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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 소여 Dec 16. 2024

본격! 제주 이주 준비 [경제수단] 편

<번외글: 갑자기 잠시 현재 시점>


2023년 11월 21일의 일기를 브런치에 작성하고 있는 지금 2024년 12월 15일의 나.

그때의 나를 전지적 시점에서 유체이탈해 내려다보는 느낌.

정말 재밌는 경험이다.

지금의 시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서술법이 아니라

그때 당시의 시점에서 현재서술법은

그 순간의 진지했던 걱정도 기쁨도 이미 결말을 알지만 짐짓 모르는 척 순간에 집중해  쓴다.

이는 결말을 안다는 우월감과 동시에

진짜 지금 현재에 내가 갖고 있는 걱정거리들도

미래엔 이처럼 '비극이 아닌 희극이겠지?'라는 생각으로 한시름 가볍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2024년 12월의 나.

지금 나는 나대로의 걱정을 가득 안고 있다.


제주이주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 여전히 제주가 아름답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제주가 낙원도 아니고 이주해 온다고 모든 것이 다 좋아질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놀면서 관광만 했던 제주살이현실적인 밥벌이를 병행하며 생활하는 제주이주 달랐다.


그런 현재의 고민거리들로 인해 최근 들어 브런치글에 집중이 온전히 되지 않는다. 일주일 연재가 일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연재를 휴재하고 싶진 않다.

이건 '나'라는 정체성을 존중하는 가장 존귀한 작업이니까. 비록 결과물이 성에 차지 않을지언정 이것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만일 포기한다면, 예전의 돈만 벌고 나를 잃던 삶과 크게 다를 게 없으니까..





이주


본래 살던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정착함. 사는 터전을 바꾸는 것.


인간 생존을 위한 본필수 요소라는 의식주.

의(衣)야 이삿짐으로 다 싸면 그만이고, 주(住)도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食) 즉 먹고살기 위한 '경제수단'이 해결되는 것이.


이를 위해 이제껏 일해온 경력을 살려 관련 업종을 찾아 이직을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럴 거면 애초에 퇴사할 이유가 없었다. 단순히 제주 사는 것이 목표였다면 제주지사 발령을 요청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제주이주를 위한 경제수단의 조건은

 첫째. 나다움을 잃지 않게 가치관이 맞으면서

 둘째. 제주를 만끽할 수 있게 여가시간충분하고

 셋째. 빠른 이주를 위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일.

이었고, 최종 내린 선택은 '공부방 창업'이었다.


공부방을 차리기로 결정한 이상 그다음 문제는 '어디에 차릴 것이냐?'다. 비록 제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전 직장에서 해온 일이 프랜차이즈 관리 및 가맹상담이었다. 다년간의 사 생활에서 길러진 상권분석 스킬로 제주 전체를 인터넷으로 1차 상권분석하여 후보지들을 정하고, 2차 현장답사하여 적당한 물건지가 있는지를 부동산들을 방문해 보며 3일간을 밤을 지새우며 제주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밥 먹을 정신도 없이 조사하였다.

그 덕에 3일치고 알찬 성과로 공부방으로서 최고의 입지를 찾아냈다. 서귀포에서 가장 학생수가 많은 학교로 손꼽히는 학교의 바로 앞에 위치한 자리로 학생수가 많아 공부방에 대한 수요는 높은 것에 비해 다른 학생수가 많은 학교들 대비 학원들의 공급이 적었기 때문이다. 강한 확신과 함께 이제 제주 이주의 꿈을 드디어 실현하는구나에 매우 고무된다. 다음날 남편과 부동산에 가 남편에게도 현장보여준 다음 바로 계약금을 걸기 위해 미팅을 가기로 한다!

  





출발하기 전 제주 지사장에게도 최종 위치 선정 및 부동산 계약 예정임을 공유하자,

'워낙에 다른 공부방도 이미 많이 위치한 오피스텔이라 인허가 취득이 가능할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부동산에 도착해 등기부등본을 떼 달라고 하여 교육청에 해당 위치에 [인과외교습자] 허가가 가능한지 한번 더 확인'을 해보라고 한다.


부동산에 약속시간에 맞춰 도착하였고, 부부가 운영하는 부동산으로 지사장의 권고대로 남사장님이 등기부등본을 출력하는 동안에 여사장님이 방을 보여주러 안내해 주신다. 

 

후에 책상과 교구들을 배치를 계획하기 위해 우리는 줄자로 방마다 사이즈를 실측하면서도 지은 지 얼마 안 된 건물이어서 너무 깔끔하고 쾌적한 컨디션과 넓은 창 너머로 한라산이 보이는 뷰매우 흡족해하며 잠시 머릿속으로 공부방 운영하는 모습을 미리 그려보며 부동산으로 돌아왔다.


남사장님이 출력한 등기부등본을 보여주신다. 표제부에 '공동주택'으로 돼있어 전입신고 및 공부방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제 경제수단도 어느 정도 일단락이 됐겠다 근처로 주거지도 알아볼까 하여 전원주택 물건도 같이 보여달라며 여유를 부리는 사이 그래도 한 번 더 확실히 최종 확인을 위해 교육청에 해당 호수에 개인과외교습자 가능 여부를 확인코자 전화를 다.


그런데...!!??!?


교육청 담당자 왈

"말씀 주신 위치는 건축물대장 상 용도가 불가능합니다."

"~.... ??????!!??

그럴 리가요! 다른 층에 이미 공부방들이 많은데요??"


그 이유인 즉슨, 같은 건물이라도 층마다 용도가 다를 수 있으며, 이 오피스텔은 1층부터 3층까지는 용도가 '오피스텔'이고, 그 이상 층부터가 '공동주택'이어서 4층부터는 가능하지만, 내가 하려는 2층은 불가능하며, 용도변경조차도 아예 불가하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이 호수 말곤 다른 물건이 하나도 없다.. 말이다..


공부방 창업 TIP!
<개인과외교습자>는 전입신고된 본인 주거지에서만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용도가 거주지역인지 상업지역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만일 위치가 상업지역이라면 <개인교습소>나 <학원>으로만 가능하며, 이 경우엔 최소평수 제한 등 조건이 더 추가된다.







갑자기 제주 진출의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무너지자 너무 충격적이어서 기절할 것 같았다.

오피스텔이 물 건너가게 되자 부동산에선 주택이라도 건져야겠다 싶었는지 아까 나누고 있던 전원주택 사진을 보여주며 얼마나 이 집이 잘 지어졌고 고급스러우며 그에 비해 저렴한지에 대해 집주인의 개인사까지 전해주는데, 실로 대단한 집이긴 했지만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계약금까지 걸려다 아무 소득 없이  부동산에서 나오는데 온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남편은

"이런 좋은 곳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았잖아. 다시 또 찾아보자~"

라고 하지만, 이 오피스텔 위치만큼 새 건물이면서 학교 바로 앞에 위치한 완벽한 곳이 없었다. 포기할 수 없던 나는 아직 아이들 하원시간까지 남은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온 신경을 집중해 계속해서 부동산 글들을 살펴보고 인근 부동산에 몽땅 전화도 걸어보았다. 하지만 매매만 있을 뿐 임대는 없고, 간혹 있다 해도 너무 좁은 평수밖에 없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거의 다해보자 기 일보직전으로 마지막 서칭을 하던 중 제주에서 가장 활발한 부동산 플랫폼인 '오일장'앱에서 (육지로 따지면 '교차로'의 앱버전) 그 흔한 사진도 하나 없이 글 한 줄로 조그맣게 현 위치의 임대 물건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는 무성의한 글을 발견한다! 보고도 믿기지 않아 이미 거래완료된 옛날 글이겠거니..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전화를 걸어보는데, 문구 적힌 대로  임물건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게 사실이며, 심지어 훨씬 더 저렴하기까지 했다!! 

환호성을 지르면서도 모두 없다고 한 물건이 여기서만 있다고 하는 게 믿기지 않아 당장 부동산으로 달려간다. 오피스텔 건물 내 3층에 깊이 숨겨진 부동산 사무실에 도착하자 짧은 까치머리에 완고하고 부리부리한 인상의 5-60대의 남사장님은 첫 만남에 인사도 없이 명함부터 손에 쥐어주더니 바로 쌩하게 그냥 어딘가로 빠르게 걸어 나간다. 당러운 남편과 나는 조용히 눈빛을 교환하며 

'뭐지 뭐지??????'

'아~~~ 바로 방 보러 나가는 건가?'

통설명도 없이 방부터 여러 군데를 보고 사무실로 돌아온 우리는 그제야 왜 2층은 공부방이 안되며 용도변경도 안되는지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주택정책에 대해 전문 강의를 한참 듣고 나서야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은 물건을 왜 이 사람만 여러 개 가지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오피스텔은 한 법인에서 물건을 대량 사들였고, 이곳은 그 법인의 물건을 독점한 부동산으로 그는 이 오피스텔만 전문으로 하는 숨은 고수셨던 것이었던 것이다.(국민은행 정년퇴직한 제야의 고수셨던..) 

  

 하루사이에 계약직전까지 갔다가, 허가가 안나 가능한 방이 하나도 없었다가, 이제는 갑자기 너무 방이 많아 어딜 할지 고르면 되는 드라마틱한 급전개 속에서... 제야의 고수님께서 최대한 아래층인 4층으로 하고 싶으면 한 달 정도 더 기다리면 나올 것 같다는 말에 깊은 신뢰감에 연락을 꼭 달라고 믿고 연락처를 남기며 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지만 이미 해피엔딩을 본 것만 같은 마음으로 흐뭇해진.


아.. 긴 하루였음을 회상하며

남편과 와인과 조각케이크 한 조각을 나눈다.


이제 내일부턴 만 알아보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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