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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기 Dec 11. 2018

호주 대학교 생활 적응기 1편

모든 것이 첫 경험

모든 게 처음이었다.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정신은 20살인데, 새로운 환경에 놓이니 1살이 된 것만 같았다. 나 스스로 헤쳐나가야 했다. 학생증 발급받는 것부터 시작해서 마트에 가고 런드리 룸에 들어가서 한 시간 동안 멍하니 기다려도 보고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고, 기회였다.


일부러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대화의 끝은 알고 있었지만 무턱대고 경험하고 싶었다. 책으로만 배웠던 영어를 실제로 적용하는 순간이었다.


대화하면서 실제로 이해도 못 했으면서 이해하는 척했다. 이해 못한 부분은 이해될 때까지 계속 곱씹어봤다. 지속적으로 교류하다 보니 작은 경험이 모여 경험이 쌓여갔다. 어느 순간 호주 생활 4개월 정도 됐는데, 놀랍게도 의사소통하고 있는 내 모습이 신기했다. 상대방을 다른 언어로 이해시키고 있는 나의 모습을 목격한 순간이었다. 신기했다.


호주 애들과 하나둘씩 친해지기 시작했다. 홈스테이 하는 호주 친구 하우스 파티에 초대받았다. 호주애들이 즐겨마시는 저렴한 와인을 이리저리 들고 다녔다. 한국으로 치면 소주다. 그 친구들은 이런 와인을 마셨다. 가성비가 좋았다. 저렴하고 양도 많은 데다가 지친 하루를 보내기에 맛도 그리 나쁘진 않았다.


한 번은 기숙서 살면서 이런 일이 있었다. 처음으로 밥을 해 먹으려고 부엌에 밥 올려놓고 컴퓨터 하다가 깜빡하고 마트에 장 보러 간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밥 올려놓은 것을 깜박한 것이다. 숙소부터 마트까지 걸어서 20분 걸린다. 마트 가고 있는데 학교 쪽으로 소방차 두 대가 빠르게 지나갔다. 저 소방차가 나 때문에 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히 불났나? 이러고 내 갈 길 갔다. 집 가는 길에 소방차 두 대가 학교로 빠르게 들어가는 것이다.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데 갑자기 밥 올려놓은 게 생각난 것이다. 급하게 계산을 하고 발에 불이 나도록 달렸다. 이미 소방차는 모든 것을 해결하고 돌아간 상황이었다.


기숙사 담당자랑 이야기를 나눴다. 왜 그랬냐고 묻는다. 진짜 깜빡해서 깜빡했다고 했다. 그러더니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한다. 소방 차지라고 한다. 소방서는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차지를 물고 돈을 받는다? 이해가 안 갔다.


의심했다. 내가 잘못한 것은 안다. 이해가 안 갔다. 이메일을 보냈다. 영수증을 받아야 되는 이유를 담았다. 어머니께 보내야 하니 영수증을 달라고 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삼주가 지나고 소방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 것이다. 2주가 지나도 연락이 없다. 나는 집착할 정도로 계속 재촉했다.


한 달이 지났나?


영수증은 줄 수 없다며 돈을 돌려주겠다고 한다. 이것도 이해가 안 갔지만, 결국엔 300달러를 다시 돌려받았다. 알고보니 기숙사 담당자가 돈을 챙기려고 한 것이다. 내가 만약 의심없이 그냥 넘겼다면 300달러는 그 사람 주머니에 들어갔을 것이다.



19살, 인생에 대한 심각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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