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리사이드 북 스토리
2022년 12월 읽기 시작해, 이제 절반 정도 읽어나가는 책이 있다.
압도적이다. 이 책에 거의 무력하게 압도당하는 느낌으로 읽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읽은 가장 훌륭한 논픽션 중 하나다.
출간 사실을 알고 바로 샀던 것 같은데 지금 베스트셀러에 오른 걸 보면 '비소비' 혹은 '저소비'는 현대인들에게 목마른 주제가 아닌가 싶다. 어쩌면 다들 누군가 멈춰주길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책의 논조는 이렇다. '전 세계 사람들이 지구가 4개 혹은 5개 아니, 6개인 것처럼 소비하지 않고 딱 1개인 것처럼 소비하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중요한 것.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이 책이 훌륭한 점은 환경을 위해 소비를 줄이자는 교조적 훈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좋은 삶이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논지로 깊게 나아간다는 점이다.
소비를 덜 하면 사람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책은 이 주제에 천착한다.
저자는 1940년대 영국의 사회연구기관에서 한 연구에 주목한다. 그 시절 주말은 말 그대로 모든 영리기관이 문을 닫는 비영리적 시간이었다. 여기서 저자는 팬데믹과 그 시절의 유사점을 발견하는데, 사람들 대다수가 아예 집밖을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일의 주요 활동은 (만약 그것을 활동이라 부를 수 있다면) 행복 추구가 아닌 목적 없음의 추구였다. 68pg
자신의 야심 때문이든, 강압적인 고용주의 요구 때문이든, 형편없는 임금에서 비롯된 재정난 때문이든, 대다수가 정말로 여가가 부족하다. 나른하고 느긋한 진짜 자유 시간, 수축하는 게 아니라 확장하는 듯 보이는 시간은 어디서나 공급이 부족하다. 71pg
나는 이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는데, 소비를 위한 시간 혹은 소비를 위해 일하는 시간이 아니라 '목적 없는 시간'에서 더 큰 자유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나오는 사례를 보자면 이런 시간에 사람들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 시대에는 영상기기도 흔치 않았으니... 사람들은 평소보다 더 긴시간 천천히 밥을 정성스레 지어 먹고, 화단을 가꾸거나 신문을 아주 천천히 읽었다고 한다.
또한 저자는 경제성장을 측정했던 GDP를 냉철히 비판한다. 케네디의 말을 인용하면서.
"GDP는 우리가 짓는 시의 아름다움이나 우리의 결혼생활이 가진 힘, 공개 토론의 지혜, 공무원들의 성실함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GDP는 우리의 재치도 용기도 지혜도 학식도 측정하지 못하고, 우리의 열정도 국가를 향한 헌신도 측정하지 못합니다. 즉, GDP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측정합니다." 저자는, 실제로 담배 광고, 구급차, 주택 보안장치, 감옥, 삼나무숲의 파괴, 도시의 난개발, 네이팜탄, 핵탄두, 미국 도시에서 경찰이 폭동 진압에 사용하는 장갑차로도 GDP가 상승한다고 지적한다.
소비를 장려해야 국가 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에서 한발짝 떨어져 보기를 저자는 권한다.
...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며 슬그머니 자기모순이 커가는 것을 느꼈다. 이제 나는 회사원이 아니라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나의 제품과 서비스를 누군가 소비해주어야만 이 일이 굴러갈 수 있다. 비소비의 시대에 어떻게 뭔가를 팔면서 살아가라는 말이냐- 하는 질문이 생겨난다. 책에서 저자와 함께 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으로 소비 없는 사회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이터 경제학자 빅터는 보여준다. GDP가 빠르게 하락하고 정부 부채가 불어나고, 빈곤이 급증하는 시나리오를.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엄청나게 줄어든다)
"모든 사람의 소득은 다른 사람의 지출에서 나옵니다." 라고 말하는 빅터는 계속 프로그램을 돌리고 결국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 "성장 없는 삶은 전적으로 가능하다."
여기까지 내가 읽은 중간 부분이다.
디컨슈머의 시대에, 디컨슈머인 자영업자는 어떻게 살아갈까?
이 책을 다 읽으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디컨슈머 자영업자로서 어떻게 건강한 생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89523&start=pnaver_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