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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가난뱅이 Mar 29. 2020

아이 없는 집 외동냥이

아이 없는  외동 냥이 레이는 나를 엄마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믿지 못하겠지만(고양이를 키우는 사람  극소수 행운아들은  말이 맞다는   것이다. 레이 인스타에 오래전 레이가 엄마~ 부르는 동영상을 올린 적도 있다.) 레이는 정말 “엄마~”라고 소리를 낸다.
짧게 끊듯이 엄마! 하기도 하고, 부드럽고 길게 엄마~ 하기도 하고, 응석 부리듯 작은 소리로 ~~하기도 한다.

방금도 베란다에서 밖을 보고 혼자 놀다가 책상 위로 올라오면서 “엄마~”했다. 주방에서 밥을 하는 그도 너무나 정확한 발음을 듣고 웃었다.  희한하게도 레이는 나에게만 엄마~라고 한다. 그에게 엄마~라고  적은  번도 없다.

레이를 처음 데려올  우린 레이의 , 누나가 되자고 했었다.(고양이 집사라는 표현은 싫다.)
엄마라는 호칭이 부담스러웠다. (우리는 아이가 없다. 서로 합의 하에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레이가 첫날  무릎에 올라오자마자 나는 자연스럽게 레이 엄마가 되었다.

레이는 하루에도  번씩 엄마라고 부른다. 덕분에 우리는 엄마, 아빠가 되었다. 서로를 부를  자주 레이 엄마, 레이 아빠라고 부르기도 한다. 레이 관련 이야기를  때는 거의 그렇게 부른다. “레이 엄마, 레이 밥이 없는데 “, “레이 아빠야 레이 어딨어?” “레이 아버지, 레이  갈아줬어요?” “레이 어머니, 레이가 기다려요등등 


레이는 우리가 포옹을 하고 있으면 멀리서 자다가도 일어나 우리에게 온다.  사람 사이를 지나가기도 하고, 우리 다리에 몸을 부비기도 하고, 궁디팡팡을 해달라고 보채기도 한다. 마치 엄마 아빠 둘이 있는  질투하는 어린아이처럼 우리  사이에 끼어들려고 한다.

아이가 없어서 평생 엄마 아빠 노릇은 없을  알았는데 레이 덕분에 엄마 아빠 놀이를 하는 중이다.
방에서 자다가 무서운 꿈이라도 꿨는지 갑자기 달려서 책상 위로 올라오며 엄마~ 하고 부른다. 읽고 있는  위에 올라와 만져달라고 한다.

레이는 우리가 외출했다가 집에 오면 언제나 마중을 나온다. 자다가 비틀비틀 나오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은 우리가  열기 전에 현관문에  박을 만큼 바로 앞에 와있다. 한참 동안 인사를 해줘야 한다. 대충 하고 옷을 갈아입으러 가면 ~ 울면서  해달라고 한다.

물론 귀찮게도 한다. 매일 놀자고 보채고, 졸리다고 칭얼거리고, 놀자고 물고, 졸리다고 물고, 밤에 자기 직전엔 흥분해서 다리를 물기도 한다. 레이가 아기일  밥을  수도, 설거지를  수도 없었다. 세상에 궁금한  너무너무 많아서 모든 일에 참견을 했다. 도대체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은 어떻게 밥을  먹고 사는지 이해가   정도였다.  명이 레이를 전담해야 다른  명이 밥을 하거나 설거지를   있었다.

책에는 하루에 20 정도 상호작용 놀이를 해주면 된다는데 레이는  시간을 해도 모자라다고 보챈다. 그림을 그리려고 물감, 종이 등을 꺼내면 종이를 깔고 앉고, 물감에 코를 박고,  씻는 물을 마시려고 한다. 책을 읽을   위에 올라앉고, 컴퓨터를   자판 위를 걸어 다니거나 올라앉는다.

청소도 많이 해야 하고, 건조기도 사야 하고, 비염과  가려움과 재채기를 달고 살고, 종종 귀찮지만,  많이 사랑스럽다.

물론 아기나 고양이나  때가 제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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