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아이 1장

1장. 울타리 너머

by 호호엠이



1990년대 중반, 미국 중서부의 조용한 교외 마을. 붉은 지붕의 하얀 집들이 고르게 늘어서 있었고, 푸른 잔디밭과 나무 울타리가 이웃과 이웃 사이를 나누고 있었다. 여름이면 잔디깎이 소리와 개 짖는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들리곤 했다.


그 마을 끝자락에 사는 열두 살의 폴은 자주 자신의 방 창가에 앉아 옆집을 바라보곤 했다. 그 집은 늘 조용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하얀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정원에는 파라솔과 흔들의자, 꽃이 피어난 화단, 그리고 작은 수영장이 있었다. 따뜻한 햇볕 아래 그 집은 마치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그 집에는 샌디라는 여자아이가 살고 있었다. 샌디는 또래와는 조금 달랐다. 말을 거의 하지 않았고,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채 조용히 마당을 걷거나 물에 발을 담그곤 했다.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특별한 아이'라고 불렀지만, 폴은 그런 말보다 그녀를 둘러싼 분위기와 그 집의 조용한 공기가 좋았다.

폴의 집은 그와 달랐다. 아침이면 고함소리가 들렸고, 밤에는 아빠가 텔레비전 앞에서 술에 취해 잠든 모습이 익숙했다. 엄마는 늘 바빴고 예민했으며, 종종 폴에게 짜증을 쏟아냈다. 집은 어지럽고, 식탁에 함께 앉는 일은 거의 없었다. 폴은 자주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폴은 엄마에게 주말에 옆집 수영장에서 놀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엄마는 짜증을 내며 “너 수영하고 나서 뒤처리, 먹을 건 어쩌고?”라고 말했지만, 폴이 “알아서 할게요”라고 하자 무심히 “그래”라고 했다. 주말이면 엄마는 아침부터 외출했고, 아빠는 집에 있든 말든 폴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폴은 조심스럽게 옆집 아줌마에게 다가가 수영장에 놀러 가도 되는지 물었다. 아줌마는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 지으며 “그래, 괜찮단다”라고 했다. 그렇게 폴은 처음으로 그 집의 마당에 들어서게 되었다.

아줌마는 바비큐를 굽고 있었고, 샌디의 아빠는 수영장 옆에서 샌디와 함께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폴은 햇볕 아래 수영을 하고, 샌드위치를 얻어먹고, 잠시 잊고 있던 평화를 느꼈다. 샌디는 말없이 혼자 놀았고, 폴이 말을 걸어도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아줌마는 폴과 대화를 나눴다.



“샌디는 왜 말을 안 해요?”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샌디는 특별한 아이야. 말은 잘 못하지만 생각은 풍부하단다. 너랑 잘 놀지는 못할 수도 있어.”

폴은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아줌마네 집에서 수영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날 이후, 폴은 종종 그 집을 그리게 되었다. 스케치북에 붉은 지붕과 하얀 울타리, 부드러운 햇살 아래 조용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줌마의 모습, 그리고 샌디. 그는 몰랐다. 그 울타리 너머의 삶에도 고요한 복잡함이 숨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복잡함은 곧, 그의 삶에 스며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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