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이 흘렀다. 그곳을 떠나온 지도.
마치 없었던 일처럼 오늘, 내일,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가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그 시간 동안 나를 비롯한 내 주변, 지인, 직업, 등등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바뀐 건 낭만을 잃어버린 나였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잡을 수 없는 별을 잡자..'라는 문장이 들어간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이 구절만 읽고도 설레이던 시절이 존재했었다. 과거형으로 쓴다는 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어느 순간 증발되어 버린 그 시절, 가끔씩 그리움이 몰려온다. 그 시절은 절대로 돌아올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켠엔 낭만의 방을 내어주고 있다. 살아가다가 언제라도 드나들 수 있도록.
그렇게 7년 만에 낭만의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낭만의 방은 내가 잠시 살며 일도 했었던 프랑스 파리였다. 하지만 참 역설적이게도 그곳에서 사는 동안엔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 크게 웃을 일도 없었다. 에펠탑을 보고도 감흥이 없었으니깐. 그랬던 곳을 다시 그리워하다니… 인생을 알 수가 없다.
이번엔 짧은 여행 일정으로 7개의 요일을 거쳐서 다시 한국으로 와야만 했다. 시간적인 제약 탓에 은근한 압박이 있었지만 모른척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14시간의 비행시간이 이렇게 짧게 느껴진 적은 처음, 감기 기운이 있었음에도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몸이 가벼웠던 적이 없었다. 허리도 무릎도 전혀 아프지 않은 상태로 정신이 몸을 지배하는 동안 짐을 찾는 곳으로 날아갈듯이 걸어갔다.
익숙한듯 낯설었다. 특유의 이 나라 냄새가 그리고 하늘이. 이걸 진득하게 감상할 여유 조차 없었다. 1분 1초가 아쉽기에 빨리 공항을 빠져나가서 파리로 가야만 했다.
믿을 만한 공식 택시 기사가 있는 곳으로 공항 직원이 직접 데려다줬다. 시작부터 느낌이 매우 좋아서 불안했다. 그렇게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낭만의 방을 향해 다시 들어가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다시 돌아왔다.
도착한 날은 수요일, 6시가 넘은 시간.. 말도 못하게 높고 그림 같은 하늘을 보고 있던 중 목이 간지럽다가 기침이 미친듯이 나온다. 사실 비행기 안에서 목캔디와 목감기약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이렇게 끝도 없이 나오는 기침은 내 계획에는 없었다.
마침 차가 미친듯이 막히기 시작하고 모로코? 국적으로 추정되는 택시 기사는 자기 물을 마시라며 절반이 남아 있는 생수병을 건내준다. 왠지 불안한 마음에 괜찮다고 했다. 기침 예방용으로 목에 두른 스카프를 부여잡고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애꿎은 구글맵 지도만 뚫어져라 본다.
네가 온 곳은 어떤 날씨냐고 물어본다..내가 너무 더워보여서 그랬나 싶지만 긴장과 경계,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느라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다.
그렇게 난 다시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