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선택, 가장 지금다운 도시
[호]
말레이시아 페낭에 도착한 지 하루가 채 되지 않은 지금,
이 글을 씁니다.
페낭은 열두 번째 한달살기 도시입니다.
언뜻 숫자만 보면 이제는 익숙하고 담담해질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이번 역시 도시를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고
마음속에 꿈처럼 적어둔 도시들이 많다 보니,
‘다음은 여기다’ 하고 한 곳을 집어내는 일이 매번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 한달살기 도시를 정할 때마다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과
‘지금의 우리에게 맞는 현실’ 사이에서
감사하고도, 행복에 겨운 고민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한달살기를 해보고 싶은 도시(지역)만 정리해 봐도 이렇습니다.
이탈리아 피렌체(토스카나 지역)
헝가리 부다페스트
페루 쿠스코
조지아 트빌리시
노르웨이 베르겐
스웨덴 스톡홀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
캐나다 밴쿠버
카자흐스탄 알마티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브루나이 반다르스리브가완
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리보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쿠바 아바나
이 정도면 일 년에 두 도시씩 간다고 해도
넉넉하게 10년은 잡아야 할 리스트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상상도 해봅니다.
아예 세계일주 항공권을 구입해서,
한 도시에 한 달씩 머물며,
1년에 열두 개의 도시를 살아본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2년 정도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요. ^^
하지만 상상과 현실은 다릅니다.
현실은 늘 계산과 타협의 연속이고,
그래서 다음 도시를 정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많은 선택지 속에서
이번 한달살기 도시로 '페낭'을 고른 이유는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잘 맞는 속도와 온도를 가진 도시라는 생각에서 입니다.
바다와 도시가 적당히 섞여 있어
답답하지도, 지나치게 분주하지도 않고,
따뜻한 남쪽 나라라는 점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물가와 생활 환경, 음식과 이동까지
일상을 꾸려가기에 부담이 크지 않은 도시,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하루하루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크게 애쓰지 않아도 생활이 유지되는 점이
한달살기 도시로서 페낭이 가진 큰 매력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마음을 안고 페낭에서의 한 달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여행자가 아니라 살아보는 사람의 속도로,
특별한 계획보다는, 이곳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기대하며
페낭의 시간을 천천히 적어가 보겠습니다.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