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누구시니?
한 번은 우리 회사에 인턴을 받은 적이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둔 혹은 대학을 갓 졸업한 친구들에게 사회경험을 만들어 주자는 의미였던 것 같다.
채용 전환형은 아니기에 순전히 경험 삼아 오는 자리였다.
육 개월이라는 기한이 정해진 자리였고 그런 단기간에 오는 사회 초년생에게 사실 회사들은 큰 기대가 없다.
그래도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그들을 기대한다.
자신의 푸릇했던 젊음을 떠올리게 하고 누구나 한 번은 겪었던 쓰라림을 생각하게 한다.
나도 인턴이던 시절이 있었지..
청계천 앞에서 했던 인턴시절, 나 역시 채용전환은 아니고 두 달가량의 시간이었기에 그곳의 맛집을 찾아다니고 직장이라는 곳이 어떤지 진짜 살짝 맛보기만 했던 그 시절.
그때 선배님들은 나와 나의 동기들을 참 귀여워해 주시고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반면, 진짜 첫 취직을 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적에는 텃세도 당하고 미움도 받고 제시간에 퇴근 못하고 밤늦게 지하철을 타고 울며 집에 갔던 서러웠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오는 인턴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은 혹독하니 매운맛을 가르쳐줘야 할까? 아니면 따듯한 봄날의 햇살이 되어줄까. 요즘 젠지세대들은 예의가 없다는데 진짜 그러면 어쩌지?
동료들과 모여 어떤 친구가 오게 될지 기대했더랬다. 우리 부서가 한동안 이상한 사람들이 들어와 다들 고생을 했던지라 제발 멀쩡한 사람만 오기를 기도했었다.
인턴이 오는 날, 수줍지만 밝고 예의 바른 친구들의 모습에 모두 깊이 안도했다.
그들은 푸르른 젊음을 가지고 왔고 풋풋한 모습에 모두들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맘을 갖게 했다.
인턴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길 수야 없었지만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도와달라는 부탁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앞장섰다. 그런 사람을 어찌 예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끔은 그 친구들에게 진짜 직장에 취업하면 다른 느낌일 것이며 사람들이 친절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해코지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정말 많다 등의 잔소리도 많이 했던 것 같다.
내가 느껴왔던 지난 직장생활이 고속도로 같지 않고 울퉁불퉁 시골길 같아서일까. 그 귀여운 친구들은 좀 편하고 꽃길만 걸었으면 하는 맘에 밥 사주고 커피 사주며 꼰대 같은 소리도 해댔다.
그리고 예쁨을 받을 수 있던 진짜 중요한 장점이 있었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정말 없으면 곤란하고 있으면 무지하게 사랑받을 수 있는 '눈치'와 '센스'였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물건과 힘을 보태고
쉬는 날에도 우리를 잊지 않고 줄을 오래 서야만 하는 맛있는 것을 사다 주었다.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 얻어먹는다는 미안함도 있었지만,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맘이 더 컸다. 난 저 나이에 어른에게 얻어먹을 생각만 했지 먼저 무언가를 사다 놓을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하루는 그 친구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너처럼 키울 수 있니? 엄마한테 여쭤봐, 나도 우리 아기 너처럼 키우고 싶다."
그 친구는 그저 빙그레 웃었다.
그 친구는 떠나는 마지막날, 우리에게 아침부터 줄을 오래서야 먹을 수 있다는 성심당 케이크를 오전 반차를 내고 사다 주었다. 이 넘치는 센스를 가진 사람이 어딜 가냐고 모두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그러나 그는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고 훌훌 떠났다. 다시 돌아오라고 해도 뒤도 안 돌아보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예쁜 카톡으로 개개인별로 감동을 주었다.
어디 가서 든 사랑받고 잘 지내리라 믿는다.
그리고 꼭 돌아오기를... 너만 한 신입은 없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