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고3 엄마 이은씨를 응원합니다
이은씨가 낑낑댄다. 뒤꿈치를 들어본다. 마음처럼 안되는지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작고 넙적한 돌을 하나 주워 온다. 까치발을 하고 있는 힘껏 팔을 뻗어도 꼭대기에 닿질 않는다. 그냥 중간쯤 적당한 틈에 끼워 넣고 가자고 했지만 듣지 않는다. 한참만에 간신히 돌을 올린다. 금세 굴러떨어진다. 다시 돌을 찾는다.
갑자기 돌다리를 건너오던 남자가 소리친다.
“거기 돌 올려놓는 건 좋은데 탑에 닿지는 말아요!”
돌탑을 쌓아둔 주인등판.
무너지지 않게 돌만 살짝 올리라면서도 자기 돌탑에 사람이 모여있는 게 불만이다.
걸음을 멈추고 아예 옆에 붙어 선다.
고3 엄마예요.
이은씨는 주변에 있는 낮은 돌탑들엔 관심이 없다. 가장 높은 돌탑 꼭대기에 기어코 자신의 돌을 올릴 셈이다. 고3 엄마의 간절함은 자기 키보다 훨씬 높은 돌탑 꼭대기가 아니라 갈 수만 있다면 하늘 위라도 뚫고 올라갈 기세다.
안 되겠는지 돌탑주인이 거든다. 돌탑에만 돌을 올리려고 애쓰지 말고 발판에 돌을 더 올리라고 한다. 자기도 키가 작은데 어떻게 쌓았겠냐며 방법을 알려준다.
같이 갔던 윤이 얼른 주변에서 돌을 가져다 이은씨 발밑에 고여준다.
하나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윤이 또 돌을 가져와 쌓는다. 이은씨 키가 점점 커진다.
손끝이 떨린다. 호흡을 가다듬고 간신히 돌 하나를 놓는다. 모두 잠시 조용히 바라본다.
그대로 있다.
내려오면서 이은씨는 숨을 멈춘다. 숨결이 닿아 돌탑이 무너지기라도 할까봐 조심조심 그대로 멈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손을 모으고 눈을 감는다.
우리 oo이 수능 잘 보게 해주세요.
말끝을 흐리는 이은씨 작은 코가 빨개진다. 말없이 지켜보던 나도 얼른 뒤돌아 눈가를 훔친다.
돌탑주인은 숲속 구석구석 높은 돌탑은 자기가 쌓은 거라며 자랑이 늘어진다.
다른 사람이 돌을 더 올리지 못 하게 하려고 꼭대기에 일부러 둥근 돌을 올려뒀단다. 무너진 탑을 다시 쌓으려고 일주일에 두세 번씩 와서 보수를 한다며 한참 이야기기가 길어진다.
이은씨가 발걸음을 옮긴다.
눈은 이미 더 높은 돌탑에 가있다.
익숙하게 윤이 돌을 올려준다. 이번에는 아저씨가 적당한 커다란 돌을 찾아준다. 묵직하고 끝이 동그란
돌을 꼭대기에 올리고 이은씨는 또 손을 모은다.
이은씨는 성당에 다닌 적이 있다고 한다.
세례를 받기 위해 신부님과 교리 공부도 했다고 한다.
주말마다 가는 것이 힘들어 지금은 종교가 없는 것처럼 지내지만 절에서 기도하는 건 안 하고 싶다고 한다. 양심상 찔린다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그럼 그냥 산책하고 밥이나 먹고 오는 쪽으로 정한다.
기도 명당이라는 푯말이 보인다.
앞뒤 잴 것 없이 이은씨는 가파른 돌계단을 오른다. 뭐가 급한지 한번 쉬지를 않는다.
우리는 동네 산을 오르다 만났다. 낮은 산이지만 일주일에 서너 번 오르는 사람들 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물 한모금 먹을 새 없이 빠른 걸음으로 올라다니는 우리를 보고 남편은 극기 훈련하는 사람들이냐, 군대에 갈 거냐며 놀리곤 했다.
이은씨는 항상 선두다. 여리여리 작은 이은씨 뒤를 쫒아갈 때면 말하는 것도 잊게 된다.
윤과 나는 헉헉. 숨이 차 몇번을 멈춘다. 어느새 모퉁이를 돌아갔는지 이은씨는 보이지도 않는다. 도착해보니 절벽위 암자는 문고리에 자물쇠를 채워놨다. 이은씨가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눈을 감고 서있다. 당장이라도 그 문을 열어주어야 할 것만 같다.
절 주변을 산책하는 내내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이은씨는 어김없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절에서 기도하는 건 안 하고 싶다며!
가을 숲에서 이은씨는 밤 털기 선수다. 거침없이 숲을 헤집고 다닌다. 멀뚱멀뚱 쳐다보는 나에게 ‘채집본능’은 없냐며 어김없이 양손 가득 밤을 내준다.
커피숍을 운영한 적이 있다는 이은씨는 커피를 좋아한다. 산에서 내려와 동네 작은 카페에 들러 뒤풀이를 할 때면 늘
커피는 내가 살게!
‘NO’가 없다. 언제나 밝고 경쾌하다. 세상 불평이 없이 평온하다. 이은씨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딸아이가 수시원서를 6개 썼다고 한다. 그중에 가장 낮은 학교에 붙으면 어쩌냐고 묻는 딸에게 엄마는 그것도 감사하다고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덤덤하게 말했단다.
그런 이은씨가 오늘 몇 번을 멈추고 기도를 했는지, 몇 번을 눈시울을 붉혔는지 모른다.
긴장과 초조함을, 시간을 버티며 견뎌내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이 너무 안쓰럽다고 한다. 그 짐을 덜기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또 코끝이 빨개진다. 홀로 온전히 버텨내며 아이는 어른이 돼가는 거라는 걸 알면서도, 지켜보는 마음은 세상의 모든 신에게 간절하다.
제발 이은씨의 소망이 하늘에 닿아,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세상의 모든 고3 엄마,
이은씨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