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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Jan 28. 2023

가위손도 이보다 빠를 순 없다, 주말의 어린이 미용실

아이들은 키카에서 놀고 엄마는 카페에서 논다.

남편이 없는 주말은 길다. 아이가 둘이 되고 나니 일로 바쁜 남편이 없는 주말 이틀을 집에서 보내면, 먹고 치우고만 하다가 황금 같은 주말이 모두 지나가고 만다. 아쉬운 마음에 이번 주말은 남매 아이 둘을 데리고 외출을 하기로 했다. 다행히 아이들만 들어가도 되는 키즈카페가 가까이 있다. 그 키즈카페에 아이들을 넣어두고 나는 책도 보고 카페 음료도 마시며 내 할 일을 한다. 아이들은 키카에서 즐겁고 엄마는 엄마만의 시간을 갖는 힐링타임이다.


오늘은 어린이 미용실 옆에서 엄마의 힐링시간을 갖게 되었다. 의도치 않게 책을 보며 아이들이 이발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발을 왜 이리 길게 하나 했더니 파마를 하는 모습이었다. 머리를 사사삭 자르더니 유치원에 다닐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에 한 명에 미용사 3명이 달라붙는다. 아이들 이발은 속도전이다. 울어재끼면 참 난감하기 때문에 속도전으로 사사삭 해치우는 모습이다. 미용사의 손이 정말 재빠르다.


파마하는 어린이 손님에 3명의 미용사가 달라붙어 빠르게 진행중이다. 조금만 과장하자면 움직이는 손이 안보일 정도로 빠르다.



이제 기어 다니지도 못하는 백일 무렵의 아가손님이 왔다. 아빠가 아가를 안고 미용의자에 앉아서 아기 머리를 깎는다. 계속 깎는다. 이발기가 앞으로 뒤로 바쁘다. 지켜보다 보니 빡빡머리를 만드는 모양이다. 아이는 자지러지게 운다. 내 아까운 머리가 잘려나가는 게 싫은 건지 이발기소리가 싫은 건지 죽겠다며 운다. 유리창이라 어린이 미용실 내부는 보이지만 사실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편인데, 아기가 울어재끼는 소리는 멀찌감치 들리고 있다. 엄마는 그 앞에서 아이를 진정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누구를 위한 이발인지 모르겠다는 뜻일까.  어찌어찌 빠른 미용사 손에 의해 머리는 모두 잘려나가고 샴푸까지 하고 아기가 다시 미용의자에 앉았다. 여전히 얼굴은 빨갛고 아기는 울고 있다. 그 아기는 1월 눈 오는 겨울에 시원해도 너무 시원하게 빡빡머리가 되었다.


다음 손님은 이발도 하기 전에 벌써 어린이 미용실에 있는 커다랗고 빨간 자동차를 손에 들었다. 어린이 미용실에 아이들이 앉는 의자는 자동차모양이 기본이다. 그 앞에 패드꽂이가 있어 아이가 좋아하는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빨간 자동차를 손에 든 아이는 벌써 패드를 보고 있다. 엄마아빠를 보며 방긋방긋 웃고 있다. 그런데 이 자리가 아닌가 보다. 미용사가 아이의 안전벨트를 벗기더니 옆자리로 데리고 가려는데 아이가 갑자기 자지러진다. 아빠도 엄마도 말릴 새가 없다. 얼굴이 빨갛게 될 정도로 울어재낀다. 과연 이 친구는 이발을 하고 나간 걸까 내가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아이는 사라졌다. 아마 이발하지 못하고 돌아가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일반 미용실보다 5천 원 이상 비싼 어린이 미용실은 주로 남자아이들이 이용하는 모습이다. 여자 손님은 단 한 명만 보았다. 5~10분 내로 아이들이 바뀐다. 속도전으로 빠르게 머리를 자르고 간다. 더 지체해 봐야 아이들은 울어재끼고 통제가 어렵다. 어린이 미용실의 미용사는 손이 빠르다. 엄청 빠르다. 보통 15분 내로 커트가 끝나는 모습니다. 얌전한 아이들은 대략 6세 이상으로 보인다. 아이들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가위질 소리를 싫어해서 그러는 걸까, 우리 둘째 아이도 머리가 길어 35개월에 일반 미용실을 갔더니 이발기소리가 나자마자 소리 지르고 미용가운을 벗겨 달라더니 미용실 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녀석을 잡으러 따라나갔더니 싫단다. 그냥 이발이 싫다고 했다. 그날 어렵게 예약했는데 결국 머리를 못 자르고 집에 돌아왔다.


나중에 아이에게 왜 이발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니 이발기로 잘린 머리카락이 눈과 입으로 들어가는 게 싫었다고 한다. 한동안 아빠와 이발기이발도 잘했는데 그때 머리카락을 먹었던 기억이 났는지 싫어했다. 12개월 돌 무렵에는 사실 미용실에 처음 가서 고분고분 이발을 잘했는데, 이제는 이발을 거부해서 머리가 덥수룩하다. 얼른 커서 형아가 되면 잘 자르려나 싶다.


어린이 미용실의 장난감 규모



다시 어린이 미용실로 돌아왔다. 오후 5시 50분이 되어가니 어린이 미용실의 마감시간이 가까워 오는지 손님이 1명밖에 없다. 어쩌다 보니 오늘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까지 투명 유리창으로 보이는 어린이 미용실옆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어린이 미용실의 반이 왜 그렇게 키카못지않게 공룡과 로봇, 자동차 장난감으로 가득 차 있는지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대기하는 어린이들과 파마하는 어린이 손님을 위해 키카 못지않은 장난감들이 그렇게 많이 필요했구나.


내일도 꼬마 손님을 맞기 위해 어린이 미용실의 미용사는 파마용품을 정리하고, 바닥의 머리카락을 쓸어내기 바쁘다. 미용사는 앉아서 일하지도 못하고 계속 서서 일해야 하는데 정말 바쁜 직업인 듯하다. 어린이 미용실의 미용사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장난감은 모두 제 자리에, 수건은 모두 건조기에 들어가는 어린이 미용실 주말의 마감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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