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
내 생일이었고,
지금도 공식적으론 그렇다.
하지만 그날,
나는 평생 내 생일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대신 얻은 건 한 사람의 아버지라는 이름이었다.
12년 전 오늘 새벽 1시 10분,
분만실의 공기는 숨 막히도록 조용했다. 아내는 온몸으로 고통을 견디고 있었고, 나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속으로 빌었다.
"제발 무사히, 둘 다."
그리고...
쨍한 사내아이의 울음소리.
22시간의 진통 끝에 만난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소리.
나는 떨리는 손으로 작은 가위를 잡고
아이와 엄마를 잇던 탯줄을 잘랐다.
그날 아침,
나는 내 생일 미역국 대신
아내와 함께 병실에서 소고기가 듬뿍 들어간 산모 미역국을 먹었다. 국물은 진했고, 그 속에는 세 식구의 인생이 녹아 있었다.
그 후로 매년,
케이크는 하나.
초는 아들이 분다.
나는 앞에서 흐뭇하게 바라보며,
인생이 준 가장 큰 선물을 자축한다.
가끔은 생일이 사라진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그 조각이 씁쓸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 조각엔 아들의 웃음이, 우리의 시간이,
내가 사랑을 배우게 된 순간들이 담겨 있으니까.
내 생일은 그렇게
내가 중심인 날에서
아들을 위한 날로 변했다.
가끔은 문득,
내 생일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아
허전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허전함은 곧
사랑이 차오른 자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이건 아직도 계속되는 에피소드인데...
은행, 보험, 학교, 병원, 어디에서든
가족 정보 기입할 일이 생기면 꼭 이런 일이 생긴다.
"아버님, 여기 아드님 생일이 잘못 쓰였어요."
"아, 그게요... 저랑 생일이 같아서요."
"어? 진짜요?"
그때마다 직원은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방끗 웃으며, 꼭 한 마디를 덧붙인다.
"와... 진짜 특별하시네요!"
그 말이 들릴 때마다 잃어버린 내 생일이 살짝 돌아오는 기분이 든다.
그래, 나는 아들이 태어난 날
평생 내 생일을 잃어버렸다.
대신, 평생 지켜야 할 이유를 얻었다.
그리고 세상에 내 생일을 증명해 줄
가장 소중한 나의 미니미, 내 복사본을 얻었다.
그래서 10월 24일은
내 생일을 잃어버린 날이자,
아버지로 다시 태어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