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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 소여 Dec 09. 2024

스프링은 깊이 누를수록 더 높이 튀어 오른다.

3개월의 제주살이가 이제 끝에 다다르려 한다.

처음 일기장에 제주 온 지 1일 차.. 2일 차로 카운트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제주 떠나기까지 D-2주로 남은 날을 카운트하는 것이 더 쉬워졌다.


하......

정말 우울하다.


지금 가진 것이 곧 끝날 것이라는 아쉬움.

이 아쉬움으로 지금의 아름다움을 놓쳐선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마인드 컨트롤 따위는 저 이성 너머로 사라진다.


하지만 우울감이라는 깊은 지하 수렁 속 바닥까지 납작해지는 이 감정은.

스프링을 납작히 누를수록 더 높이 튀어올라 반동하듯.

더 높은 곳으로 뚫고 나갈 수 있는 저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지금 나 역시 그러하다.

제주를 잃을 것이라는 우울감은

제주를 되찾겠다는 강한 목표의식을 심어주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모든 현실 가능하며 최대한 신속한 방법을 찾는데 내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키게 한다.


제주살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 2주.

육지로 돌아가고 나서 방법을 찾기란 훨씬 더 어려워진다. 2주 안에 모든 것을 정하고, 도장 찍는 것이 목표다.

많은 고민과 정보 수집을 통해 만들어진 계획은 이러하다. 


 ●첫 번째 제: 경제 수단

 ●두 번째 제: 주거


인간의 생존 필수 조건인 의식주 모든 것이 돈으로 통용되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경제적 자유를 얻지 않은 이상 '돈'이란 좋든 싫든  굴복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1순위 고려대상이다.


돈을 고려한다는 사람이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를 부부동반 퇴사했다는 게 앞뒤가 안 맞을 수도 있지만,


내게 돈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아무리 많아도 부족해 나를 조금 잃더라도 어쩔 수 없이 돈에 끌려가는 나의 '주인'같은 존재가 아니라.


있어야 하지만 내가 필요한 만큼만 버는 내가 주체가 되는 '수단'으로서의 돈인 것이다.


이 미묘한 차이로 비록 나는 퇴사를 했지만, 돈은 벌어야 하고. 제주는 떠나기 싫고. 일이 재밌기까지야 하겠냐만은 그렇다고 내 가치관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까지 주체성을 놓치지 않는.


그런 일이 있을까 고심하였다.

참.. 백수 주제에 까다롭기도 하지;


그렇게 여러 숙고 끝에 내린 제주 이주 경제수단 해결책은 공부방 창업이었다.

평택에 살고 있는 사촌언니가 운영 중이어서 처음 알게 된 브랜드로, 유치-초등 저학년 대상으로 유기농 학습을 추구하는 건강한 교육으로 나와 교육철학이 맞고 무엇보다 하루 4시간, 주 4일 근무의 워라밸이 가장 마음을 당겼다.

공부방 특성상 투자금도 높지 않아 망해도 몇백이라는 저위험도 시작하는 마음의 턱을 낮 쳐주었다.

 

물론 제주라는 아무 연고도 정보도 없는 낯선 곳에서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현지인들보다 불리하겠지만, 그 정도 난관은 그만큼 더 많은 사전 정보 탐색과 노력들로 충분히 극복 가능한 정도라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내일은 공부방 브랜드의 제주 지사장 미팅을 갑작스레 잡았다.

아직도 '이게 맞나?'라는 너무 많은 생각과 고민들로 새벽 내내 잠이 오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나 자신을 믿기로 했다.

정확히는 내 감정을.

'제주가 너무 좋다'는 감정.

내 삶을 뭔가 이루기 위해 거창하게 쓰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온전히 느끼며 매일 오늘을, 지금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마음.


그래, 감정이란 것은 불완전하여 지나가는 바람일 수도 있다. 또는 잘못 착각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애써 부인하기엔 3개월이라는 시간 내내 한결같은 마음이었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럼 그때 가서 또 다른 선택을 새롭게 하겠다.

지금은 지금의 마음을 존중해주고 싶다.


먼 훗날 내 인생에 궁극적으로 가고 싶은 길 따위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냥.

지금 이 길이 좋아서 걷고 있으며,

계속 가려한다.

그 끝을 생각하고 가 아니라,

지금의 풍경을 느끼며.

이 걸음들이 모여 도착하는 곳은

어디든

내 '스스로' 선택한 걸음들이니

후회는 없다.


돈을 지 않고,

지금의 나를 소중히 여기면

돈을 모아 웃는 것이 아니라

매일 웃어서 행복해지지 않을까?


내 인생의 모토는

부유해서 웃는 이 아니라

햇빛만 봐도 진정 행복한 사람이  것이니까.


!

이렇게 결정한 이상.

내일부터 제주 이주를 위한 머나먼 준비를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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