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풍경>, <주민의 헌법>, <지금 다시, 헌법>을 읽고..
불현듯 이곳에 오면서 헌법을 읽겠다는 다짐을 했다. 생면부지 헌법에서 무엇인가 찾고자 했다. 찾고자 했던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조직의 구성원과 함께 무엇인가 도모하고, 함께 운영해 나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조직을 운영하는 것에 있어서 원칙은 무엇인지 찾아보는 동시에 생각을 키우고 싶었다. 어느 조직이든 조직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가치관이 있으며, 이는 조직의 기틀을 잡고 원칙이 된다. 그것이 내부 상황에 따라 규칙이 될 수도 있고, 법률로써 정의되기도 한다. 그 중 헌법은 대한민국을 아우르는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며,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헌법의 가치를 이해한다면 어느 조직에서든 리더로서, 구성원으로서 주체적으로 실천하며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헌법은 법률, 시행령, 규칙 등 대한민국의 모든 규범의 상위에 있다. 국민의 생활 전체가 헌법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헌법에는 모든 사회 구성원의 가치가 공존할 수밖에 없으며, 모든 구성원과 함께 하는 숙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가야 한다. 어떤 권력자나 권위있는 누군가가 특정 사안에 대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구성원이 갖는 삶의 가치와 역사를 통해 발전해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장에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 관용의 태도, 다른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자는 헌법은 가장 상위의 기준이 되는 규범으로써 역할을 하며 때문에 대화와 타협을 통해 기준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내 생각만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상호관용의 정신을 강조한다. '나만이 절대적인 진리를 갖는 것은 아니다'라는 자각이 대화하는 과정에 필수적이라고 피력한다. 결국, 타인의 존재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 관용과 용인의 자세를 발휘하는 것이 헌법에 담긴 중요한 가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에서 얼마나 타인을 존중하고 관용하며 살아갈까? 저자는 헌법의 가치를 실천하는 구성원의 행동과 태도를 심도있게 다룬다. 그 중 '특권의 내면화', '특권의식'이 대표적이다. 법을 배우고 다룸으로써 법을 모르는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는 위치감각이 특권으로 발현된다고 강조한다. 이는 가정, 학교, 직장 등 우리의 가까운 일상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상하 관계가 명확한 조직일 수록 두드러진다.
어느 곳에서든 각 개인은 연차가 쌓이고 경력이 쌓임으로써 소위 '아랫사람'이 생긴다. 이는 자연스럽게 아랫사람에게 선의의 목적으로 가르침을 주려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이때, 윗사람은 어디서 부여받았는지 알 수 없는 권한을 가지고 가르침을 '주게' 된다. 반대로 아랫사람은 가르침을 받을 의무가 없음에도 '수용'하게 된다. 평등한 위치에서 이뤄지는 대화와 토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윗사람으로서 '해도 괜찮다', '상대방을 위한 일이다'라는 존중의 가치가 훼손된 채 관행처럼 행해지게 된다. 상하 관계로 인해 개개인의 가치관과 생각은 희석되며, 공동의 가치관뿐만 아니라 원칙은 그 의미를 잃어가게 된다.
이번에는 조금 더 멀리 있는 타인을 생각해보자. 최근 영화 <론 서바이버>를 보게 되었다.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소재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미국의 네이비씰 대원들이 탈레반의 부사령관을 잡기 위해 침투한다. 적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는 산 속에 자리 잡은 부대원들은 산을 오르던 양치기 소년의 가족에게 발각된다. 이들이 정말 민간인인지 아니면 탈레반 소속의 군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부대원들의 내적 갈등은 커져만 간다. 이들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1) 민간인을 사살하고 작전을 수행을 완수한다.
첫 번째의 경우 교전수칙은 물론 군인으로서의 윤리와 책임의식은 저버리게 된다. 더군다나 이들을 사살하고 후속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부대원들의 목숨과 작전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다.
2) 민간인을 묶어둔 채 작전 수행을 완수한다.
두 번째는 첫 번째 경우와 유사하다. 다만, 이들의 죽음이 불분명하나 밤이 되면 추위로 인해 사망할 수 있고, 또는 야생동물에 의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3) 민간인을 풀어주고 자신들이 작전 지역을 이탈한다.
세 번째는 풀어준 이들이 하산하는 동시에 탈레반에게 아군의 위치를 노출시키는 위험을 가져온다. 더욱이 임무를 달성할 확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실제 상황이었음을 고려하면 쉽게 결정하거나 판단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더군다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면 동료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영화에서는 세 번째 판단을 한다. 그리고 처절한 전투가 이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상황에서 원칙과 가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헌법에서 군인에게 부여한 가치는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민간인을 살상하지 않는 것으로 함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자국민'만'을 보호하라는 것은 아니다. 자국민을 우선 할 수 있겠으나 보호의 테두리가 적국의 민간인을 포괄하지 못한다면, 군의 목적 자체를 협소하게 인식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더욱이 군인이라면 임무완수를 위해 민간인을 위해하거나 살해 하는 선택지가 아니라 스스로 희생을 각오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우리가 고민해볼 지점은, 현실에서 죽음을 앞둔 순간에 일면식조차 없는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원칙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일상의 사례와 영화의 극적인 상황을 예시로 선택했지만 우리는 수많은 상황들을 고려하며 헌법이 말하는 가치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살펴본 바와 같이 헌법은 상호작용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 속에는 항상 '변화'의 가능성이 담겨 있으며 이는 구성원의 실천으로 완성된다. 더욱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고 사소한 것들일수록 본질적인 가치와 맞닿아 있다. 고민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고, 그 속에서 본질을 발견하고, 이를 다시 실천함으로써 가치는 발휘되며 또 다른 가치를 재생산하게 된다.
헌법은 헌법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현재까지 모든 요소들이 정치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결국, 타인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런 후에 발생하는 갈등에 있어 외면하지 않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소통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갈등 속에서 피어나는 무수한 가치판단이 반복적으로 교차하며 새로운 가치를 생산해낼 것이다. 이 과정이 한 조직 내에서 이뤄진다면 조직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며, 한 사회에서 이뤄진다면 마땅히 성장할 것이다. 또한 구성원들은 이전 보다 더 성숙해질 것이다.
Thanks to 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