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도 감정을 담아요!
수능 응원 숏츠를 찍기로 했습니다.
응원하는 한 사람의 마음을 영상에 담기 위해 등장하는 두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했습니다. 보이지 않은 마음을 보면서 느끼게 해야한다가 목표였습니다.
우선 스토리를 만들고 촬영장소를 찾았습니다. 많이 돌아다녀 보지 않은게 후회가 됐어요. 가본 곳 중에 최적의 장소를 찾았습니다. 우리 동네 작은 카페 창가 자리가 떠올랐거든요.
배우가 한 명 더 필요했습니다. 밤에 콘티를 짜고 아침 일찍 촬영하기에 섭외 불가. 그럼 나라도 출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핸드폰 거치대를 챙겼습니다. 삼각대도 없고 일단 있는 거로 최선을 다해보기로 합니다.
마침 점심 약속을 해뒀던 친구들 카톡방에서 대화가 오갑니다.
그럼, 점심 약속 시간까지 그냥 집에 있어? 나 좀 도와줘~~
이렇게 배우 한 명을 섭외했습니다. 일전에 목소리 녹음을 도와준 친구들입니다. 다시, 다시를 외치는 초보 감독과 한 낯선 작업이 재밌었나 봅니다. 목소리 배우에서 이제 출연 배우가 되었습니다. 배우로 거듭나라~친구여
뛰어다니며 필요한 소품도 준비했습니다.
운동 간다던 친구가 궁금했던지 운동을 째고 카페에 왔습니다.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카메라를 켰습니다. 카메라라고 해봐야 스마트폰 동영상 기능입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이제 두 사람은 배우이고 저는 감독입니다.
콘티 기록을 해뒀던 수첩을 안 가져왔네요. 영상 전체의 순서를 생각하고 장면 하나하나를 떠올립니다.
“손끝에 감정을 담으세요”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 몰랐습니다. 배우에게 손끝 연기를 주문하다니!!
여전히 다시, 다시를 반복하며 발연기에도 많이 늘었다고 칭찬을 해가며 부족한 건 편집에 맡기자고 촬영을 마무리했습니다.
스토리대로 대충 편집해서 출판사에서 온라인 홍보 일을 하는 친구에게 보냈습니다. 어때?
바로 냉정한 지적질.
친구 말이 틀린 것이 없습니다.
마상을 입은 채 처음부터 다시 편집했습니다. 과감하게 필요 없는 장면을 버렸습니다. 영상 편집 배울 때 선생님의 가르침 ‘필요 없는 건 미련 없이 버려라’ 를 바로 실행했습니다. 부족하다고 다시 촬영할 수는 없으니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음악과 최소한의 자막을 넣었습니다. 기법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본질을 가리기도 합니다. 언제나 최소한만.
다시 보내놓고 카톡의 ‘1’이 없어지는 순간부터 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초조한데 당최 답이 빨리 오지 않대요.
이 정도면 괜찮아
미친 듯이 편집하며 씨름하고 있는 사이 아침 9시부터 명상 찍는 배우로 함께해준 친구들은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먹이고, 카페를 검색해서 산책을 시키고, 커피를 먹이고, 어느새 저를 집 앞에 내려놓았습니다.
틈틈이 폰트도 골라주고, 같이 들으며 음악도 골라주고, 목소리 배우답게 시작 멘트도 골라주고, 아이디어도 덧붙여주고,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같은 영상을 지루하다 불평 없이 반복해서 봐주었네요. 유튜브에 올리니 지겹게 본 영상을 또 새로운 거 보는 냥 재밌다고 봐주고요.
짧은 시간 동안
감독이 된 것처럼 재밌었고,
친구에게 들은 혹평을 극복해야 했고,
곁에서 웃으며 같이 즐겨준 친구들에게 고맙고, 신경을 써주지 못한 미안함까지...
깊게 느낀 이 오만가지 감정들을 아직 뭐라 한마디로 정리 할 순 없지만
정리 불가 하루 소동에 웃게 되네요.
이제 제 손을 떠난 영상이 수능을 앞둔 누군가에게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되면 좋겠어요.
수능대박! 찍어도정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