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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Jan 02. 2022

드디어 보인다, 고지!

겨울방학 공포다 공포

이제 우리집은 어린이집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건 봄이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고, 부모인 솬과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봄인 주말만 되면 어린이집에 안 가냐고 물었다. 집이 심심해서 견디지 못하겠는지 당장 어린이집을 가겠다고 박박 우긴다. 근데 봄아, 우리도 같은 마음이다 이거야!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어린이집에 동화된 봄인 이제 제법 어린이집 터줏대감 노릇을 한다. 21년 4월부터 12월까지, 어린이집을 다닌 이래로 봄인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만큼 봄이에게 어린이집은 하루를 보내는 곳 그 이상의 이미를 갖는다. 물론 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한 이후로 몸이 가장 가벼워진 건 나다. 육아에 치여 정신을 못차리던 나는 봄이가 어린이집을 간 이후로 새 삶을 산다. 


한 번도 안 보낸 부모는 있어도, 한 번 만 보내는 부모는 없다고 했던가!!! 어린이집은 이제 우리에게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됐다. 봄인 당연히 어린이집을 가고, 나는 그 시간 동안 할 일을 계획한다. 봄이가 있어 못했던 다양한 일들을 이제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풀타임으로 일을 할 수는 없지만, 용돈을 버는 수준으로 기사를 쓰고 원고를 쓰며 내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가끔은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그동안 미뤄뒀던 베이킹이나 청소를 하기도 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정봄은 당연히 얼집에 가는 것이고, 그 시간은 당연히 확보되어야 하는 시간이 됐다. 


물론 중간에 코로나로 인해 가정보육을 하기도 했다. 그 시간도 적진 않았지만, 그래도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봄이를 데리고 있는 게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다. 근데 이번에 맞이한 겨울방학은 이야기가 달랐다. 나는 봄이를 어린이집에 처음 보내봤으니, 방학이란 게 있는 줄 몰랐다. 그리고 그 방학이 일주일이 넘는 시간인 줄도 몰랐다!


처음 안내문을 받고 나와 솬은 입을 떡 벌렸다. 뭐! 당장 다다음주부터 봄이의 겨울방학이라고! 둘은 정신없이 봄일 데리고 갈만한 곳을 찾고 뒤졌다. 하지만 시국도 시국이고, 게으르고 집을 사랑하는 집순이 집돌이는 생각처럼 원하는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아무런 계획 없이 우린 새해와 방학을 맞이했다. 


"엄마 놀자.."

하루를 놀자는 말로 시작하는 봄이에게 노잼 엄빠는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안 그래도 체력이 달려 매번 젖은 빨래처럼 널려있던 둘은 봄의 채근에 귀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갖가지 놀이를 다 하고 시계를 볼 때마다 겨우 20분 지난 걸 알고는 절망에 절망을 거듭했다. 부모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건 그야말로 난관 그 자체였다. 이렇게 10일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믿고싶지 않았다. 나 혼자 있을 땐 숨만 쉬어도 한 시간씩 가던 시간이 가질 않는다! 시간이!!!


그렇게 겨우겨우 하루, 이틀을 보내다 1월 1일 새해가 됐다. 밍기적 일어나 떡국을 끓이려 냄비에 사골국과 양지를 넣었다. 팔팔 끓는 고깃국에 불린 떡을 막 집어넣던 때였다. 


"여보, 엄마가 심심하면 와도 된다는데?"


구세주같은 한 마디였다. 시어머니의 전화가 온 모양이었다. 시부모님은 두분 다 일을 하고 계시는데, 아버님은 일을 하러 가셨고, 어머님은 집에 계시니 심심해서 집에 있기 싫으면 오라는 연락이었다. 나는 '아! 떡 이미 집어 넣었는데!' 라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당장 가스불을 끄고 냄비를 통째로 시댁으로 가져갈 준비를 했다. 


"우리 가서 먹는거야!"


솬과 나는 그길로 마음이 맞아 당장 시댁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물 속에 들어간 떡이야 불든 말든 알 바가 아니다! 우리는 당장 이곳을 떠나 시댁으로 가야만 한다! 그곳에 가야 우리가 오늘 하루를 영겁의 시간이 아닌 찰나의 시간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이것이야!


떡이 팅팅 불어도 세상 맛있던 떡국, 사실은 크리스마스부터 시간만 나면 시댁에 가서 죽치고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불효자는 떡국을 잘 먹습니다..!!

정말 끓다 만 떡국을 들고 급하게 시댁으로 갔다. 어머님은 아니, 그냥 니들끼리 끓여먹지..라며 말을 줄이셨지만 우리는 그저 신나서 신발을 벗고 뛰어 들어가 봄이를 풀어놨다. 봄이도 엄마와 아빠에게서 벗어난 게 그렇게 신이 났는지 방실방실 뛰어 놀았다. 아, 아아!! 이곳이 천국인가여!!!


아무튼 그렇게 간신히 열흘을 보냈다. 그리고 내일은 월요일이다. 그 말은 방학이 끝났다는 말이다! 

와!

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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