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쿠키와 우유
보통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폴은 문을 열고 들어가
TV를 켜거나 비디오 게임기를 꺼내 앉곤 했다.
냉장고에는 시리얼이나 우유, 때때로 전날 남은 피자 조각 같은 간단한 간식이 들어 있었다.
엄마는 늘 바빴고, 아빠는 언제 집에 들어올지 알 수 없었다.
그날도 평소와 비슷했다. 폴은 등굣길에 떠올렸던 생각을 한 번 더 곱씹었다. “오늘... 한 번만, 괜찮겠지.”
사실 집 열쇠는 늘 그랬듯이 화분 밑에 있었다. 하지만 폴은 마음속으로 핑계를 만들어 두었다. ‘열쇠를 잊었다’고 말하면 이상하지 않겠지. 그 집 문을 똑똑 두드렸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무슨 일이니 폴?”
폴은 어깨를 조금 움츠리며 말했다. “아... 엄마가 아직 안 와서요. 열쇠를 깜빡했는데...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도 될까요?”
아줌마는 놀란 듯 살짝 눈을 크게 떴지만, 곧 부드럽게 웃었다. “그래, 들어와. 지금 쿠키 굽고 있었는데 괜찮다면 먹고 가렴.”
폴은 그 집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벽에는 샌디가 그린 그림들이 마치 전시된 듯 걸려 있었고, 그 옆에는 아줌마가 그린 듯한 수채화나 유화 그림들이 조용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부드러운 색감과 자연 풍경, 일상적인 장면들이 담긴 그림들이었다.
한쪽 방은 작업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캔버스와 물감, 붓이 놓여 있고, 벽에는 얼룩이 묻은 앞치마가 걸려 있었다.
"아줌마는 화가예요?" 폴이 물었다.
아줌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줌마는 그림을 오랫동안 그려왔어.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니?"
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 그림 그릴 줄 몰라요."
"그림 그리는 건 어렵지 않아. 봐, 샌디가 지금 그림 그리고 있잖니."
샌디는 부엌 식탁 한쪽에 앉아 조용히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포크레인, 자동차, 그리고 또 포크레인. 같은 그림을 반복해서 그리며 몰입한 모습이었다.
폴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저도 그려봐도 돼요?"
아줌마는 미소 지으며 종이와 크레파스를 내밀었다. "그럼. 여기 있다. 마음대로 써도 돼."
그렇게 폴은 쿠키도 먹고, 그림도 그리고, 오랜만에 어딘가에 머무는 기분을 느낀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될 거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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