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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시연 Apr 30. 2017

하혈

하혈을 했다.

생리혈과는 다른 시뻘건 피를 보니 머리까지 핑 돌았다.

일하다가 깜짝 놀라 반차를 내고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호르몬 영향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하셨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도 하셨다. 뭐 이건 늘 단골로 나오는 얘기고...


몇 가지 검사를 해보고 '배란혈'로 진단됐다.

처음 있는 일이라 너무 놀라 손까지 차가워진 내게 의사 선생님은 큰 일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지혈될 때까지 일단 기다려 보자고 하셔서 집으로 돌아왔다.


일주일 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원하면 약으로 지혈할 수 있고 아니면 자연적으로 스스로 몸이 치유할 수 있게끔 기다려 보자 하셨다. 약을 먹으면 호르몬 주기가 틀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임신 가능성이 있느냐 물으셨다.


"뭐 피임약을 따로 먹지 않으니 가능성은 있겠죠."


그게 아니고 아이 가질 계획이 있냐 물으셨다.


(왜 이런 걸 묻지?) "아... 언젠가는.. 갖지 않을까요??"


"제 말은, 지금 당장은 아니시죠?"


"아! 당장요.? 네.. 아니죠"


"그럼 약은 드셔도 상관없겠네요."


"네."

 

의사 선생님의 '아이를 가질 계획'에 대한 물음은 결혼도 안 했고

당장 생각해본 적 없으니 먼 미래의 계획을 묻는 건 줄로만 알았다.


하혈은 처음이기도 하고 보통 열흘 정도 지켜본다 했으니 약을 받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급 피곤함이 몰려와 소파에 털썩 멍하니 앉았다.

그러다 갑자기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왜 우는 건지도 모르고 울었다.

.

.

.

스스로에게 드는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나이 먹어가고 주름 늘어가는 것만 걱정만 했지 정작 건강은 신경 쓰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면서 점점 생각이 커졌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헤어져야겠지?", "보내줘야겠지?"

"사랑하니까 보내주는 게 맞는 거야"  


이미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버린 나는 더 펑펑 울어댔다.

흐어엉!!



















마음이 조금 진정이 되고 나서 다시 집을 나섰다.

.

.

.

.


헉헉~ 헛둘 헛둘

여기저기 운동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이 보인다.


"어서 오세요. 회원님 처음이세요?"


"네, 한 달에 얼마예요?


"아. 한 달은 없어요? 그럼 6개월은요?"


"아.. 일 년이랑 별로 차이 안나네요..."


"그럼 일.. 일 년으로 해주세요"


카드 긁히는 소리와 함께 마음도 긁힌다.

"괜찮아 내일부터 운동 열심히 해서 뽕 뽑으면 되는 거야."


다음 달 카드 명세서를 붙잡고 또 우울해질지언정 일단 시작하기로 했다 운동!





이것은 나의 이야기 그리고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다. 돌아보면 눈부신 날들로 기억될지도 모르는 지금의 노처녀의 일상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노처녀 히스토리는 노! 처녀가 되는 그날까지. 쭈욱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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