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시 만난 세계, 그리고 나

by 가을밤의라떼

체크인을 하고 짐을 두고 나오면서도 믿어지지 않는다.

내가 다시 이곳에 돌아왔다고? 너무 비현실적이라 감흥이 생기다가도 사라졌다.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내 눈길은 정처없이 주변을 보기 바쁘다. 한정된 시간 속, 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평생을 즉흥적인 P성향에 가까웠던 내가 철저하게 계획적인 J성향이 되어가는 순간이다.




우선 숙소와 5분 거리에 있는 팔레루아얄 정원으로 향했다. 몇 일 동안 아침, 저녁으로 이곳을 드나들 생각을 하니 마음이 벅차다. 7년 전 직장에서 처음으로 겪은 사람 스트레스 탓에 힘겹고 지쳤던 내 모습이 기억난다. 아무튼 심신이 피로했었다. 앉아서 졸았던 벤치도 여전히 그대로였다. 다행인 건 그때 일을 회상하면서 열이 받아 얼굴이 붉어지는 건 전혀 아니라는 사실. 아. 내가 그때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지금디 되어버린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지금은 그 어떠한 부정적인 감정조차도 아까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나온 시간 만큼 감정도 함께 흘러버렸다. 다시 만난 세계에서 흘러온 나를 마주했다.




그렇게 다음 장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추억의 장소를 향한다.

구글맵을 안 보고 기억을 더듬으며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어느새 도착. 그만큼 자주 지나다녔던 거리였으니까. 혼자서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나니 이제서야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단듯 무겁다.. 시계를 보니 한국 시간으로 새벽 4시다.

비현실적인 하루의 끝에서 피곤한 현실에 부딪혀 억지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

반짝이는 가로등 불 빛아래서 좀 더 단단해진 다시 만난 내가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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