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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 소여 Dec 01. 2024

급! 도자기 클래스

집주인 발

거실 의자에 앉아 통창 밖 정원을 마주 보는 일은 이 집에서의 가장 큰 기쁨이다.

창 밖 정원은 매일 같은 장소를 보여주지만,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어제 없던 꽃이 피고, 오늘 있던 꽃이 시드는 사계절의 큰 단막 속에서, 마치 줄거리를 이미 알지만 매번 다른 연극과도 같은 '예술의 향연'이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남편과 씻지도 않은 채 멍하니 정원멍을 때리고 있는데,,

집주인이 오신다. 오늘도 한아름 햇빛 가득한 웃음을 머금고 해바라기처럼 나타나신 주인은 거실 창에 보이는 바깥채에 도자기 공방 일로 오셨단다. 그러면서 오늘 가마에 불을 지펴야 하는 날인데, 같이 구워주신다며 급 '도자기 원데이 클래스'를 제안하신다.


마침 딱히 계획한 일정도 없고, 새로운 체험에 우리야 너무 감사하지만, 갑작스러워 머리도 감지 않은 채 잠옷만 갈아입고 주섬주섬 공방으로 건너간다.



와....!!!

정말이지 '허클베리핀'이나 '빨간 머리 앤' 같은 서양 고전소설 속에 나올법한 러프하고 내추럴한 통나무 작업실. 예술 다방면에 뛰어난 주인분은 도자기는 물론이고 미술 실력도 뛰어나 공방 곳곳에 본인의 식물 세밀화 작품들이 도자기들과 함께 섞여있다.


 커다란 창을 뚫고 들어오는 햇볕으로 뽀얗게 드러나는 공기 중 먼지는 너무 도드라지다 못해 빛에 반사되 반짝인다. 빈티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과 장작 난로로 데우는 공기 속에서 직접 말린 꽃잎으로 내려주시는 차 한잔..

'여긴 어디지?'

이곳만 시간이 멈춘 듯 너무도 다른 공기에 정신이 아찔하다.


점토를 내와 우리에게 뭘 만들면 좋을지 골라보라는 주인분에 미리 생각할 틈이 없어

'접시? 컵? 주전자???'

혼란스러운 찰나에


"이제 곧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데,

벽걸이 오너먼트 어때요~?"

하시며 창가에 걸려있는 장식을 보여주신다.


나뭇잎 따위를 판화처럼 찍어 무늬를 내고 겉 라인만 따라 자르면 돼서 난이도도 쉽다고 하신다. 쉬우면서 예뻐 우리는 단번에 이걸로 결정한다. 그러곤 어떤 나뭇잎으로 찍을지 정원에 나가 예뻐 보이는 나뭇잎들을 따러 나간다. 따다 보니 수북이 쌓인 책상 위 나뭇잎들 중 사장님은 줄기가 두껍고 선명한 것들이 예쁘게 찍힌다며 추려주신다.

최종 선별된 잎들


<나뭇잎 오너먼트 만드는법>



1) 점토를 일단 납작하게 민다.



2) 납작한 점토에 잎을 찍는다.



3) 테두리를 따라 자른다.



4) 른 잎들을 자연스럽게 매만져주면 밑작업 .

이걸 가마에 구워 나무에 실로 매달면 최종 완성.

난로로 미지근하게 데워진 공기 속 라디오 고유의 낮은 잡음 섞인 클래식 음 흘러나온다. 우리 셋은 서로 대화가 끊기고 각자 자기 손의 감각에 집중한 채, 자기만의 세계에 깊이 침전한다.

 

내가 구현해내고 싶은 머릿속 이상물을 현실로 제현해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손끝에 담아 누르는 행위란. 이 순간만큼은 가장 나다운 내가 되어 장인이 된 것 같은 희열 비슷한 걸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집중의 카타르시스는 어떤 자극적인 영상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세로토닌을 즉, '진정한 행복'을 준다.




갑자기 주어진 오늘의 선물.

동화 속 같은 공간에서의 마법 같은 시간.


이런 공간을 구현해 내고

이런 창작활동을 하면서

아무 사심 없이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그녀를 알면 알수록 더욱 존경하게 된다.


그녀에게 살아있는 '타샤튜더'같다며 실천하는 미적 삶에 존경을 표하자

"어유~~남들처럼 살지 않아서 유행을 모르겠어~ 금방 촌스러워져~~"

라며 너스레를 떤다.

자신의 단단한 세계 촌스럽단 말로 낮추는 모습마저 아름다워 보인다.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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