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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틴강 Jul 13. 2023

시험을 2주 앞둔 마음

7월 13일 목요일,

7월부터 시작한 새벽 스터디를 어제부로 마무리했다. 새로운 친구들과 새벽 6시 30분에 모여 경찰학 기출과 모의고사를 푸는 스터디를 약 2주 동안 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헌법과 형사법 타 직렬 모의고사 4회분을 모아 각각 100문제씩 푸는 스터디도 병행했고, 이 또한 어제부로 마무리했다. 점심에 하는 범죄학 스터디는 다음 주까지 하려고 한다. 돌이켜보면 참 많은 스터디를 했다. 스터디라고 해봐야 혼자 하기 싫었던 것들을 그냥 각자 자리에서 시간 맞춰놓고 푸는 거였지만 많은 도움이 됐다. 남은 2주 동안은 혼자서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경찰학과 범죄학, 행정법의 법령을 보완하고, 과목별로 기출을 중심으로 회독하며 부족한 부분은 기본서를 한 번 볼 계획이다. 너무 무리하게 일정을 잡지 않을 생각이고, 앞으로 2주는 학원에도 7시 이후에 도착하도록 할 예정이다. 잠은 충분히 잘 수 있도록 하고, 가급적이면 가벼운 운동을 매일매일 할 생각이다. 이렇게 며칠을 보내고, 이틀의 쉬는 날을 보내면 시험이다.


예상해 보면 시험 날은 무척 떨릴 것 같다. 아직은 요동치듯 긴장감이 돌지는 않고 그냥 그런 기분이다. 3월에는 어땠는지 종종 돌이켜보곤 한다. 더 멀리 돌아가 작년 7월 시험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작년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무념무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엄청 긴장감이 돌지도 않는다. 다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는 받고 있는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고, 일격을 가할 정도의 한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켜켜이 쌓이고 있다는 느낌은 받는다. 그렇게 7월을 보냈다. 무언가 짓누르는 압박을 그저 그런대로 버티면서 한 달의 반을 보냈다. 그리고 2주가 남았다.


브런치 글을 써야지 생각하면서도 주제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대게는 일주일 동안 이번 주에 있었던 일이나 생각을 정리하고 주제를 고민했는데, 7월 들어서는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글을 쓸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바빴던 것 같지는 않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 혹은 계속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또 어쩌면 7월부터는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글을 쓸 내용을 정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어떠한 글이든, 짧든 길든, 두서가 있든 없든 글 하나는 쓰고 다음 일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무엇인가를 뱉거나 정리해야 된다고 느낀 것 같다.


지난 한 달 동안 기억나는 것은 나의 뾰족함과 못된 말로 여자친구를 울린 것, 같이 공부하던 2명의 친구들이 학원을 그만둔 것 정도가 기억난다. 그리고 스터디를 했던 것과 모의고사를 정리한 것 외에는 크게 기억나는 것이 없다. 언젠가 여자친구와 학원을 가는 차 안에서 지난 시간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3월에는 시험이 있어서 기억에 나지만 1월, 2월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5월과 6월이 기억나지 않는다. 4월은 예외적으로 병원에 입원했었던 기억이 난다. 기억나지 않음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이유가 무엇일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저번주에 엄마는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내년에도 해보라고 말했다. 나는 극구 사양했다.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 생활을 다시 1년 한다는 것이 생각하는 것조차도 힘들게 느껴졌다. 그리고 가끔씩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에도 나는 너무 힘들어서 빨리 시험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종종 말했다. 내 체력이 약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힘든 것인지는 지금은 판단하기 어렵다. 그저 나에게는 벅찬 생활이다.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질 것 같은 황새는 놓아주기로 했다. 그 친구는 정말 열심히 하고, 옆에서 보면 감탄할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공부한다. 그 친구가 전 과목에서 1등을 했고, 나는 그 친구를 따라가기를 포기했다. 나는 이제는 나대로의 길을 가야겠다. 11월부터 현재까지 많은 황새들을 뒤쫓아 공부했다. 시험이 있는 7월에도 나는 여전히 뱁새이고, 그것이 아무런 감정을 일으키지 않는다. 나는 이제 나의 방식으로 시험에 완주해야겠다는 생각이 크다. 그 결과가 어떻든 나는 지금의 나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 미래의 내가 보기엔 부족해 보일 수 있겠지만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했다. 남은 2주는 뱁새가 아니라 그저 '새'로서 나아가야겠다. 결과는 시험이 끝나봐야 알 수 있으니까 남은 기간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


합격은 어떻게 해야 할 수 있는 것인지 참 궁금하다. 시험이 끝나면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합격을 하면 너무 행복하겠지만 비록 떨어져도 지난 2년, 경찰을 준비하면서 공부했던 시간이 참 좋았다. 행복했고, 언제 또 이렇게 경찰을 준비해볼까 싶었다. 여자친구와 엄마가 만들어준 시간이라고 느낀다. 두 사람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공부하지 못했을 것 같다. 특히 여자친구에게 너무 고맙다. 내가 11월부터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지친 만큼 여자친구는 그것 보다 몇 배는 더 지쳤을 것 같다. 시험이 끝나면 고마운 마음을 잘 전달해야겠다. 시험 전에 브런치에 글을 하나 더 쓸 수 있을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혹여나 쓰지 못해도 지금의 마음을 간직하고 시험장에 들어갈 것 같다. 미련 없이 딱 하루, 그날을 위해서.


엄마한테 가는 길, 차 안에서 장범준 노래를 따라 부르다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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