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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틴강 Jun 08. 2023

기세를 올리되 서두르지 말자

6월 8일 목요일, 쉬는 날 여전히 낮잠은 오지 않고

어제 학원이 끝나고 학교 과제와 기말 시험을 마쳤다. 돌아오는 일요일에 한 과목만 시험을 보면 3학년 1학기가 마무리된다. 총 세 개의 과제를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소요되는 시간이 짧았다. 과제 하나당 2-3시간 정도로 마무리했다. 학교는 올해 2학기에 졸업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간부시험 준비를 위해 1학기는 4과목만 수강했다. 8과목을 했다면 압박스러워서 너무 힘들었을 것 같다. 4과목은 모두 부전공인 탐정학 과목으로 했다. 사실, 탐정과 많은 연관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어쩌면 내가 이번 학기에는 학교 수업에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3월부터 6월까지 모든 수업이 끝났고, 기말고사까지 마무리가 되니 무언가 마무리했다는 느낌이 든다. 학교 수업은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 줘서 보람차다. 아주 작고 사소하지만 꾸준하게 끝냈을 때의 기쁨이다.


6월을 시작하면서 목표로 삼은 것은 '기세'다. 기세를 올려서 7월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왼쪽 친구는 가파르게 성적이 오르고 있고, 오른쪽 친구는 4월부터 지금까지 학생들 중에서 가장 열심히 하고 있다. 나는 둘의 가운데에서 4월은 번뇌와 인정욕구를, 5월은 무얼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래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공부했다. 그리고 찾아온 6월은 이 둘에게 뒤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더 앞서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예전 뒷자리 친구는 꾸준하게 나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기 때문에 자극이 됐다. 5월은 어쩌면 이 셋에게서 느끼는 조바심과 성급함으로 채웠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전히 마음은 앞서나가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의 상태를 보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5월에는 남들을 바라보며 따라가려고 했다. 오른쪽 친구가 공부를 많이 하니까 나도 그 시간에 맞춰서 공부하려고 했다. 조금은 따라잡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른쪽 친구는 체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매번 느낀다. 그리고 무척이나 성실하다. 무작정 따라갈 수 없음에도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지금은 그 친구에게 비교하기보다는 내가 좋은 컨디션을 낼 수 있는 공부량과 공부시간을 찾아가고 있다. 무리하게 공부시간을 늘리니 컨디션이 좋지 않게 되었고, 문제를 풀 때 조급하게 풀게 되는 것 같았다. 공부 시간은 이전보다 약간 높이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몇 가지를 꾸준하게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 


첫 번째는 헌법 모의고사 매일 풀기다. 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헌법이 약한 것 같아서 매일 아침 헌법 모의고사를 풀고 있다. 25분 동안 40문제를 풀고, 오답을 확인하고 기본서에 틀린 부분을 표시해 둔다. 그리고 나중에 기본서 회독할 때 한 번 더 볼 생각이다. 그리고 점심 모의고사가 없는 날은 같이 공부하는 몇몇 친구들과 범죄학 모의고사를 풀기로 했다. 잊어버리지 않는 방법은 모의고사로 계속 리마인드 하는 방법이 제일 좋은 것 같다. 특히 범죄학은 다시 공부하기까지 돌아오는 기간이 길고 불규칙해서 앞으로 한 달은 꾸준히 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마침 다른 친구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서 같이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오른쪽 친구와 함께 저녁 7시에는 학원 모의고사 과목에 맞춰서 타 직렬 모의고사를 풀고, 행정법 모의고사를 꾸준히 풀고 있다. 행정법 공부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으면서 암기를 유지하고 있는데, 아마 매일 모의고사를 풀었기 때문인 것 같다. 써니 행정법 총론 모의고사를 풀고 있는데, 이전에 풀었던 전효진 모의고사는 틀리는 개수 편차가 좀 있었는데 지금 책은 1-2개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 책이 끝나면 타 직렬 행정법 시험을 출력해서 풀어볼 생각이다. 행정법이 심적으로 어려웠던 과목인데 오른쪽 친구 덕분에 많이 극복하고 있다. 


또 하나 새롭게 하고 있는 것은 3일씩 나눠서 한 과목을 하는 것이다. 오전 1-2교시는 학원 시험에 맞춰 과목과 진도를 공부하고, 오후 3-5교시는 부족한 과목을 하고 있다. 범죄학 대책론, 형사소송법, 행정법 각론을 저번주부터 하고 있다. 내일부터는 경찰학 각론 기출과 요약서를 동시에 공부하려고 한다. 목요일을 기준으로 일주일에 3일씩 나눠서 하니까 지루하지도 않고 나름 충분한 공부량이 확보되어서 좋은 것 같다. 6월 25일을 시작으로 학원에서 간부 전범위 전 과목 시험을 치르게 되는데, 이때까지 약했던 부분들을 채워갈 예정이다. 25일 직전 3일은 경찰학, 범죄학 법령을 공부해야겠다. 조금씩 나에게 맞는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는 듯싶다. 여전히 다른 친구들보다 성적이 낮은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그렇지만 3월에도 뒷자리 친구가 나보다 더 잘했다. 그런데 본시험에서 내가 성적이 더 잘 나온 이유는 침착하게 마음을 잘 관리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곤 한다. 마음을 잘 관리했다는 것은 컨디션 유지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컨디션과 마음을 잘 돌봤다는 것은, 다른 친구들과 비교는 하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착실히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친구들만큼의 공부량은 못 채우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 묵묵히 앉아서 공부하는 것, 불필요한 생각을 하지 않는 것,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몰입하는 것이 아닐까. 기본에 충실하자는 생각을 떠올리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 예전보다 약간 더 공부를 많이 하고, 운동도 하고 있으니 당연할 테지만 시험이 가까워지면서 무언가 더 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커지기 때문도 있다. 체력이 너무 힘들 때는 조금씩 쉬어가면서 해야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힘들어질 때면 시험이 끝나면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제주도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내가 힘들 때 도망치고 싶을 때면 나타나는 생각들이다. 나는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지금 더 힘든 상태일 수도 있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조금만 더 버티고 싶다.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도 있지만 여자친구와 엄마의 고생도 느껴지고, 이 시험이 끝났을 때 미련과 후회를 남기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도 내 나름의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어쩌면 살면서 최대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1%의 남은 에너지가 없는 상태로 끝맺고 싶다. 합격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떨어져서 또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될지 여전히 알 수 없다. 필기시험이 끝난 뒤에도 12월까지는 무엇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섣부른 예측과 추측으로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에, 해야 할 것에 최선을 다 해야겠다. 그렇게 6월은 기세를 올리고 마음을 관리하려고 한다. 나 보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의 뒷모습은 바라보되 내가 갈 수 있는 만큼 나만의 속도로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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