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회의 내용 좀 기억합시다.
직장 생활한 지 꽤 오래되었고 말단으로도 꽤 오래됐다.
나는 리더가 된 적은 없지만, 리더 밑에서는 오래 살아남은 사람이다.
물밑에서 하도 있다 보니
자칭 쎄믈리에가 되어 어느 어떤 상사가 나이스하고 일을 잘할지는 첫 만남에서부터 알 수 있다.
물론 일을 못하는 상사의 냄새도 기가 막히게 잘 맡는데
진짜 하나같이 소름 돋는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 결정을 못한다.
실무자는 할 수 없는 부분에서 상사의 위치에서 결정을 해줘야 하고 검토를 해줘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감기한이 다되고 혹은 그 기한을 넘겨서야 결정 같지 않은, 그러니까 이렇게 오래 생각을 해주고 내어주는 것이 맞나 싶은 결정을 내준다. 그럼 나는 결국 그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해줘야만 한다.
둘째, 기억을 못 한다.
회의 때 다 진행했던 일을 새까맣게 잊은 건지 아니면 팀원들을 엿먹이려는 것인지 전혀 다른 말을 한다.
대체 메모는 왜 안 하고 기록은 왜 안 하는 걸까. 회의록 가져다줘도 조작을 의심한다.
메모하고 알려주는 나만 피곤해졌다.
셋째, 공유를 안 한다.
더 높은 상사에게 지시받은 것도, 업체로부터의 업무 진행사항도 아무것도 공유를 안 한다.
진짜 회의 들어갔다 망신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당신만 혼자 알고 왜 우리는 모르고 엉뚱한 소리를 해대게 만드는 걸까.
종종 망신이 하늘 끝까지 뻗친다.
비단 이렇게 세 가지의 공통점만 있는 건 아니다.
사실 멍청하고 무능한 리더의 공통점은 수도 없이 많지만 대표적인 것만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제발 기억하고 메모하고 공유하고 결정해 주자.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은 잘 알지만 그래야 조직이 잘 굴러간다.
이런 사람들 밑에서 나는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곧, 나의 직장 생존기를 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