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디피를 보고

by 루틴강


페이스북 타임라인과 언론 보도를 보면 군대 가혹행위와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체감상 전역한 지 몇 년은 된 것 같지만,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이 새삼 낯설 때가 종종 있다.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군 시절의 삶과 생활을 금세 잊고 지냈구나 싶었다.


넷플릭스 디피를 보면서 마음에 남았던 대사 중 하나는 “지금은 그런 것(가혹행위) 없다”, “우리 부대는 가혹행위 없는 편이다”라는 말이다.


이 대사를 계속해서 곱씹는 이유는, 내가 군 생활을 하며 이 말만은 절대 하지 말자는 나름의 원칙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병에서 일병, 그리고 상병장이 되어가면서 무수히 많은 친구들이 지금은 나은 편이라며, 이 정도면 부조리는 없는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때로는 합리화하는 모습을 왕왕 보았다.


동기들, 후임들, 때로는 선임들과 이러한 대화를 할 때면, 나는 항상 “부조리는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문제”라는 말을 하곤 했다. 목적의식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내 행동을 돌아보지 않으면 자각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폐쇄된 공간과 위계 중심의 생활에 적응하게 되면 나 또한 자각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았다. 지금도 당시의 내 말과 행동에 모순은 없었는지, 부조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는지 되새김질해보곤 한다.


얼마 전 체육계 선수들이 겪은 성추행과 성폭행 보도를 다시 보게 됐다. 보도 내용을 듣고 있자니 문득,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폭행이 군대 내부, 체육계 내부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존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서도 감춰진 문제는,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군 생활하면서 수많은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곤 했는데, 같이 올리는 카드 뉴스는 그중 인권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생각했던 내용이다. 사지방에서 일주일 넘게 앉아서 망고 보드와 씨름하며 만들었다. 지금 보면 내용도 퀄리티도 엉성해서 그냥 추억용으로 간직하고만 있었는데, 글 쓴 김에 같이 올린다.


나는 나름 군 생활을 안전하게 마쳤고, 얻어가는 것이 많은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지낸다. 나와는 다른 군생활을 경험하고 있을 누군가가 참담한 경험만을 가져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몇 달 전부터 군인권센터를 후원하고 있다. 내가 직접 활동하고 있는 단체는 아니지만, 혹시나 여력이 된다면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 #군인권센터 가입하기

https://mhrk.org/do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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