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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이민자 1세대, 이방인의 이름으로 쌓아 올린 삶"

by 호주아재

매일이 전쟁 같았다.
언어도, 문화도, 일하는 방식도 낯선 땅에서 나는 늘 조용한 아웃사이더였다.
겉으론 친절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차별의 시선 속에서 무너지고 또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그때 붙잡은 것이 요리였다.
누군가에겐 꿈이었을지 몰라도, 나에겐 생존이었다. 한국에서 요리사도 아니었던 내가 불 앞에 서고, 칼을 잡았다. 욕을 먹어도 이유를 몰랐고, 칭찬의 뜻도 나중에야 알았다. 때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인적 없는 골목에서 소리 내어 울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주저앉으면, 함께 온 가족도 무너질 테니까...

그 치열한 시간 끝에 내 손에 쥐어진 건 호주 시민권이었다. 그건 단순한 신분이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남았다는 증거였다.

누군가 물었다.
"그렇게까지 하며 왜 외국에 남았냐"라고.
나는 주저 않고 대답했다.
"도전하고 싶었으니까."

사람들은 '누구나'도전을 꿈꾼다. 하지만 정작 '아무나' 그 길로 나서는 건 아니다. 나는 머무는 삶보다, 그 '아무나'의 자리에 서고 싶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도전한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진정한 가치는 더디게 오지만, 그래서 더 뜨겁고 치열하다.

아직 나는 이방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삶은 내 두 손으로 일군 결과이다.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고통도 외로움도 차별도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무너질 듯 흔들리던 날들 속에서 나는 자신을 믿는 법을 배웠다.
가장 중요한 건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존중하는가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길을 걷는다.
그리고 과거의 나에게 말해준다.
"넌 해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것을 해낼 것이다."

먼 길을 함께 걸어준 가족에게, 묵묵히 곁을 지켜준 이들에게, 그리고 끝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나 자신에게 이제는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다.
돌아보면, 이 삶은 누가 대신 만들어 준 것이 아니었다.
작은 돌부리마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며, 내가 직접 쌓아 올린 발자취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삶을 당당히 바라본다.
이 길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분명 내 것이기에 자랑스럽다.




지금까지 제 이야기를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호주라는 낯선 땅에서 저와 함께 웃고 울며 시간을 채워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저는 이곳에서도 저 다운 삶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계속 도전하며 이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맺어진 소중한 인연들을 잊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 호주아재 이민호 올림 ----



*처음 제 에세이를 접하시는 분들께*

3권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웰던인생, 미디엄레어 꿈" 1권에서부터 이어지는 흐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아직 1권과 2권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주시면 더욱 깊이 있고 생생하게 다가올 거라 생각합니다.
정주행을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ojuaz


https://brunch.co.kr/brunchbook/hojua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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