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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틴강 Apr 27. 2023

때를 기다리는 마음연습

4월 27일 목요일, 각자의 조급함으로 보냈던 4월

어제 렉스 8회 모의고사를 봤다. 총 8개를 틀렸다. 헌법 1개, 형사법 1개, 경찰학 6개였다. 백분율은 여전히 40%대에 머물렀다. 순경시험을 끝내고 경찰학 공부를 소홀히 했다. 행정법 공부에 매진했고, 일주일을 병원에서 보내면서 경찰학 챙길 시간이 없었다. 경찰학 성적이 아쉽지만 전체적인 성적은 만족한다. 5월 첫 주부터 2주 정도 경찰학에 매진할 생각이다. 학원에서는 경찰학 모의고사를 마치고 헌법 모의고사와 민법총칙 모의고사를 시작한다. 나도 민총 시험 일정에 맞춰 진도별 모의고사를 사서 다른 친구들과 시험시간을 맞춰서 시험을 볼 생각이다. 행정법은 이제 오답정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고 느껴진다. 이제 기본서 비중을 늘릴 정도가 된 것 같다. 20문제 기준으로 3개 안쪽으로 틀리고 있으니 5월 2주까지는 한 단계 더 올려야겠다. 5월 2주까지는 헌법과 행정법은 오전시간에 기본서를 보면서 공부하고, 오후시간에는 경찰학 기본서와 송광호 모의고사로 문제를 풀면서 공부를 해야겠다. 그리고 틈틈이 형사법 4 순환 문제를 풀면서 복습하고, 3주 차부터는 형사법을 집중적으로 올려야겠다. 이렇게 하면 5월이 끝날 것 같다. 아직 시작도 안 한 5월이 꽉 찬 것 같다.


어제 모의고사를 보고 학원 친구들과 점심 외식을 했다. 퇴원하고 처음으로 같이 식사를 했던 것 같다. 퇴원을 하고 학원에 돌아와서 정말 정신없이 공부했다. 입원 전에는 일주일 평균 60시간 초반대로 공부시간을 유지했는데, 퇴원 후 1주일은 70시간으로 공부시간을 늘렸다. 그리고 일주일이 끝난 다음날 바로 탈이 났다. 시험문제를 푸는데 글자가 눈에 안 들어오기 시작했다. 읽는데 머리에 안 들어와서 풀 수 있는 것만 후다닥 풀고 다시 읽고 또 읽고 풀었다. 결과는 1문제 틀리긴 했지만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느꼈다. 이제야 느꼈지만 마음이 많이 조급했다. 나는 일주일 동안 공부를 하지 못했고, 근육이 다 빠져서 몸은 가늘어져서 힘도 없고, 조금만 공부해도 금방 피곤해졌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했다. 더욱이 같이 공부하는 친구는 매일 시험에서 100점을 맞고 있었고, 새로 온 친구들도 성적이 우수했다. 나만 뒤처진 느낌을 받았다. 같이 공부하는 두 친구는 매일 운동을 가며 체력도 끌어올리고 있는데, 나는 조금만 걸어도 힘들다는 것이 자괴감을 들게 했다. 꼭 나만 멈춰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사람들이랑 말도 섞지 않고, 인사도 안 하고 자리에 앉아 공부만 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친구들하고 외식 전후로 이야기를 나눴다. 시험 보기 전에 한 친구와 밖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 친구는 그 친구 나름의 조급함이 있어 보였다. 나와 다른 한 친구의 공부시간, 공부 속도, 이런 것들이 아마 또 다른 친구에게는 자괴감으로 돌아올 비교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내가 나 보다 공부량도 많고 더 빨리 회독하며 앞서가는 그 친구에게 느꼈을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편으로는 이 친구를 조금 더 챙겨주고 같이 나아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내가 내 컨디션과 상태를 몰랐기에 그럴 수 없었을 것 같다. 어제 그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다시 4월을 돌아봤다. 또 우연찮게 같이 공부하는 동생이 나에게 슬럼프가 올 때 어떻게 하는지 물어왔다. 나는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후로 큰 슬럼프는 없었다고 답했다. 가급적 슬럼프가 오지 않게 균형감을 가지면서 공부한다고 말했다. 앞서가는 친구를 쫓아가되 내가 낼 수 있는 속도만큼만 따라간다는 것을 말해줬다. 그리고 매주 하루는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목요일 하루는 절대 공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동생은 단기간에 엄청나게 성적을 올렸던 친구여서 공부는 참 잘하는데, 여태까지 쉼 없이 달려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동생은 순경 2차 시험까지 남은 기간이 4개월이라는 것 때문에 압박을 받는 것 같았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친구는 간부시험이 100일도 남지 않아 스퍼트를 올리는 것 같다. 그 친구의 컨디션이나 감내할 수 있는 부담의 크기를 알지 못하므로, 그 친구가 무리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내 눈에는 그 친구도 조급해 보인다. 


다들 각자의 조급한 이유로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간부시험이 3개월 남은 지금 시점에서 그리 조급하지 않은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지금 내가 불안함을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마음의 여유가 있는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나는 3개월은 성적을 더 올리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느끼고 있는 듯하다. 3월까지 3과목 정말 열심히 했고, 아직까지는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남은 2과목은 아직 부족하지만 꾸준히 하면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 낙관적인 생각인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3개월이 짧지만은 않은 시간 같고, 이전과 같이 꾸준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 시간들은 이전 보다 더 치열하게 보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생각해 보면 어제의 외식은 순경시험이 끝나고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과 평소에 공부 얘기도 하며 고민도 털어놓으며 위안을 얻었던, 그 대화를 아주 오랜만에 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서로의 힘듦을 확인하고 도와줄 수 있는 것들을 함께 했던 그 힘이 필요했던 것 같다. 별거 아닌 것에 힘을 얻듯이. 


4월을 마무리하며 5월을 기다리는 이번 주에 나는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나는 학원 친구들에 비해 나이도 많고 체력도 약한 탓에 무작정 따라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내 상태를 돌아보고, 컨디션을 조절하며 관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항상 여자친구가 도와준다. 혼자서는 못했을 것 같다. 이번주는 다시금 이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4월의 마무리는 아직 회복되지 않은 체력을 조금 더 끌어올리고, 5월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행정법 진모를 하나 사는 것으로 4월의 마무리와 5월을 시작해야겠다. 그리고 다시금 좋은 컨디션으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때'를 기다려야겠다. 다시금 차분히. 그리고 그 마음으로 7월까지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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