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브런치 글, 왜 낯설게 느껴질까

마음에 남는 글을 쓰고 싶은 당신에게

by 호주아재

오래전 남자 화장실 소변기 앞에 붙어 있는 표어가 문득 떠올랐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
문득 글을 쓰는 자리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가 남는 자리, 누군가의 마음에 스며드는 자리, 잠시 머물다 떠나는 자리까지, 그 모든 순간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마음으로 오늘 글을 시작한다.


그런 마음으로 요즘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다 보면, 문득 낯설다는 감정이 먼저 찾아올 때가 있다. 그것은 인공지능을 사용했기 때문도 아니고, 글의 형식이 달라졌기 때문도 아니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차이는 언어가 머무는 지점에 있다. 한 번쯤 숨을 고르고 다듬어졌어야 할 말들이, 아무 여과 없이 화면 위에 놓여 있는 느낌 때문이다.

브런치는 원래 다양한 세대가 같은 공간에서 문장을 건네고 마음을 나누는 곳이다. 삶의 속도도, 사용하는 언어도 다른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그래서 더더욱 글 속의 언어는 조심스럽고, 단정하며, 누군가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요즘 글들 가운데는 글이라기보다 평소 하던 말을 그대로 옮겨 적은 듯한 문장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 일부러 거칠게 표현한 MZ세대식 일상어, 자조와 개그를 섞은 표현들이 아무 설명 없이 등장한다. 밥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굳이 거친 말로 바꾸거나 (밥 쳐묵쳐묵), 지친 상태를 농담처럼 과장한 표현(영혼 탈곡당함), 정신없어 넋이 나갔다(멘탈 가루남)는 말 대신 자극적인 단어를 쓰고, 일이 힘들었다는 이야기(인생 억까)를 웃음으로 포장한 표현들이 반복된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웃고 넘길 수 있는 말일 수도 있지만, 글이라는 형식 안에서는 그 언어가 가진 결이 그대로 전달된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 각자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렇기에 나만의 이런 생각을 드러내는 일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특히 자기만의 글을 써 내려가는 작가들에게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는 일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서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표현을 순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말은 순간의 감정으로 흘러가지만, 글은 오래 남는다. 읽히는 시간도, 읽는 사람도 통제할 수 없다. 그래서 글 속의 언어는 쓰는 사람의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질 가능성까지 함께 품게 된다. 웃자고 던진 말이 누군가에게는 피로로 남을 수도 있고, 가볍게 쓴 표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 여지를 줄이는 일이 언어를 다듬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브런치에서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부터, 어쩌면 가장 불편했던 사람은 나였는지도 모른다. 글을 잘 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으면서도, 작가라는 호칭에 마음이 흔들리곤 했다. 그 이름에 걸맞은 글을 쓰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지 못한 채,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던 시간들도 있었다.




브런치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 가운데 '잘 썼다'와 '잘했다'가 있다. 두 표현은 비슷해 보이지만, 내게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잘했다'는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는 응원처럼 느껴지고, 성실하게 참여하고 있다는 평가에 가깝다.
반면 '잘 썼다'는 그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다는 뜻이라고 믿고 싶다. 길지 않은 문장이라도, 특별한 기교가 없어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잠시 멈추게 했다면 그 한마디는 충분히 무겁다.

글의 길이나 유행하는 표현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솔직한 지보다, 얼마나 조심스러운지가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누군가를 웃기기 위해 거칠어지기보다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한 번 더 고른 단어가 오래 남는다고 믿는다. 그 믿음이 틀릴 수도 있다. 그래도 언어를 다듬고 문장을 고르는 일을 멈추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여전히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잘하는 활동가로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조용히 온기를 건네는 글을 남기고 싶어서다.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고, 반응이 많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글을 덮은 뒤, 설명하기 어려운 잔향 하나쯤은 남길 수 있는 문장이기를 바란다.
그때 누군가가 건네는 말이 있다면, 그것은 '잘했다'보다는 '잘 썼다'였으면 좋겠다. 그 말 한마디를 떠올리며 오늘도 문장을 고쳐본다. 언어를 조금 더 조심스럽게 다루는 작가로, 이 공간에 남고 싶기 때문이다.




P.S 아름다운 글귀로 시를 쓰고 계시는 '블라썸 도윤' 작가님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받아 이 글을 남깁니다. 말로 오간 생각들이 조용히 문장 속에 스며들었습니다.


'블라썸 도윤' 작가님의 '아름다운 시'가 있는 곳

https://brunch.co.kr/brunchbook/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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