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곳에 서면
앞으로 오란다.
거긴 귀빈들 자리 아니에요?
뒷자리 구석 멀찌감치 자리에 앉으려는 나를 부른다.
귀빈이 어딨어요. 우리가 귀빈이지.
앞줄 가운데 자리.
익숙하지 않은 자리.
앉아 있지만 편하지 않다.
사진 찍는다고 무대 위로 올라가란다.
앞자리 중앙은 무대와 가깝다.
사진 찍는 자리도 앞자리 중앙이 된다.
사진을 찍고 자리로 돌아오는 시간도 어색하다.
몸이 기억하는 중앙을 차지하려는 욕망이 생각나 겁났다.
부딪히는 일 없이 다들 적당하다.
SNS에서 먼저 친구 요청을 하고, 현장에서 먼저 묻는다.
지영씨, 빨리 와 사진 찍어야지.
저는 안 찍어도 괜찮아요.
아니야, 얼른 와요
나를 챙긴다. 나를 중앙으로 당긴다.
지역이지만 다양한 행사가 있다. 주최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고 내용도 각각 다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게 있다.
나는 내 시간을 갖고 간다는 것.
행사 준비를 하지 않았지만, 나도 빈손은 아니다.
내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
내가 꼭 필요한 자리에 서자.
결국 중요한 자리는 행사의 규모가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다.
옆자리 사람이 카톡을 열어 자기가 방금 단톡방에 올린 글을 보여준다.
영화 보는 행사에 함께 가자고 한다.
다른 분들도 함께 볼 수 있도록 신청 독려 글도 부탁한다.
이미 두 번이나 본 영화지만 기꺼이 또 신청 한다.
독서 모임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교수님이 설명해주는 소리가 행복하다. 듣는 것만으로 가득 차서 할 말을 잃었다. 말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첫눈 오는 날 송년 모임에서 따뜻한 어묵탕을 배불리 먹었는데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싸주신다. 두 손 가득 들려진 내일 아침거리다.
그리고 웃으며 함께 주신 응원의 말씀.
이렇게 챙겨주는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다.
이제 바로 눈앞에서 있어도 보이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보이는 사람이다.
공공의 일을 하면서도 자신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온전히 똑바로 서 있어야 공동체를 위한 일도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없는 것을 보이려 하지 않았다.
중심이 아니어도 내가 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곳에 섰다.
주목받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나를 속이지 않으면서 도움이 되고 싶었다.
권리당원을 모집하지 못했다.
선거는 조직과 돈이라는데 나는 조직도 없고, 돈을 들이고 싶지 않다.
불리한 조건이다. 조건을 채우려고 애쓰기보다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기존의 문법에 불리한 것뿐이니 다른 방법을 쓰면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내 방식대로 승부한다.
내 개성으로 승부한다.
중심보다 가장자리에서, 사람이 많은 곳보다 사람이 필요한 빈자리에서, 도움이 간절한 곳에서 서서,
사람을 볼 것이다.
경희씨에게 배운 것처럼
내가 보면 다른 사람도 나를 본다.
보이는 곳이 아니라 봐야 할 곳에 서는 게 바로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