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개월간의 재활과 휴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완벽히 재정비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실전에 뛰어들 시간.
내가 복귀 무대로 선택한 곳은 바로 호주 최대 카지노 체인 호텔, 'The Star Gold Coast.'
5 성과 6성 호텔이 공존하는 이곳은, 10개의 레스토랑과 290여 명의 셰프가 함께하는 초대형 미식의 전장이다.
출근 첫날, 락커룸에서 호텔에서 특별히 맞춰준 나만의 셰프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일반적인 유니폼이 아니라, 내 이름이 자수로 새겨진, 오직 나만을 위한 유니폼이었다. 그 유니폼을 입고 거울을 바라보니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드디어 이곳의 셰프가 되었다는 실감이 났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중에서도 하루 평균 2,000명 분량의 식사를 책임지는 레스토랑, Food Quarter에서 27명의 셰프들과 함께 호흡하며, 주방의 심장을 움직이는 'Sous Chef Minho Lee'로 당당히 이름을 알리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주문, 고온의 팬, 쉼 없이 돌아가는 팀워크 속에서도 나는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는다. 이곳은 나의 무대니까.
이탈리안 셰프에게 이탈리안 요리를 가르치고, 프렌치 셰프와 프랑스 요리에 대해 당당히 의견을 나누며, 나는 '국적'보다 '실력'이 통하는 주방에서 진짜 셰프로 살아가고 있다.
고된 하루하루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요리사고, 리더이며 무엇보다 한국인의 피와 긍지를 지닌 셰프이다. 국적은 호주지만, 내 뿌리는 한국인이다. 내 안에는 늘 '한국 셰프로서의 자부심'이 살아 숨 쉬고, 그 자부심이 나를 더 나은 셰프로, 더 강한 사람으로 이끌어준다.
나는 오늘도 불 앞에 선다. 주방의 소음은 전쟁터 같지만, 내 마음은 한결같다. 불길처럼 거세게 몰아치는 하루 속에서도 나는 내 중심을 잃지 않는다. 내가 쥔 칼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내 신념이고, 내 역사를 이어가는 증표이다.
한국인의 이름으로, 호주의 셰프로, 나는 두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되고 싶다. 내 요리 한 접시가 단순한 맛을 넘어, 나를 키운 땅과 나를 단련시킨 시간을 담아내길 바란다. 누군가는 그 안에서 한국의 정직함을, 또 누군가는 호주의 자유로움을 느낄 것이다.
나는 매일 주방에 들어설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의 너는 어제보다 더 나아졌는가? 너는 여전히 겸손한가? 너는 여전히 불과 칼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그 물음에 답할 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진짜 셰프가 된다. 내 이름을 건 유니폼을 입는 순간, 나는 책임과 긍지를 동시에 짊어진다. 그것은 단순히 나만의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 이곳에서 길이 남을 한국인의 이름을 새기겠다는 선언이다.
나는 더 이상 한국에서 온 이방인이 아니다.
나는 호주의 셰프이자, 한국인의 자부심을 안고 사는 하나의 숨결이다.
그 숨결은 불 위에서 생명을 얻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희망의 불꽃이 되길 바란다.
*처음 제 에세이를 접하시는 분들께*
3권에 담긴 모든 이야기는 "웰던인생, 미디엄레어 꿈" 1권에서부터 이어지는 흐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아직 1권과 2권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주시면 더욱 깊이 있고 생생하게 다가올 거라 생각합니다.
정주행을 추천드립니다.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oju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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