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Case Study
며칠 전, 인스타그램에서 굉장히 낯설면서도 익숙한 장면을 봤다. 지방시 뷰티에서 "모여봐요, 동물의 숲" 캐릭터 볼에 로고를 칠해놓은 것을 올린 것이다. 몇 달 전 루이비통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하여 게임에서 적용할 수 있는 스킨을 내놓았는데, 이제는 명품 브랜드가 닌텐도 게임까지 진출하는 것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관련 해외 기사를 찾아본 결과 아니나 다를까, 마크 제이콥스, 발렌티노, 안나 수이 등 이미 여러 명품 브랜드가 동물의 숲에 진출해 있었다. 동물의 숲이 명품 브랜드의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이 된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통해 명품 브랜드들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동물의 숲은 닌텐도에서 만든 게임이다. 2001년에 처음 동물의 숲을 내놓고, 20년 간 그 인기는 지속되고 있다. 2020년 3월에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동숲)을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1100만 명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으며, 3월 모동숲이 나온 이후로 닌텐도의 주가는 올라갔다. 우리나라에서 닌텐도를 유통하는 대원미디어의 경우에도 동숲 출시 이후, 주가가 올라갔다. 코로나 이후 반강제적으로 집콕 생활을 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도 곳곳의 잠재 유저들을 깨웠다.
솔직히 처음 지인을 통해 동숲을 봤을 때, 이것이 게임인가 싶었다. 작은 화면에 귀여운 캐릭터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채집을 하고 물건을 사고판다. 스타일링도 하고, 집도 지으며, 수영과 낚시까지 할 수 있다. 마치 자신의 미니 아바타를 설정해 키우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게임 속의 시간이 현재와 똑같았다. 밤에 동숲을 켜면 배경이 밤이다. 미션이 주어지고 그것을 수행하거나 게임 속 다른 캐릭터들과 사교 활동을 하면 보상이 주어진다. 현실과 가상의 중간인 게임인 것이다.
점점 증가하는 글로벌 유저 수와 탄탄한 로열층을 가지고 있는 동숲은 명품 브랜드에게 가장 좋은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로열층의 형성이다. 동숲은 2001년 출시 이후, 2005년, 2012년에 새로운 버전을 출시했다. 평균적으로 6년 간의 텀을 두고 새로운 버전을 출시함에 따라 어렸을 때 동숲을 즐겼던 유저는 업데이트된 소프트웨어로 새로운 동숲을 즐길 수 있어 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락인(lock-in) 전략으로 동숲 유저들은 동숲의 충성고객으로 거듭난다.
두 번째, 주요 유저가 밀레니얼 세대, 특히, 여성이다. 정확히 얼마만큼의 여성 유저가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모르지만, 닌텐도 측에서는 여성이 많다고 발표했다. 또한, 일본 닌텐도 클럽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젊은 여성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꾸미고 온라인에서 최대 8명이 같이 모여 소소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들이 주로 목표를 달성하는 게임을 좋아한다면 동숲의 경우 게임에 끝이 없다.
세 번째, 누구나 참여하여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 이는 유저 외에도 브랜드 또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브랜드도 비용 없이 콘텐츠를 활용해서 옷, 신발, 액세서리 등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저들도 브랜드 로고나 특징이 드러나는 코스튬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다. 이미 안나 수이, 발렌티노 등 명품 브랜드는 인스타그램에 브랜드에서 만든 코스튬을 올리고 QR코드를 제공해 받아갈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과의 브랜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잠재 고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결국, 명품 브랜드는 자신의 브랜드를 지속해서 노출시킴으로써 동숲의 로열 고객을 자연스레 브랜드로 편입시킬 수 있다. 또한, 동숲에서만 볼 수 있는 제품을 특정 매장에서 판다거나, VIP 고객만이 얻을 수 있는 동숲 코스튬을 지급한다거나, 브랜드만의 퀘스트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스페셜 런웨이를 선보일 수도 있다. 동숲에 참여함으로써 사용자의 스키마에 브랜드와 그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최근 경기는 불황이지만 코로나 이전까지 명품 브랜드의 매출은 꾸준히 성장해왔던 가장 큰 이유는 밀레니얼 세대가 고객층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주변에 구찌나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다니는 젊은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심지어 필자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발렌시아가 신발이나 샤넬, 구찌, 생로랑 등의 지갑을 가지고 다니는 친구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들에 대해 간단한 설문조사를 했었는데, 명품을 좋아하는 이유를 디자인으로 꼽았으며, 대부분 한 번은 구매한 적이 있었다. 또한,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사용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착용하거나 제품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접근성도 용이해진 것도 한몫을 했다.
글로벌 명품 시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보다 이용건수가 3.5배 증가했고, 20대의 비율도 약 6% 증가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듯이 앞으로 더 많은 소득을 창출할 밀레니얼 세대를 붙잡기 위해서 브랜드는 분주히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단순히 온라인 쇼핑몰을 열고, 패션쇼를 실시간으로 방송하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새로운 소식을 업로드하는 것은 이미 구식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게이미피케이션으로 향하고 있다. 샤넬은 코코 게임기를 만들었으며, 에르메스, 버버리 등은 자체 로고를 활용한 간단한 게임을 만들었다.
하지만 과연 브랜드 고객 중 몇 퍼센트나 저런 게임을 이용할까?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 그래서 루이비통은 아예 리그 오브 레전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해서 트로피를 만들고, 게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킨과 옷을 디자인했다. 브랜드의 가치와 신념이 곧 콘텐츠이기에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미 동숲까지 선점했으니 다음 타겟 플랫폼은 어디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인스타그램, 틱톡, 동물의 숲까지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을 활용해 온 명품 브랜드. 다음 플랫폼을 생각해보자면 제페토가 아닐까 싶다. 제페토는 네이버 스노우에서 출시한 서비스로 사진만 올리면 3D 아바타를 자동으로 생성해준다. 전 세계적으로 1억 5천만 명의 유저수가 있으며, 10대인 Z세대에게 인기가 많고, 특히 여성의 비율이 70%이다. 자신의 아바타를 생성하고 패션까지 꾸밀 수 있다. 재화가 필요하긴 하지만 간단한 퀘스트를 하면 얻을 수 있다. 이미 나이키에서는 중국 제페토에서 자사의 옷을 제공하는 등 제페토에서는 BTS, 디즈니 등 다양한 기업이나 셀러브리티와 제휴를 맺고 있다. 제페토 서비스가 점점 확대되고, 콘텐츠도 아바타를 보여주는 식에서 가상에서 여러 친구들과 만나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명품 브랜드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플랫폼이 될 것이다.
이처럼 점점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이 규모를 확장하고 명품 브랜드가 이를 활용함에 따라 주목해야 할 점은 이커머스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사진에 있는 상품을 등록하면 바로 쇼핑을 할 수 있듯이, 콘텐츠 플랫폼도 그러한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오프라인 매장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것이 또 다른 기회라고 본다. 오프라인 매장이기 때문에 상품이나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에 제한점이 많다. 그래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서 더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를 제공하고 고객과 소통하면서 온-오프라인을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한다면 다른 오프라인 매장과의 차별점을 둘 수 있을 것이다.