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행위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부터가 고민이었다. 러닝, 런닝, 조깅, 달리기, 뜀박질 등 이 행위를 표현하는 여러 가지 단어들을 두고 나름 고민했고, 결국 마음에 든 건 '러닝'이었다. '뜀박질'은 너무 방정맞아 보였고, '달리기'는 운동보다는 동작에 가깝게 느껴졌다. '조깅'은 한자 '아침 조'가 떠올라 별로였고(실제로 러너들 중 아침 러닝은 '조깅', 저녁 러닝은 '석깅'이라며 말장난 치는 사람들도 있다.), '런닝'은 왠지 모르게 '난닝구'가 연상되어 촌스럽게 느껴졌다. 이렇게 적고 보니 다른 단어들이 별로여서 '러닝'이 선택된 거 같지만, '러닝'이라는 단어가 날렵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나는 러닝을 좋아한다. 중간중간 공백은 있었지만 10년 가까이 꾸준히 하고 있는 유일한 운동이며, 취미가 뭐냐는 질문을 받을 때 꼭 빠지지 않고 대답하는 게 '러닝'이다. 누군가에게는 극혐 할 정도로 힘들고 지루한 운동이고, 솔직히 나도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지만 그럼에도 내가 러닝을 좋아하는 이유는 '성취감' 때문이다.
사실 삶을 살아가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많지 않다. 보통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며, 투자의 결과가 성취감으로 이어지지 않을 확률도 다분히 존재한다. 그러나 러닝만큼은 짧은 시간만으로도 확실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나는 보통 밤에 뛰는 편인데, 이렇게 하루를 러닝으로 마무리하면 '오늘도 해냈다.'라는 만족감을 느끼며 잠들 수 있고, 이러한 감정은 다시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준다. 그래서 나는 러닝이 좋다.
문제는 이토록 훌륭한 러닝인데도 막상 시작하기는 죽도록 싫다는 것이다. '오늘은 늦게 퇴근했다.', '저녁을 많이 먹어서 소화가 덜 되었다.', '오늘 뛰면 내일 일정에 무리가 될 거 같다.' 등 핑계도 다양하다. 뛰고 나면 분명 좋을 걸 아는데, 뛰기 위해 집을 나서는 건 정말 큰 결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에게는 러닝이 마치 애증의 존재 같다. 증오하지만 사랑하는 것,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러닝이다.
"싫지만 결국 좋을 걸 알기에 오늘도 나는 뛰러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