 20만 원이라고 한다. 레벨테스트가 끝난 아이가 왔다. 수학과 국어과목에 대한 설명을 듣더니 국어 한 과목이 별로라고 해서 다른 과목으로 바뀌었다. 월 20만 원에서 한 과목이 바뀌어 월 195,000원으로 금액이 내려갔다.




아이의 말 한마디에 학습비가 5천 원 깎여서 내심 기뻤다. 센터장은 처음에 20.이라고 적힌 종이 아래에 195000이라고 색연필로 다시 적어주었다. 5천 원 계산도 못하나 싶어서 안 적으셔도 된다는데 꾸역꾸역 적는 모습을 보고 20.이라는 숫자에 나는 X표 해달라고 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종이 사진 찍어도 되냐고만 묻고, 찍어도 된다고 하는 센터장의 말에 195,000원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만 찍고 말았다. 금액이 월 195,000원으로 정해졌으니 안심하면 안 되고, 계약서를 받았어야 했다.


센터장은 선생님의 호출로 교실로 갔다. 아이와 단 둘이 상담실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월 30만 원이 넘었으면 상담만 하고 또 다른 학원을 구했을 텐데, 저렴한 가격이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한 달에 195,000원이면 하루에 4만 원꼴이네. 하루 두 과목씩 하면 한 타임에 2만 원이 군 생각했다. 60분 수업이 아니라 40분 수업이라 저렴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높이 교사는 뭘 먹고사나 잠시 생각했다.


카드번호까지 적어주고 이것만 달랑 사진 찍어놓다니 믿었던 도끼인 센터장에게 발등 찍혔다.
상담이 길어지는 바람에 둘째 픽업시간이 늦어져서 불안했다. 12월 20일 오후 8시 15분


복잡한 과목이야기와 회비 상담이 끝나고 월 195,000원을 기록하려고 내가 찍어둔 사진


8시에는 둘째를 픽업하러 가야 하는데 늦을까 봐 조바심이 생겼다. 센터장이 오더니 1월부터 학습하려면 준비기간이 필요해 매월 말일 결제가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눈높이는 지역화폐 사용도 안된다. 회비는 카드로 긁고 가겠다고 했더니 카드기가 없다고 한다. 자동이체를 걸어야 한단다. 길 건너 해법수학은 두 과목에 30만 원으로 2시간을 봐준다. 여기 눈높이 러닝센터는 시간이 짧아서 인지 해법수학 한 과목 가격인 195,000원에 내가 원하는 시간으로 두 과목 세팅이 되었기에 바로 생활비카드인 남편의 카드번호를 적어줬다.


나는 카드번호를 적었으면 자동이체 계약서를 요구했어야 했다. 술술 넘어가는 센터장의 말에 좋은 사람이라고 오판하고 믿고 넘어간 잘못이 크다. 둘째 픽업시간이 되어 1월 2일부터 오겠다며 인사하고 나왔다. 집에 와서 카드번호를 적었는데 금액이 적힌 자동이체 계약서를 받지 않은 사실이 생각났다.


매일 저녁 아이 픽업을 갈 텐데 그때 주시겠지 생각하고 넘긴 게 잘못이었다. 내가 자동이체 금액과 날짜가 적힌 계약서를 요구했어야 했다. 나는 센터장에게 카드번호만 적힌 백지수표를 넘긴 것과 다름없었다. 그날 뒤로 센터장은 월회비에 대해 내가 묻기 전에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매일같이 첫째를 픽업하러 가며 얼굴을 봤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바쁜 맞벌이 엄마는 눈높이 러닝센터의 밥이다.




맞벌이 부부의 하루하루는 빠르게 지나갔다. 바빠진 업무로 주말까지 어김없이 출근하는 신랑에게 불평할 수도 없었다. 본인도 마감에 맞춰야 하는 월급쟁이에 불과했기에 나는 말 그대로 독박육아가 시작되었다. 겨울방학 동안 평일 두 아이 픽업시간을 오후 8시로 맞추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집안일을 하고 두 아이를 매일 픽업하러 갔다.


2월 초 다음 달 남편 카드금액에서 엄청난 금액이 발견되었다. 남편이 묻는다.

남편: "대교 자동이체가 뭔데 금액이 이렇게 커?"

나: "얼만데"

남편: "40만 원이 넘던데"

나: "대교면 눈높이 러닝센터 같은데 왜 금액이 그렇게 크지? 두 달치를 한 번에 결제했나? 내가 가서 물어볼게, 얼마 결제되었는지 나한테 보내줘"


카드결제일이 중순이었다. 마침 나는 2월 17일부터 20일까지 친구들과 대만 자유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자유여행이었지만 대만에 대해 공부할 시간은 부족했고, 내가 한국에 없는 동안 픽업을 못해서 못 가게 되는 아이학원들과 돌봐줄 사람들을 섭외하는 시간표를 맞추느라 하루하루가 빠듯했다.


그 사이에 돌봄 선생님은 몸이 아프셔서 다른 분으로 세팅해야 했다. 수많은 변화된 스케줄 사이에 구두로 약속했던 눈높이 러닝센터 월회비 195,000원이 왜 385,000원으로 뻥튀기가 되었는지, 약속한 12월 말도 아닌 1월 초와 1월 말에 결제가 되어 한 달에 770,000원이 빠져나갔는지, 따지지도 못한 채 2월은 지나갔다. 나는 3박 4일 대만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3월 개학이 기다리고 있었다.


방학과 다르게 짜이는 시간표에 학원시간을 다시 세팅해야 했다. 방학 동안에만 다닐 거라고 말했던 눈높이 러닝센터가 삐걱거렸다. 2월 24일에 센터장에게 전화해서 약속한 대로 3월에 다니게 되면 이야기해 주겠다고 했는데, 방과 후 등 수업이 겹치면 안 될 것 같아서 못 다니겠다고 전했더니 벌써 회비가 자동이체 들어갔고, 월초 10일까지는 말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전화통화를 하는 동안 센터장은 어머님~ 하면서 우는 목소리로 불쌍한 듯 말하는데 이게 뭐지 싶었다.


이상하다. 센터장은 12월 20일 상담할 때와 말이 다르다. 나는 방학 2달만 보낼 거고 계속 다니게 되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겠다고 했는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전화통화를 하는데 그 센터장의 말발에 밀려서 나는 그렇냐고 그러면 3월부터는 하루 80분이 아니라 40분씩만 보내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럼 4월, 5월로 밀릴 수도 있고 중간에 시간이 안 맞으면 한 달 쉴 수도 있다고 말하는데 센터장은 모두 괜찮다고 했다. 다시는 이 센터장과 통화하기 싫어졌다. 아우


눈높이 러닝센터가 회비도 이상하게 두 배로 청구하더니, 3월 시간표까지 내 맘대로 못하게 한다고 투덜거렸다. 듣고 있던 남편이 아이도 가기 싫어하니 보내지 말라고 했다. 2월 말에 다음 달 회비가 결제된 상황이라 센터장에게 물었더니 회비 환불이 안된다고 해서, 이를 어쩌냐고 했더니 남편은 아이가 안 가면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3월 2일 개학이 되었다. 아이는 눈높이 러닝센터에 다니기 싫다고 했다. 가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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