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에게는 많은 노력이..
한국에 온 지 5년이 넘었다. 어느새 학부를 졸업하고 어떤 중소기업에 취직하게 되었다. 이 취직 과정에서도 억울한 일들이 많았다. 학교 동기들은 다 대기업으로 취직을 하는데, 나는 외국인 이유로, 사내 문화에 적응이 힘들 것 같다는 이유로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기만 했다.
나는 매사에 열심히 노력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 이것도 지겨워진다. 자신이 엄청나게 애를 쓰면서 노력해 왔던 것들이 주변으로부터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는 것이 억울하다. 누군가가 알아봐 주는 것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 상대방에 아주 큰 요소일 일수도 있다. 누군가가 계속 애썼던, 노력했던 것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을 오늘 깨닫게 되었다.
퇴근길에 우리 회사 이사님 한 명을 만났다.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다가 한 말이 저에게 큰 충격을 줬다. 나는 평소에 누군가로부터 “잘한다”는 말을 듣기 싫다. 그래도 누군가가 내가 애쓰는 것을 알아봐 줬으면도 했다.
이사님 - 셈오취 하리가 외국인 중에 제일 한국어를 잘한다.
나는 원래 티브이 안 봐서 셈오취 하리가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모르겠다. 서로 비교하기도 싫다. 나는 엔지니어고 그분은 티브이에서 활동을 하는 분이다. 서로 아예 분야도 다르고, 사용하는 전문적 언어다 다르다. 나는 유행어를 잘 모르지만 엔지니어링, 사이언스 용어에 자신이 있다.
입사하고 나서 업무 중에 한 번이라도 한국어 외에 영어나 다른 언어로 업무 해본 적이 없다. 하루 종일 대한민국 구석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는 기술직 사원, 엔지니어, 연구원 등 해서 전화로 많은 업무를 한국어로 해결하고 있다. 지금까지 10개월 동안 업무를 잘 해결해 가려고 많은 애를 쓰고 있었다. 나는 전화도 하기 전에 한 3번 말을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이해하기 쉬울 수 있을까 해서 미리미리 생각하고 전화를 한다. 나는 그래도 한국어인 업무를 하면서 애를 많이 쓰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었다.
며칠 전 일이다. 어떤 업무 때문에 이메일을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반복하다가 사수가 말을 걸었다.
- 아까부터 컴퓨터 화면 보는데 계속 같은 페이지다. 업무 스피디업 하자.
이 말을 들으면서 또 자괴감이 들었다. 이메일을 쓰면서 상대방이 상황 파악을 할 수 있게 자세하게 쓰고, 문법이나 단어 오류 없는지 계속 체크하고 또한 최대한 한국인처럼 예의 있게 쓰려고 노력을 한다. 사수가 한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애를 많이 쓰고 있으면서, 외국인으로서 업무를 하다 보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기만 했다. 근데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또다시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나의 일상은 매일 애를 많이 써가면서 보냈다.
어느 날 사수로부터 카톡이 왔다.
- 글 잘 썼네요. 한국사람인 줄. 놀랐음.
언제였을까. 나는 업무를 하면서 기뻐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이 카톡을 보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그동안 많은 애를 쓰면서 살아가는 나를 누군가가 알아봐 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