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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 소여 Nov 27. 2024

사려니숲 부모 숲 체험

아이와 함께하는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늦가을의 11월.

어린이집에서 부모와 함께하는 숲체험 학습을 한다고 한다. 제주도의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매우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야외활동이 많은 것'이었다. 육지에서 야외활동이 연평균 월 1회 정도였다면, 이곳은 2-3배였고, 횟수뿐만 아니라 장소의 수준 또한 대단하였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고, 섬 전체가 특별자치도로 구성되 자연 보존에 힘쓰고 있어 명실상부 국내 최고 관광지로서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 어떤 곳보다 놀랍다. 그래서인지 육지의 웬만한 숲어린이집보다 더 자주 숲에 가고, 관광객이었을 땐 느끼지 못한 실내 견학지로 박물관, 체험관 등도 광역시인 대구보다도 더 많았다.

  

그리고 이번 장소는 무려 사려니숲!

이런 프로그램이 처음인 우리 부부는 체험학습 장소가 유명 관광지인 것에 새삼 제주도 클라스를 실감한다.


어린이집으 먼저 등원한 아이는 버스로 다 같이 올 예정이고, 남편과 나는 먼저 약속 장소로 나가본다. 사려니숲은 제주도 대표 관광지 중 하나로 언제나 많은 인파로 북적인다. 그런데 그중 괜히 핸드폰을 보며 입구에서 서성거리는 몇몇 부부나 여자들이 무리를 지어 아이 키우는 이야기 등을 나누는 사람들이 한눈에 보아도 알아볼 수 있는 학부모들이었다. 그중 하나로 우리도 인파에 섞여 아이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괜히 다른 학부모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가며 기다리다 아이들 어린이집 버스가 반대편에서 오는 것이 보인다!


대형버스 주차장에 정차하고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분명 수업 시간 중인데 엄마아빠가 보이는 것에 신기해 소리를 지르며 버스에서 뛰어내려 각자의 부모 품에 안긴다. 분명 1시간 전까지 집에서 등원 준비 하느라 '밥 먹어라, 양치해라' 등의 매일 하는 잔소리를 하며 신경전을 벌였던 아이인데, 이렇게 밖에서 따로 만나니 기분이 매우 색다르다.




시작 장소에 각자 아이들의 손을 잡고 모이자 그때부터 숲해설사님이 안내와 함께 이끌어주신다. 지금 시기에 숲에서 볼 수 있는 식물과 곤충들의 종류에 대해 알려주시며 아이들에게 목에 거는 휴대용 돋보기를 나눠주신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겨울철에 볼 수 있는 식물의 '눈'을 찾으라는 과제를 내준다.


<눈>
눈(芽)은 식물의 어린싹이다. 줄기을 만드는 눈은 '잎눈', 장차 꽃이 되는 눈은 '꽃눈'이라고 한다. 보통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겨울눈이다. 눈의 겉은 단단한 비늘잎이 여러 겹 싸고 있어서, 겨울의 추위로부터 속을 보호하였다가 따뜻한 봄이 되면 피어난다.


나도 잘 몰랐던 '눈'에 대해 들으며 사람으로 따지면 태아처럼 작게 압축된 '태아 꽃'이 소중히도 겹겹이 싸여있는 모습이 경이롭다. 아이들은 실로 놀라운 집중력으로 서로 더 많이 눈을 찾으려고 어떤 식물학자보다 진지하게 돋보기를 여기저기 들이민다. 그리고 관찰의 즐거움을 깨달은 아이는 이미 과제를 마쳤는데도 계속 이것저것 돋보기에 갖다 대며 자세히 들여다본다. 나뭇잎, 나무테, 솔방울 등.. 무심코 육안으로 보는 세상과 관심을 가지고 확대해 보는 세상 간의 차이란 우주와 물방울만큼 크다는 걸 배우고 있다.  



식물을 관찰한 후 이번엔 가을철에 많이 볼 수 있는 곤충인 '통거미'에 대해서 설명해 주신다.

<통거미>
작은 몸통에 비해 다리가 매우 긴 거미목과 절지동물. 전 세계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보인다. 사체만 좋아해 살아있는 동물은 절대 물지 않는다.  

습한 곳을 좋아하는 통거미는 통나무를 뒤집자 여러 마리가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을 절대 물지 않는다는 말에 안심해 아이들은 괴상하게 다리가 긴 통거미를 용기 내 잡아본다. 한 명이 잡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통거미 찾기에 나섰고 먼저 찾은 아이가 못 찾은 아이에게 거미를 나눠주기까지 하며 훈훈한(?) 모습을 자아낸다.




프로그램이 참 알차기도 하다. 식물과 곤충을 관찰하곤 이젠 창작활동을 시킨다. 아이와 함께 '낙엽 하트 만들기'인데, 참;; 경쟁은 인간의 본능인가부다. 이게 뭐라고 어른이고 아이고 더 잘 만들어 보겠다고 서로 예쁜 재료들을 모으느라 혈안이 된다. 우리도 솔잎과 솔방울로 하트 비스무리한 모양을 만들곤 마지막 과제인 '아이가 찍어주는 하트 포즈 사진'또 열심히 찍어본다. 그러고 보니 아이 사진을 찍어주기만 했지, 아이에게 맡겨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진지하게 하트 작품과 엄마아빠가 잘 담기는 구도를 담아 찍는 아이를 보는데 새삼 언제 저렇게 자랐나 싶은 생소함이 든다.


마지막으로 우드아트 낙엽 색칠하기를 하며 끝마치는데, 그냥 작은 원목에 빨간색 하나 색칠하는 것임에도 온 집중을 기울이는 아이의 모 보며 단순히 예쁘다는 느낌을 넘어 또 다른 생각이 든다.

 '학습은 실내보다 실외에서 더 효과적일 수 있겠구나..!'

 '수학문제를 교실이 아닌 숲에서 푼다면 더 집중이 잘되지 않을까?'


을 사랑해 제주살이를 왔으면서도 몰랐다.

숲에 대해.


'지식'이란 같은 3차원 공간 속에서도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알고 있었음에도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오늘은 여러 번 와본 적이 있던 사려니숲임에도 특히 더 넓어 보였다.


숲해설사를 통해 숲에 대한 지식습득과 관찰을 병행하고 더군다나 아이와 함께하다니..!

정말이지 지식, 경험, 감성을 모두 충족시켜 주는 완벽한 프로그램이었다. 도시에서 오랜 기간 아이들을 교육기관에 맡기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 같은 유익한 체험을 단 3개월만의 제주살이에서 겪게 되니, 오늘도 역시나 같은 결말에 이른다.


기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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