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병에 걸려버렸습니다.

어쩔 수가 없다. 직장인

by 남궁은호

맡고 있는 업무의 특성상,

눈썹이 휘날리게 바쁜 11월, 12월이 지나고 1월은 비교적 한가해진다.

폭풍이 지나간 후의 바닷가처럼 모든 게 다 휩쓸려 끝나고 새로운 것을 준비해야 한다.

새롭게 한해를 꾸리기 위해서 준비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왜냐 나는 이 구역의 고인 물이니까.


준비가 끝나고 일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데 그 기다리는 시간이 처음엔 참 좋았다. 막 바쁜 것을 끝내고 나에게도 이제 여유가 생겼다며 핸드폰도 좀 들여다보고 월급루팡도 하고 그렇게 눈치도 보며 일하는 척도 하며 며칠을 보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니 슬금슬금 내가 이래도 되나 싶었다. 어쩐지 나만 너무 놀고 있나? 싶기도 하고 아무도 뭐라고 안 했는데 주변을 치우고 바탕화면을 정리했다.


그러다가 너무 시간이 있었나. 슬슬 나의 쓸모, 나의 효용성에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이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나사 인가.
없어도 되는데 그냥 앉아있는 사람은 아닐까.





그래서 어쩐지 조급한 마음에 탕비실에서 쉬는 동료에게 “한가하니까 마음이 불안해, 막 이래도 되나 싶고 쓸모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 하소연을 했다.

그는 비릿하게 웃으며 혀를 차곤 한마디 했다.



개미라서 그래



아! 그래서였구나

나도 모르게 약도 없는 몹쓸 병에 걸려버렸구나


핫초코나 마시며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볼 것을

사무실 근처 길냥이에게 더 시선을 줄 것을

열심히 일하는 동료에게 가서 쉬면서 하라고 훼방이나 놓을 것을


그 며칠이 어려워서 오두방정을 떨고야 말았다.


베짱이처럼 놀았어야 하는데..

고기도 씹어본 놈이 먹듯이 놀아본 놈이 노는 맛을 안다고.. 일하는 맛만 본 개미는 내일도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을 하겠지



어우 알람 울리네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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