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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작가 Aug 23. 2023

도쿄 카페투어(31) - Onibus Coffee

도쿄 카페투어(31) - 오니버스 커피 나카메구로

도쿄 카페투어(31) - Onibus Coffee Nakamegu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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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home-14-1 Kamimeguro, Meguro City, Tokyo 153-0051

⏱️09:00 ~ 18:00

☕️아메리카노 (¥550)

☕️카페 라떼 (¥605)

�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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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메구로역 근처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중 하나가 바로 오니버스 커피가 아닐까 싶다. 거짓말 조금 보태자면 메구로구에서 아마 가장 유명하고 감성 있는 카페가 아닐까? 오니버스 커피는 여기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전철을 볼 수 있는 카페로 알려진 곳은 여기 나카메구로점이다. 


여기는 사실 정말 전철 지나가는 걸 보고 싶어서 방문한 카페다. 그래서 그 명당에 앉기 위해 오픈런을 하려고 고민까지 했었으나 그냥 운명에 맡기기로 하고, 자리가 없으면 날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시간 빌게이츠니까. 아무튼 카페에 도착하니 대략 9시 40분 정도가 되었으며 이미 명당엔 커플이 앉아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그들 바로 옆에 앉았다. 

1층은 전철이 보이지는 않고 자연친화적인 식물원 느낌으로 푸릇푸릇하다. 굉장히 예쁜 카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저 나무로 만든 메뉴판이 맘에 들었다. 참고로 1층에는 애완동물 출입이 가능하니 평소 귀여운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면 2층으로 가면 된다. 은근 강아지들이 많이 온다. 

정말 사진만 찍으려고 간 카페여서 커피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애초에 목적이 커피가 아니었고 기차가 지나가는 걸 찍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날도 추우니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도쿄에서는 싱글 오리진을 아메리카노로 마시는 걸 접하기 굉장히 쉬워서 오히려 자체 블렌딩이 있으면 나는 블렌딩을 꼭 마셔본다. 싱글은 언제든지 마셔볼 수 있으니까. 여기 블렌딩은 케냐+에티오피아+과테말라의 조합이었으며 대충 맛은 예상이 어느 정도 가는 맛이긴 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 이때만 해도 명당에 사람이 없는 줄 알고 헐레벌떡 들어갔는데 말이지.

옷걸이가 있는데 어째서 좌석과 저렇게 가까이 있을까? 저 옷걸이는 위치 선정이 조금 아쉬운 거 같다. 내가 처음 잡은 자리는 명당 바로 뒷자리였다. 사진에 보이는 창가엔 전철이 보이지만 바로 옆에서 보긴 어렵다.


생각해 보니 명당에 자리가 나면 바로 후다닥 달려가야 하는데 뒤에 있는 거보다는 옆에 있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자리를 옮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옷걸이가 불편하다. 누군가가 결국 옷을 걸어서 나의 시간을 방해했지만 아무튼 있으니까 쓸 수밖에 없는데. 옷걸이를 빼거나 자리를 조금 옮기거나 해야 하지 않을까?  


벽에 그려져 있는 맛있는 핸드드립을 내리는 방법. 

드디어 명당에 자리가 났다. 대략 한 시간 정도 기다렸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다. 이 자리에 앉은 커플도 외국인인데, 아 일본 사람도 나에겐 외국인이니까. 서양 사람이었는데 절대 나는 눈치를 주지 않았다. 눈치를 줬더라면 더 일찍 나왔겠지. 아무튼 남자가 나에게 "Your Turn"이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내어주었다. 당연히 나는 감사하다고 했으며 여자는 웃었다. 나도 조금 그 상황이 웃기기는 했는데 아마 이 사람도 여기가 어떤 자리인지 알고서 온 거 같다. 왜냐면 한 20분 정도를 여자친구의 사진을 엄청 열심히 찍어주더라. 다양한 포즈와 다양한 컨셉(?)으로. 이건 만국 공통인가 보다. 

생각보다 전철이 오는 자리는 낭만이 없다. 햇빛이 강하게 와서 따뜻하니 좋았는데 이도 오래 앉아 있으니까 더웠다. 그리고 처음에는 신기해서 사진 찍고 영상도 찍었는데 전철이 계속 왔다 갔다 하니까 시끄러워졌다. 그러니까 신비함이 짜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카메구로역이 종점이자 기점이라서 카페즘음 오면 전철이 서행을 하면서 간다. 


그리고 저 찻 잔이라고 해야 할까? 머그컵이라고 해야 할까?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이 아주 커피 맛을 더 고급지게 만들어주었다. 무게감도 있어서 커피가 라이트 로스팅임에도 불구하고 묵직함을 더해주었다. 생각해 보니 커피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내가 도쿄에 가서 유일하게 원두를 산 매장이다. 푸글렌을 제외하면. 애초에 푸글렌은 사 올 생각이었고 다른 곳은 원두를 사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여기는 유일하게 원두를 사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산미만 있는 게 아니라 적당히 묵직하면서 상큼하다. 푸글렌의 찌르는 산미는 아니다. 신맛과 단맛의 적절한 밸런스 그리고 끝에 남는 쌉싸름함이 굉장히 매력적인 커피다. 밸런스가 좋은 산미가 매력적인 커피를 찾는다면 굉장히 추천한다. 다만 원두를 사서 한국에서 내려서 마시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일단 여기서 커피를 내리는 방식이 어떤지 모르고 물도 다르기 때문에 그때의 맛이 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맞다. 그리고 여행 중에 마시는 커피와 그 원두를 집에서 마시는 건 천지차이니까. 여행에서 마신 커피의 감동은 거기서만 간직하는 게 좋다. 하지만 이 원두는 한국에 와서 마셨는데도 꽤나 훌륭했다. 

적당히 사진도 찍었고 또 다음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켜줘야 하니 적당히 앉아 있다가 나왔다. 한국분들이 기다리고 계셔서 또 빨리빨리 비켜드렸다. 나오는 길에 커피 맛에 감동해서 라떼를 한 잔 주문했다. 원샷과 투샷 중 고민을 했지만 당연히 투샷을 선택했다. 


8oz에 마시는 라떼는 참 적응이 안 된다. 한국에서 플랫화이트의 사이즈인데 여기서는 라떼라고 하니까. 원샷으로 마셨으면 좀 밍밍했을 거 같다. 투샷이 아주 적당하다. 밸런스가 정말 좋은 라떼. 우유 맛이 강하거나 커피맛이 강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여기는 참 밸런스를 잘 잡는 곳인 거 같다.


커피 머신은 라마르조꼬, 그라인더는 시모넬리 그리고 PUQ사의 자동 템퍼를 사용하고 있었다. 도쿄에서 보기 드문 자동 템퍼. 손맛보다는 원두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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